Liquid Drawing

신영호展 / SHINYOUNGHO / 申暎浩 / painting   2011_0928 ▶ 2011_1004

신영호_Liquid drawing 07_종이에 잉크_175×14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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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928_수요일_05:00pm

지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30pm

공아트스페이스 Gong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31번지 Tel. +82.2.735.9938 www.gongartspace.com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리퀴드 드로잉Liquid Drawing'이다. 이 타이틀은 당연하게도 나의 수묵위주의 작품방식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내가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료의 물질성보다는 나의 사고를 더욱 확장하고 더욱 유연하게 하려는 본인의 의도에 있다. (Liquid의 사전적 의미 가운데에는 '액상의'라는 의미와 함께 '유동적인'이라는 의미가 있다) ● 일반적으로 드로잉은 페인팅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인식되어 있다. 수묵은 이 두가지 개념 가운데에서 드로잉 영역에 더 근접해 있는 듯하다. 흑백이 주가 되는 색톤, 선 위주의 표현, 즉흥적이거나 속도감이 느껴지는 필치 등이 일반적인 드로잉의 표현과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묵화를 드로잉에 속한다고 하지 않는다. 동양회화는 그런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본인은 특별히 수묵을 전체 회화범주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려 한다. 동양의 미술개념과 비교하자면, 書나 畵는 드로잉이다. 아마도 페인팅에 가까운 개념을 찾는다면 丹靑쯤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략의 분류마저도 매우 불완전하다. ● 돌이켜 생각하건데, 나의 작업은 항상 나의 출발점을 찾고자 하는 의도로 진행되어 왔다. 그래서 나는 줄곧 출발점을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나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하자면, 고도의 정신적인 경계, 즉 의경(意境)에 다다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나의 첫번째 과제는 바로 의경의 존재를 파악하고, 다다르는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신영호_Liquid drawing 19_종이에 잉크_350×160cm_2011

수묵은 이미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표현방식이다. 각 시대마다 수묵이라는 물질을 정신으로 표현해 정의하고자 했다. 이러한 수묵의 정신성은 아직도 매우 습관적으로 언급된다. 정신은 과연 어디에 있으며 그 물질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아마도 나의 첫번째 과제에 딸린 부과제쯤 될 것이다. 한국화는 중국화나 일본화와 그 성격이 다르다. 민족성이 다른 것도 물론이겠지만, 그 역사의 상이함으로 인해 그 영역의 범위가 다르다. 이를테면, 한국화에는 중국화나 일본화에 없는 '현대'라는 의미가 더 첨가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이나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흔한 '수묵추상'이 없다. 중국에서는 현대에 와서 다소 발생하기도 하고, 일본의 현대서예 '묵상'에서도 비슷한 유형이 보이지만, 한국화만큼 적극적으로 행해지지 않고 더군다나 그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신영호_Liquid drawing 12_종이에 잉크_165×103cm_2011
신영호_Liquid drawing 08_종이에 잉크_175×138cm_2011

한국에서 이미 매우 진부한 것으로 여겨지는 '수묵화'는 사실 대단히 독특한 전통을 형성하며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진화론으로 설명하면 적절할까? 매우 흥미롭고 진지하게 연구해 볼 만한 문제다. 누구든 스스로 그 자신이 위치한 지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많은 선배들은 우리미술이 설 좌표를 만드는데 많은 힘을 쏟았다. 하지만 오랜 동안 토론되어 왔던 '동양 혹은 서양'의 차이, 혹은 한국적 정체성의 거대화두는 이미 큰 흥미를 잃었다. 그러나 충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이러한 명제들은 뜻밖으로 나의 창작에 많은 단서를 준다. 나의 사고의 조각들은 울림으로 말한다. '나는 더 작고 깊고 소외된 곳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 신영호

신영호_Liquid drawing 16_종이에 잉크_160×95cm_2011

신영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10년 북경중앙미술학원에서 박사를 졸업했다. 북경중앙미술학원에서는 '서예와 회화비교'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실기박사(實踐類博士)를 취득하였는데, 이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다. 그는 이번 전시와 동시에 번역서 '신神은 어디에 있는가(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 책의 원저자는 그의 스승이자, 중국의 권위 있는 서예가이자 인문학자인 치우전중(邱振中)선생이다. 이 책의 내용은 동양문화의 핵심인 서예를 어떻게 오늘의 시각으로 읽고 연구해 나가며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읽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사고를 모은 것이다. ● 그의 서예에 대한 심화된 사고는 신영호의 창작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신영호는 물론 화가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상당부분 서예로부터 받은 영감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추상성, 시간성, 행위성등의 표면적인 개념이 아니다. 전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실기를 겸비한 이론연구를 통해 얻은 내적 통찰력이다. 그는 그가 체험한 많은 내용들이 아마도 그의 작품 속에 녹아 있고, 관중들이 그것을 공감해 주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신영호Liquid drawing19_종이에 잉크_160×350cm_2011

그는 그의 작업노트에서 말하길 '항상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한다. 그 말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반성함으로써 자기자신이 서 있어야 할 대지를 찾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는 수묵을 이용해 창작을 하고 그의 그림은 한국화로 분류된다. 이것은 형식적인 분류에 불과하다. 그가 창작을 하는 태도는 왜? 어떻게? 라는 질문에 더욱 처절하게 사고한다. ● 하지만 그의 그림은 가볍다. 일반 관중이 관람하기에 큰 부담이 없다. 고호의 그림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드로잉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시도들은 그 전에 이뤄지지 않았던 것들이 많다. 그의 그림은 추상적 요소가 있지만 추상화가 아니다. 구체적인 대상이 있고 그 안에 얘깃거리가 있다. 그것이 사람들에게는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작가로써 그가 작업을 대하는 태도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 그는 결코 시대적 유행에 뒤쳐진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것에 대단히 민감하고 호기심이 많다. 그가 그리는 '수묵화'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인식하는 그런 수묵화가 아니다. 뭔가 다르고 뭔가 새로운 수묵화이다. 하지만 그의 창작은 혁명을 위한 전위적 수묵이 아니다. 그의 창작은 그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진지한 사고에서 나온 것이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성을 통해 얻은 것이기에 우리가 공감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그가 추구하는 더 작고 깊고 소외된 곳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고 싶다. ■ 박소민

Vol.20110928h | 신영호展 / SHINYOUNGHO / 申暎浩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