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유가 필요해

최선옥展 / CHOISUNOK / 崔善玉 / mixed media   2011_0928 ▶ 2011_1004

최선옥_물고기_혼합재료_210×148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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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주말,휴일_10:30am~06:00pm

줌 갤러리 ZOO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7번지 상 갤러리 6층 Tel. +82.2.323.3829 www.zoomgallery.co.kr

작업을 하면서 나는 작업의 주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충 넘어갈 때도 있고 그냥 여러 가지 다룬다고 에둘러 말할 때도 있다. 심플하게 그렇지만 멋있게 답을 내리고 싶은데 멋도 없고 답은 더욱 없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들을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이 대답은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최선옥_파란눈의 남자_혼합재료_160×106cm_2011
최선옥_21개의 눈_혼합재료_92×73cm_2011
최선옥_손_혼합재료_38×48cm_2011

비어있는 공간을 보면 나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사각의 틀 안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는 나에겐 의식이 나를 짓누르는 괴로운 작업이다. 멋지게,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려고 강박적으로 애쓰는 것이 나를 두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런 면에서 가위로 오리고 실로 꿰매는 행위는 의식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작업이다. 결과물을 머릿속에서 버리고 작품이니 조형적 완성이니 하는 틀도 내려놓고 무작정 가위로 오리는 행위를 하는 순간 나는 무의식적인 행위 자체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을 느낀다. 나의 이성과 의식이 지배하지 않는 순간에 나오는 작업과 기획하지 않는 순수한 선으로 나타나는 드로잉은 직접적이면서도 생생한 나의 본연의 모습이다. 나와 작업실에서 함께했던 결과물들은 에너지의 표출이기도 하고 때로는 의식의 작용으로 시작했지만 작업이 나를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러기에 작업에 주제를 정해놓지 않고 무엇을 표현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결과물들을 보고 작업 안에서 내가 잊고 있던 또는 몰랐던 의식 아래의 어떤 것이 튀어 나옴을 발견하곤 한다.

최선옥_까만얼굴_혼합재료_65×45cm_2011
최선옥_사람, 새, 그림자_혼합재료_58×73cm_2011

이런 발견들을 모은 이 전시는 완전한 결과가 아닌 불완전한 과정의 조각들의 모임이다. 그 조각은 나의 두려움과 기쁨 때로는 원초적인 순수함의 다른 얼굴들이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내가 그것을 이끌어 간 것이 아니라 이끌려 갔기 때문이다. ■ 최선옥

Vol.20110927c | 최선옥展 / CHOISUNOK / 崔善玉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