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n.ature

유지원展 / YUJIWON / 柳智元 / photography   2011_0927 ▶ 2011_1002 / 월요일 휴관

유지원_mini_nature_디지털 프린트_64×8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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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927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나의 월든을 찾아서 ● 언제부터였는지, 왜였는지도 확실치 않다. 내 카메라는 자주 집을 찍고 있었다. 그 집들은 강남의 타워 팰리스 같은 대형 아파트도 아니었고, 평창동이나 성북동 같은 고급주택단지를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었다. 논밭을 마당삼은, 이름 없는 시골마을의 조립식주택 같은 간소한 집들의 한 귀퉁이가 자연과 함께 자주 찍혔다. 더듬어 보건대 그것은 아마도 아버지와 20년 넘게 살아온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에 뿌리를 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래 살아 온,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수많은 이야기꺼리를 만든 집은, 단순히 사람 사는 공간으로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집은 어떤 사란들에게는 치부의 수단이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권력의 상징이겠지만, 나에게는 집은 사랑의 장이고, 다시 만날 수 없이 먼 길을 떠난 아버지와 밤하늘을 올려보는 공간이기도 했다. 꽃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그 집에서 내게 말했다.

유지원_mini_nature_디지털 프린트_40×50cm_2011
유지원_mini_nature_디지털 프린트_40×50cm_2011

"달빛 아래의 벌개미초를 본 적 있느냐? 얼마나 아름답던지.."

유지원_mini_nature_디지털 프린트_40×50cm_2011

이제야 알았다. 그것이 아버지가 딸에게 건네는 사랑의 언어라는 것을. 그러나 아버지는 나의 대답을 기다려 주지 않으셨다. 훌쩍 이승을 떠나 달빛 그늘 속으로 몸을 감추신 것이다.

유지원_mini_nature_디지털 프린트_42×42cm_2011
유지원_mini_nature_디지털 프린트_40×50cm_2011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 집은 이제 세상에 없다. 단지 마음속에서 아버지와 함께 남아 있을 뿐이다. 나는 지금 양평에 산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웃 동네인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는 다산의 집이 남아 있다. 예전에는 몰랐다. 왜 사람들은 허물어져 가는 옛집을 그렇게 지키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가를. 옛 선조들의 집들이 이제야 가슴에 닿는 것은 그 집들은 집이기 이전에 하나의 문화이고 정신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집은 그곳 주인의 한 정신과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집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즈음에서 만난 것이 미국 동북부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지어진 간소한 오두막집이었다.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모습만 갖춘 집. 그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문명을 떠나 약 2년간 머무른 데이빗 소로우의 집이다. 손수 나무를 베어 지은 집. 모든 문명의 인습을 버리고 오로지 자연의 혜택을 양식으로 삼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집.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집에서 나온 책이 그 유명한 『월든』이다. 그가 살던 시대에 이 책은 반향이 크지 않았다. 책을 쓴지 100년이 지나서야 이 책의 가치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 세상이 각박해지고, 세속의 성공에 의문부호가 찍혀지고 나서야 진정한 자유인으로서의 삶,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해결책을 소로우에게서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그 답을 찾은 진정한 녹색주의자가 소로우이다. 그리고 그 간소한 삶의 모델이 된 것이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집이다. 그런 정신을 기리기 위해 미국의 작가 E.B. 화이트는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졸업장 대신 데이빗 소로우가 지은『월든』을 한 권씩 주자고.

유지원_mini_nature_디지털 프린트_64×80cm_2011

그 『월든』이 쓰여 졌던 호수가의 오두막집 한 채가 책을 읽는 내내 내 의식을 떠나지 않았다. 소로우 정신의 거푸집인 그 한 칸짜리 집이 내 작업의 출발지이다. 그 집에서 인간과 자연을 사랑한 소로우의 사유에 대한 경의와 나의 꿈을 함께 발견했다. ● 나는 월든 호숫가에 지은 집과 똑같은 오두막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집을 지으면서 내내 소로우를 생각했다. 소로우라면 월든을 떠나 어디에 오두막집을 지었을까? 꼭 호숫가가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인적 드문 바닷가나 풀빛 고운 들판이면 어떠랴. 하얀 자작나무가 무성한 숲이어도 좋으리라. ● 그 곳을 찾아 이 땅을 헤매고 다녔다. 그리고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새로운 월든을 만들어 나갔다. 여기에 보이는 나의 월든은 아마도 아버지와 살고픈 월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고 싶은 월든이고, 내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선물해 주고 푼 나의 월든이다. ■ 유지원

Vol.20110927a | 유지원展 / YUJIWON / 柳智元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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