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92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목인갤러리 MOKIN GALLERY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82.2.722.5066 www.mokinmuseum.com
푸른 기억-같은 곳에 있어주기 ● 이 전시는 '같은 곳에 있어주기'란 부제에서처럼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추억이며 푸른(푸르른) 기억은 과거가 아닌 미래 시점에서의 기억을 고대합니다. 기억을 맹인처럼 더듬어가며 이성간의 사랑만이 아닌 다양한 유형의 사랑과 그 이별(죽음까지)에 대한 기억까지 상징화하고 극복하는 치유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과거에 푸르렀던 때론 파랗게 멍든(색감으로 푸른) 기억들이 현재에 작용하는 현상과 그 감정에 반작용하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나가며 치유하고 새롭게 반짝이는 기억을 꿈꾸고 단장하려 합니다. ● 전시는 세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한방울의 눈물을 위한 방', '히구치씨를 위한 방', 그리고 주된 전시가 되는 '푸른 기억을 위한 방' 입니다(그 안에 '아지의 방'이 따로 있습니다.). 각 공간에는 여러 동물이 등장하는데 고양이와 '아지', 사슴, 새, 토끼의 형상이 주를 이룹니다.(특히 고양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매개체로 과거엔 따스한 추억이지만 현재엔 슬픈 이미지로 상기想起됩니다.)
몇 가지 단편을 얘기하자면, '아지'는 요크셔테리어 종인 애완견입니다. 치매에 걸려 기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두 눈이 보이질 않습니다. 여기저기 부딪혀 상처투성입니다. 그녀(작가)를 기억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너무 슬프게도 '아지'의 쾌유를 염원하기도 하는 이번 전시 준비 기간에 '아지'는 몇 번인가 발작했고 작가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시킵니다. 작가는 '아지'를 위해서 안락사를 선택해야 하지만 아직은 보낼 수 없는 마음-죽음에 대한 충격에 대비하지 못했기에, '아지'의 평안이 아닌 작가의 이기적인 마음에 또한 괴로워합니다. 그런 감정에 헤매일 때, 어쩔 줄을 몰라 너무나 힘들 때에 '아지'는 죽습니다. 사슴은 그렇게 등장합니다. 흔히들 떠올리는 장수長壽의 상징과 켈트 족의 신화에서 나오는 영혼의 인도자를 상정想定하여 '아지'를 보내는 마음과 치유하고 싶은('아지'와 작가 둘 다를) 욕망을 표현합니다. ● '히구치씨의 방'에서 작가는 히구치씨 가족을 떠올립니다. 오래 전 일본에 머물던 시절, 단란하게 그녀를 가족처럼 대해준 히구치씨 가족은 고양이 가족으로 불릴 정도로 고양이를 사랑했습니다. 그런 히구치씨가 파킨슨Parkinson`s Disease증세가 두드러지는 다계통위축multiple system atrophy,MSA 병에 걸렸습니다. 그의 몸이 사라져갑니다. 그를 위해 고양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히구치씨는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했고, /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과는 고양이를 쫓고 있었다. / 그 고양이들은 이제 기억에만 있고 / 아지는 기억이 사라져 가고 / 히구치씨는 몸이 사라져간다. / 온전한 기억은 그녀에게만 남아 있다.』
세 개의 방은 기억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공간들은 각기 다른 기억으로 채워져 있지만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랑의 부재不在에 대한 연민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한 방울의 눈물을 위한 방'에서 고양이는 투사透射된 작가의 모습으로 새를 날려 보내는 행위와 함께 새를 가둬두고 있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보내야 하는 마음과 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습니다. 전시장 맨 안쪽 '히구치씨를 위한 방'에 표현된 고양이는 히구치씨가 너무나 사랑하던 고양이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과 상처 입은 고양이를 추적하는 과정(지극히 개인적인)에서 떠올리는 기억에서는 사랑과 이별을 동시에 상징하는 양면성을 띄는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합니다. 히구치씨의 고양이는 따뜻하지만 아픔으로 다가오며 고양이를 쫓는 사랑은 슬프지만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푸른 기억을 위한 방'에서 작가는 모든 감정을 실체화 시키려 합니다. 그 감정들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작가를 얽어 매는 기억들입니다. 작가 자신 속의 응어리를 뱉어내고 하나하나 정성껏 타자화시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기억들까지 몸 속에서 남김없이 게워 내어 객체화시키며 작가가 볼 수 없는 진정한 자기를 분신分身(작품)들 속에서 찾아내려 합니다. '푸른 기억을 위한 방' 중앙에 조그맣게 자리한 지하 방에서 '아지'가 그 모습들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작가 백승주가 펼쳐 놓은 푸른 기억들을요.
이번 "푸른 기억-같은 곳에 있어주기" 전시는 슬픈 기억들을 극복하고 행복한 기억들을 배가시키기 위한 치유의 과정이며 미래에 있을 기억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산출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 여럿 단편들이 모여 작은 기억의 방들을 이루고 주효한 '푸른 기억을 위한 방'에서 작가는 상처받은 기억들에 다시 온기를 불어 넣는 작업을 합니다. ● 그녀의 푸른 바다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습니다. 과거의 따스한 기억은 상처 받았지만 그 모두를 끌어안은 그녀는 미래의 푸른 기억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 이정헌
Vol.20110925e | 백승주展 / BAEKSEUNGJOO / 白承姝 / installation.sculpture.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