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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신전과 경쾌한 물신 ● F1레이싱팀의 이름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엄청난 굉음으로 불을 뿜는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 원(Formula One)의 열정을 상징한다. "성능, 테크놀로지, 장인정신의 탁월함을 반영한다"는 페라리의 문구처럼 속도와 힘, 표면과 광채의 환각적인 공간은 문명의 진화와 그 형식적인 특징을 강력하게 드러낸다. 이 강력한 현대의 신화는 물질문명의 피부를 재생하면서 그들의 신전인 자동차 경주장에서 관중의 포효를 집어삼키면서 욕망의 정점으로 달려나간다. ● 최지훈은 번쩍이는 기계의 현란한 에로스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특유의 팝적인 유머로 전개하면서 전치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미 욕망(desire) 시리즈에서 욕망의 편집증적인 집적을 자동차의 꼴라쥬로 보여준 바 있는 작가는 사물의 은유를 패턴화하는 작업에서 진일보하여, 사물과 문자 그리고 이미지가 혼성하는 가운데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멈추는 일시정지의 순간에 주목했다.

최지훈_desir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핸드페인팅_82×122cm_2011

경주용 페라리의 일시정지, 그것을 향한 정비사들의 일련의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 하이네켄, 아사히 맥주, 막대사탕, 핫도그, 심슨 가족과 헬로키티 풍선, 장난감지팡이, 스파이더맨등과 같은 소비사회의 기호품이 들려있고, 경쟁 속에서 더 빠르고 더 날카롭고 재치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역설적인 시각효과를 유발한다. 유행하는 현시적인 대상물들이 가속화된 생활의 은유이고 이러한 가속화된 삶에서 일시정지는 비록 의도적이라 할지라도 소비의 기호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턴신호를 밟고 있는 페라리의 일시정지는 급유와 정비로 결승점을 향해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제동을 건다. 마치 삶에 유턴을 하라는 듯이 지친 말의 먹이 대신 상품이미지를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 물론 최지훈의 「스쿠데리아 페라리」시리즈의 모티브는 여자와 기계숭배, 그리고 남근을 상징하는 도구들이고 하나의 페라리를 둘러싼 욕망의 집적구조이다. 남성 성기로 대변되는 헤어드라이어, 총, 망치, 로켓 등 성적상징들은 더욱 강력한 골격과 힘, 빛나는 표면으로 압도되는 기계숭배의 장에서 포획된다. 남근적인 기계와 힘을 상징하는 것은 환상적인 물체인 페라리이고 이러한 남성의 욕망을 점검하는 신은 여성이다. 명품 핸드백을 차지하려고 옵티머스 프라임 로봇과 다투는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최지훈_Scuderia Ferrar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핸드페인팅_122×200cm_2011

이미 최지훈은 「욕망」시리즈에서 기계와 인간, 부드러운 것과 금속적인 것을 병치시키면서 불가능한 소유의 환영을 보여주었다. 자동차 미러와 바퀴 휠의 수집은 눈과 입을 대체한 편집욕망, 결핍에 대한 환영과 대리보충의 성격을 지닌다. 편집된 욕망은 가령 벤츠의 전면유리는 눈이고 아우디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입술인 것처럼 불가능한 조합의 환상과 유비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욕망의 총합은 편집증적인 꼴라쥬로 전개되는데 헤드라이트, 헬멧, 여자 다리와 스타킹, 풍선, 스타벅스 커피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편집증과 강박을 유발하는 것이 남성성과 다른 여성성의 이미지의 심층이라는 것을 드러내 주었다.

최지훈_Scuderia Ferrar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핸드페인팅_81×122cm_2011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그린 일련의 작품 중에 그리스 신전을 바라보며 난감해 하는 정비사들을 볼 수 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에서는 무상함에 대한 암시(메멘토 모리)는 없다. 그러므로 중세의 신전에서 보이는 죽음에 대한 경고나 미완과 초월은 보이지 않는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기억한다. 순간의 광휘와 일시정시 속에서 문명의 기호와 소비, 욕망의 실제들이 풍자된다. 일상이라는 아이러니와 현재라는 환영에서 마력처럼 다가오는 사물들의 기호를 환기하고, 사물 자체보다는 그것의 이미지를 받아들여서 더욱 증폭시키는 방법들이 최지훈의 작업에서는 주요하게 다가온다. 그리하여 어쩌면 우리는 기호들을 먹고 사는 것, 기호들의 놀이 속에 참여하는 것, 기호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바퀴를 교체하거나 기름을 넣거나 행운의 달러를 밟고 있는 정비사들은 사물의 무수한 기호들이 된다. 물음표, 충돌, 와이파이 등등의 기호들은 사물과 문자 그리고 이미지가 혼성하는 세계의 힘이 된다. 전화기 머그잔 코로나 맥도날드, 도너츠가 있는가 하면 사타구니를 관통하는 로켓과 레이싱걸 플라스틱 수류탄이 남성성을 과시하고 뽀로로 자동차와 충돌한 페라리는 연료대신 코카콜라를 주유하고 있다. 이 놀라운 팬시의 세계에서 정비사들은 엉덩이에 다음과 같은 문자를 새겨 넣는다. 핑크, 키스, 사랑. ● 과연 이것이 해석불가능한 세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물과 기호의 은유들이 형상과 의미의 소용돌이로 끌려 들어간다. 그러한 소용돌이 속에 표면으로 나온 부가적이고 표면적인 기호의 유희와 유사성이 생활의 은유가 되는 아이러니, 그것이 「스쿠데리아 페라리」에서 보는 시각효과의 세계, 경쾌한 물신(物神)의 기호인 것이다. ■ 류철하

최지훈_Scuderia Ferrar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핸드페인팅_122×162cm_2011

A modern temple and witty fetish ● Scuderia Ferrari, an F1 racing team, represents passion of Formula one racing with fire breathing cars and huge roars. Like Ferrari's motto, 'Ferraris are designed, engineered and manufactured to reflect the marque's excellence in terms of performance, technology and craftsmanship'. Speed, power and hallucinating spaces of the surface and brilliance strongly reveal the evolution of a civilization and formal characteristics. This powerful modern myth runs to the peak of desire from their temple, racing circuits, devouring spectators' roar while regenerating the skin of material civilization. ● Choi, Ji-Hun develops and replaces Scuderia Ferrari, flashy 'Eros' of glittering machines, with peculiar humor in pop art element. The artist, who already showed us a collage of cars as paranoid accumulations in a series of desires, takes major steps forward in patterning metaphors and concentrates in a moment of pause for maintaining process while blending objects, characters and images. ● In a mechanic's hands, in front of a resting Ferrari, there are items of personal preference of a consumer society such as Starbucks coffee, Heineken and Asahi beer, candy bars, hot dogs, the Simpsons, Hello Kitty balloons, toy canes and Spiderman, arouses paradoxical visual effect that the sharper, faster and wittier is more important in the competitive world. Trendy products are the metaphor of an accelerated life style and even though the pause is intentional in this life, it gives us pleasure to look into items of consumption in detail. The pause of Ferrari, stepping on a U-turn sign, put the brakes to concentrate on heading towards the finish line with refueling and auto repair. It presents maximized product images instead of feed for tired horse as if to make a U-turn in life.Motifs of 'Scuderia Ferrari' series include women, machine-worship and tools of phallic symbols, and integrated structure of desire surrounded by Ferrari. A hair dryer, gun, hammer, rocket, and other sexual symbols represented by male genitals and are captured in place of machine-worship overwhelmed by strong skeleton, power and shiny surface. Phallic machines and power are represented by Ferrari, and the god who inspects man's desire, is a woman. For instance, the representative scene shows fighting with Optimus Prime to take a designer bag. ● Choi Ji-Hun already presented the illusion of possession juxtaposed with machine and human with soft objects and metallic ones from in series of desire. The collection of mirrors and wheels of cars is the edited desire to replace the eyes and mouth, and plays a role in the illusion and supplement for deficiency. The edited desire, presents an impossible combination of fantasy and analogy as if the front windshield of a Mercedes-Benz are the eyes and a radiator grill of Audi are the lips. The sum of these desires are deployed as a paranoia collage, such as headlights, helmets women's legs and stockings, balloons, and Starbucks coffee to be repeated; this leads a paranoia and obsession to reveal in depth of masculine and feminine images. ● In one series of Scuderia Ferrari, one can see auto mechanics looking at a Greek temple, and not knowing what to do. In Scuderia Ferrari, there is no implying for transience of life, memento mori. Therefore, it does not seem to be any warnings, incomplete and transcendence for death in a medieval shrine. It does not remember the death but recalls the moment. Signs of civilization, consumption and desires are satirized in instant joy and temporary pause. His painting rouses signs of objects captivating from an illusion of the irony in daily life, and preponderates the way in which it takes its image rather than the object itself and amplifies it. Then we may create a fantasy to have the symbols to participate in their play and to be around them. Mechanics who are changing the wheel or stepping on lucky bills are among a myriad of symbols and objects. Question marks, crash and Wi-Fi sign become the power in a world that have a hybrid of objects, characters and images. There is a telephone, mug, Corona, McDonald's, donuts, a rocket passing through the groin, a racing girl, a plastic hand grenade showing off masculinity, a Ferrari colliding with 'Pororo's' car, and a racing car refueling the Coca-Cola instead of gas. Auto mechanics inscribe the letters such as PINK, kiss and love in world of amazing fancy goods. ● Could this really represent an uninterpretable world? Objects and metaphors of signs are drawn into the vortex of shapes and meanings. It is ironic that play of additional and superficial marks and similarities in that surface of the votex become a metaphor of daily life; it is visual effect and symbols of light fetish in a series of Scuderia Ferrari. ■ Ryu, Cheol Ha

Vol.20110922h | 최지훈展 / CHOIJIHUN / 崔志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