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ING GATE (회전문)

이승희展 / LEESEUNGHEE / 李昇姬 / mixed media   2011_0921 ▶ 2011_0926

이승희_bathroom_혼합재료_60×60×3.5cm_2009

초대일시 / 2011_092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3 gana.insaartcenter.com

이승희의 화폭은 백사장의 모래알같이 반짝인다. 라벤나의 어느 한 성당의 모자이크에 둘러싸인듯 한 환영에서 깨어나 주위를 돌아보면, 화면 속 소재들은 종교적 주제의 비잔틴 모자이크와 달리 작가 주변 아니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은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 장소의 오브제들이다. 화장실의 세면기와 변기들 그리고 부엌의 전자렌즈 속 햄버거와 도마 위에 생선처럼 말이다. 이 같은 소재 앞에서 우선 관객은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녀의 화폭을 오색으로 빛나게 해 주는 유리가루를 감싼 것이 다름 아닌 호스 튜브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랄 것이다. 이렇게 작가의 재료와 소재는 소위 '전통적' 혹은 '신성한' 미술과는 거리가 먼 일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승희_bathroom_혼합재료_80×70×3.5cm_2007
이승희_bathroom_혼합재료_70×70cm_2011
이승희_bathroom_혼합재료_80×70cm_2011

오늘날처럼 팝 아트에 익숙한 우리에게 미술에 차용된 일상은 또 그리 신기하거나 기이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승희의 일상은 일견 1960년대 팝 아트 작가들의 작품의 클리셰(cliché)에 지나지 않아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특히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이 1960년대 초반 즐겨 그린 일련의 가사 그림들(Household painting) 곁에선 말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승희의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리히텐슈타인의 회화에 등장하는 부엌과 화장실, 세탁실은 실제 작가 자신의 생활의 영역이 아닌 1950년대 당시 잡지들의 광고에서 청결과 질서의 이미지로 강조된 장소의 문맥에 위치한다. 반면 이승희의 그곳은 그녀의 '생활의 발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령 모자이크의 신비스러운 빛깔을 연출하는 비닐호스와 유리가루의 가능성을 그녀가 여느 다른 날과 같이 자신의 집을 오가던 중 주변 철물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듯 말이다. 즉 생활의 발견으로 화면을 채우기 시작한 비닐호스가 만들어 낸 화면의 풍경 또한 삶의 습관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어느 날 마주친 일탈적 해석에서 오는 생활의 발견에 의한 것이다. 예컨대 그것은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서 주인공 경수가 선영의 집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서는 자신을 청평사 설화의 뱀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반복적 삶의 일상에 지나지 않았던 그의 행동이 설화의 영역으로 변용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요컨대 그녀는 리히텐슈타인과 달리 청결과 질서의 공간으로 화장실과 부엌을 재현하는 대신 일상의 일탈에서 오는 생활의 발견을 화면에 포착하고자 한 것이다. 마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습관과 같이 소소한 일상에서 일탈이 제공해주는 의미를 길게 회상하듯 말이다.

이승희_Kitchen_혼합재료_80×80cm_2011

이처럼 작가는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항상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일상의 장소의 오브제들이 그 같은 영역에서 일탈해 어느 날 자신에게 불쑥 다가오는 순간을 화폭에 옮겨옴으로써 미술로서 일상적인 것의 변용을 시각화 한다. 어느 누구에게나 시선의 대상이 아닌 그냥 펼쳐져 있는 장소의 오브제들이 유리라는 특질에 의해 영롱하게 빛을 내면서 관객 앞에 위치함으로써 그것은 분명 다른 존재로 현현한다. 그렇다. 그녀의 작품은 자연스러운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생활의 발견에서 오는 일상의 일탈 뿐 아니라 미적 아름다움 또한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그녀의 전시장에 들어 선 관람객은 회전문에서처럼 미술과 일상의 경계선을 돌아 나온다. ■ 이재은

Vol.20110922e | 이승희展 / LEESEUNGHEE / 李昇姬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