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922_목요일_06:00pm
기획 / art company H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 드 에이치 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신관 1,2층 Tel. +82.2.546.0853 www.artcompanyh.com
Episode 1.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앉아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말했다. "난 너무 행복해"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답했다. "나도 너만큼 행복해".. 이 둘은 과연 서로 같은 언어로 같은 행복의 무게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일까? ● Episode 2. 우리는 빨간색을 보고 그 색이 빨간색이란 것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그것이 파란색과 다르다는 것 또한 인식하게 된다. 철학자 퍼스(peirce)는 기표/기의로만 구분 짓는 이분법적 기호 이론에 의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상징성을 더하였다. 그렇다면 더 이상 "A=A" 만이 아닌 "A=B" 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진다. ● Episode 3. 한 사람이 상점의 창문에서 보여지는 종이 상자를 보고 몇 권의 책을 우편으로 보낼 필요가 있어 상점 직원에게 상자를 그냥 가져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그 상점은 미술 갤러리였고, 상점 직원은 갤러리 직원으로써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작품은 앤디워홀의 브릴로 박스이고 현재 가격은 3만 달러 입니다." 브릴로 박스는 어떤 사람에게는 예술작품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포장을 하기 위한 종이박스일 뿐이다.
완벽한 소통은 과연 불가능한 것 일까. ● 위의 세 가지 에피소드에서는 소통이 결여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소통하기 위해 기호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호는 기표와 기의로 구분되어 정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인식되어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적 기호 이론으로 소통하는 언어와 사물에는 불명확한 소통의 지점이 존재하게 된다. 사람간의 소통에서 드러나는 언어적 기호의 모호함과 어떤 한 가지 사물을 두고 생겨나는 다양한 해석이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에서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Communication Disorder는 기표와 기의라는 이분법적 기호이론을 벗어난 소통에서의 장애를 드러냄과 동시에 홍승혜, 윤성지, 이은선 세 명의 작가들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기호적 이미지와 언어를 통한 다층적인 소통을 제안하고자 한다. ● 홍승혜의 유기적 기하학적 이미지는 사회에서 약속된 기호체계로는 인식이 불가능하다. 그가 컴퓨터의 픽셀을 통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인식 가능한 구체적인 대상이 아닌, 새로운 관계 맺음(소통)을 통해 진화 중인 새로운 기호이다. 이러한 홍승혜의 기호적 이미지는 특정 대상을 재현하거나 표방하지 않는다. 대상이 제거된 채, 작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구축적인 형상을 통해 유기적 기하학적 이미지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렇게 재현된 새로운 이미지 기호들은 질서를 가지고 구체화 된 듯 보이지만 또 다시 어떤 형태로 변형될지 모르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스스로 증식하여 형태가 변형되거나 관객들의 이미지 '읽기'를 통해 무한한 의미의 변화를 가질 수도 있다. 홍승혜의 이미지는 아직 기호적 의미가 없는 기하학적 발아 상태에 머물러 있다. 끊임없이 공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탄생과 증식을 반복하게 되는 그의 유기적 기하학은 판단이 유보된 상태로서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기호로서 존재하게 된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호체계를 통해서만 소통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합의되지 않은 기호로도 소통이 가능할까? 윤성지는 불확정적이거나 모호한 언어나 사물을 통해 일반적인 소통을 벗어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Scenario #1」 에서는 의미화 기능을 상실한 언어 기호들의 나열이 일반적인 언어적 사고에 혼란을 야기시킨다. 이렇듯 두서없이 나열된 문장들은 통상적으로 소통되어왔던 문장구조를 흩뜨리며 관객들을 통해 새로운 기호로 읽혀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의 설치작업 「Bodybag」은 "시체운반용 부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가 전시공간으로 옮겨놓은 "bodybag"은 다양한 의미 선택의 가능성을 가진 오브제로 변모한다. 작가는 전시장에서 장식 도구로서 "bodybag"이란 사물을 선택하였지만, 관객들이 인식하게 되는 bodybag은 선험적으로 습득된 사물과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는 가변적 의미의 사물로 자리잡는다. 이와 같이 의미화 과정에서 원초적 단계에 있는 그의 사물이나 언어는 관람자의 선택에 인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사람 간의 모든 소통에는 마찰이 존재한다. 이은선은 퍼포먼스와 영상을 통해 사람 간의 대화에서 보이지 않는 마찰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Triangle Game」은 사람간의 소통 방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명의 게임 참여자는 찍혀 있는 점과 점 사이를 연결해가며 어긋나는 소통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 이것은 마치 핑퐁 게임처럼 내가 선을 긋고, 상대방이 선을 그리는 행위를 대화하듯 반복해가며, 선과 선 사이의 경계들이 모여 인식 불가능한 유기적 형상을 만들게 된다. 그의 영상작업 「Breath in between」 에서도 두 사람 간의 소통의 경계가 드러난다. 영상 속, 대치되어 있는 두 사람은 한 쪽이 숨을 쉬면 다른 한 쪽에서는 물 속에서 숨을 참아야 하는 상호의존적 소통을 보여준다. 두 사람간의 소통에서 내재되어 있는 마찰들은 두 개로 분할된 화면 속에서 이미지화 되어 드러나게 된다. 결국, 이은선이 보여주는 소통의 경계들은 의사소통의 부재를 의미함과 동시에 이미지로 환원되어 새로운 언어로 다시 읽혀지게 된다. ● 소통의 부재는 또 다른 의미의 소통을 제시한다. 브릴로 박스가 갤러리 전시장에 놓여지는 순간, 더 이상 기존의 언어로만은 소통이 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소통을 위한 컨텍스트(context)를 생산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Communication Disorder 에서는 사회적 약속에 의해 소통되던 이분법적 기호에 대한 한계를 드러내고 새로운 기호적 이미지와 언어를 통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본 전시에서는 갤러리 1층 한 벽면을 가득 채우는 홍승혜 작가의 스티커(시트지) 작업과 평면 4점을 선보이고, 윤성지 작가의 설치작업과 평면 작품 2점이 전시된다. 또한, 이은선 작가의 가로 4m의 대형 벽화 작업과 영상과 회화 작품 3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 이유영
Vol.20110922c | COMMUNICATION DISORD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