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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포네티브 스페이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포네티브 스페이스 PONETIVE SPACE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345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49.8506 www.ponetive.co.kr
세상 모든 것의 풍경들 ● 정광식의 돌 작업을 단순히 "세상을 조감하는 이야기"나 "속세를 벗어난 초월의 풍경"으로 읽는 건 일견 타당하다. 그러니까 그건 어느 정도만 맞는 얘기다. 정광식의 작업은 한국 미술의 지형 속에서 언급되어야 한다.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라는 국제 금융회사로 시작된 미국 발 경제위기와 최근 전 지구적 경제 불황의 여파는 한국의 미술 판까지 고스란히 냉각시켰다. 그 이전까지 전시만 하면 솔드아웃 되었던 젊은 작가들은 요즘 어디에 있는가. 키치적이면서 대중문화적인 이미지가 대세였던 지난 3년의 경향은 2011년 또다시 발생한 전 지구적 경제 불황의 여파 속에서 단순히 스타일의 차이만을 강조하는 불황의 이미지를 연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채색, 팝, 팬시, 일상의 이미지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한 건 1997년을 기점으로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흔히 민주화를 이루어내고자 노력했던 지난 80~90년대 미술은 거대 서사, 정치적 서사가 강조된 반면 1997년 IMF사태를 겪으면서 작은 서사, 즉 일상의 미학이 급등한다. ● 조각의 영역도 이러한 사회정치적 상황의 파장 안에 있다. 80년대와 90년대가 통일, 노동, 여성, 민주 등 거대서사의 이야기를 전통적 재료인 돌, 나무 등으로 구현했다면 90년 후반 이후엔 전통적인 소재를 벗어나 산업폐기물, 디지털, 설치라는 다양한 형식이 우세했다. 우레탄 도료를 입힌 채색 구상 조각, 만화나 대중문화 속 캐릭터의 짜깁기, 개념을 강조한 설치 등이 그것이다. 부화뇌동. 미술이 현실에 끌려가는, 그러니까 현실의 재현에도 못 미치는 이러한 미술계 상황을 정 광식은 "조감"하고 또 "초월"하고자 한다. 그의 이러한 시각적/심리적 풍경 조각은 그러니까 80년대 거대서사와 90년대 일상을 바라보는 양안(兩眼)인 셈이다.
오늘날 국제화된 미술 환경에서 스타일의 차이나 형식의 다양성을 변별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반대로 말하자면 세상이 그만큼 평평해졌고 이동이 쉬워졌단 뜻이다. 다 고만고만하다는 것이다. 네가 아는 건 이미 내가 알고 있기도 하단 뜻이다. 광역 정보망과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다. 2위 미국과도 편차가 엄청나다. 정보전달과 속도가 그만큼 빠른 셈이다. 또한 그만큼 정보에 의한 여론의 획일화도 심하다. 이렇듯 정보와 속도는 미술형식에도 영향을 미쳐 혼성, 유목, 정체성 등이 작품의 주제로 많이 떠오른다. 모두 속도와 이동과 관련된다. 세상이 평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로컬적 정체성, 감각적 스타일, 생태와 환경과 같은 지속가능성의 주제 등이 반대급부로 떠오르는 것이 요즘 한국 미술계의 대세다.
정광식은 이러한 현대문명의 속도성에도 제동을 건다. 그의 돌-평면-조각은 전통사회와 조각이라는 고유한 예술 형식이 가졌던 노동에 경배를 바친다. 속도성에 경도된 젊은 작가들은 전통적 형식보다는 개념적 형식에 많이 기운다. 전통적 형식은 느리기 때문이다. 또 돌을 다루는 작가들이 속도를 위해 돌 공장에서 손을 빌리지만 정 광식은 모든 작품을 혼자 깎고 만든다. 느리다. 느리면서 호흡이 긴 그의 돌-평면-조각은 그래서 고스란히 현대의 속도 문명에 딴지를 건 셈이 된다. 그의 돌-평면-조각은 그래서 세상을 조감하는 평면화이기도 하지만 현대문명의 자본을 향한 속도나 미술계의 부화뇌동을 견제하는 사실화이기도 하다. 세상을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자 하는 예술가의 고집스런 의지의 표상인 셈이다. ■ 정형탁
Vol.20110918e | 정광식展 / JUNGKWANGSIK / 鄭光植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