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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916_금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Insa Art Space of the Arts Council Korea 서울 종로구 원서동 90번지 Tel. +82.2.760.4722 www.arkoartcenter.or.kr
'풍경이 프레임에 갇혀 있다. 프레임화된 풍경들을 겹쳐 쌓는다. 프레임이 해체된다. 풍경이 유출된다. 붕괴의 잔해와 부산물들이 모여 제 2의 풍경을 만든다.'
1. '첩경' ● _일간지의 기사이미지 한 개를 하나의 단위로 설정한다. 사각의 형태로 '프레임화된 이미지framed-image'는 하나의 마디, 쇼트, 닫혀진 텍스트, 서사,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육체적 사건이다. 이미지 A 옆에 A에 조응하는 A'들을 덧붙이고 A'옆에 또 그와 같은 방식으로 A''들을 덧붙여나간다. A는 그 위에, 그 옆에 다른 이미지들이 덧붙여짐으로써 변이한다. 인터넷상의 댓글처럼, 모든 이미지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누적됨으로써 변이의 궤적을 남긴다. ● _각각의 이미지들은 투명하게 '오버랩'되는 것이 아니라 '불투명하게 겹쳐'진다. 즉, A'는 A를 덮어야만 보여지고 A를 보려면 다시 A가 A'위에 얹혀져야 하는 것이다. 하나의 표면 위에서 이미지들은 서로가 서로를 뒤덮어가며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한다. 이들을 한꺼번에 조망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부분적인 읽기만이 가능이다. 단편적, 단속적intermittent, 국지적 시선이 시선의 통합을 방해한다. ● _가장자리로부터 시작된 변이는 축적되어 전체 씬scene을 전혀 생소하고 이질적인 것으로 바꿔 놓는다. 그러나 완결된 씬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편집과 수정을 반복하며 무한 증식하는 표면이 있을 뿐이다. ● _이미지 A는 전후 좌우로 A'가 덧붙여짐으로써 기존의 좌표를 상실하고 흐름 속에 놓이게 된다. A는 유출되어 액체의 상태-유동적이고, 중립적이고, 비확정적인-로 존재하게 된다. A는 이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흐름 속에서 읽혀진다. ● _그러나 '이미지-흐름image-flow' 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고 번번이 차단된다. 이미지들간의 거친 이음매와 접혀진 지면의 물리적 굴곡이 흐름의 집중, 직강하를 허용하지 않는다. 프레임화하려는 힘과, 프레임을 해체하여 인접한 프레임과 연합하려는 힘이 반대로 동시에 작용하여 어느 쪽으로도 권력화되는 것을 방해한다. 한쪽에서는 지배적 관점과 논점, 중심과 시각을 만들어내고자 하고-권력화, 식민화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월담, 둑 허물기, 배수, 구멍 뚫기의 작업을 통해 탈-지배, 탈-식민, 탈-권력화 하고자 하는- 상반된 힘이 작용한다.
2. '유출된 풍경' ● _유출의 발원發源 현장을 좀더 근접, 세분하여 들여다본다. 이 작품에서 일간지는 더 촘촘이 겹쳐지므로 이미지는 1층 설치에서보다 더욱더 감추어진다. 그러나 부분이미지의 집적은 역설적으로 예상치 못한 경관을 폭로한다. 쌓아 올린 일간지의 단면에 적나라한 흔적을 남긴다. ● _시각적 유출과 개념적 유출이 중의적으로 이루어진다. 연결된 이미지는 적재된 신문의 물리적 몸체body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형태를 이룬다. 동시에 흐름 속에서 유실, 희석된 이미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혀진다.
3. '27개의 해와 달이 있는 풍경' ● _일간지를 접어 세워 전면에서 후면까지 늘어 세운 후 각 이미지가 연결되어 보이도록 전면에서 촬영한다. 촬영된 이미지를 압착한 틀을 전시장 여기 저기에 세워놓고 부분 조명을 설치한다. ● _여기서 빛은 공간을 인식시키는 도구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즉 이미지 속의 광원, 사진 틀 속의 외부 광원 1, 사진틀 밖의 외부 광원 2, 총 세 개의 광원이 존재하는데, 이는 곧 이미지 속의 공간, 사진 속에서 이미지들이 놓여있는 공간, 사진이 설치된 공간 세 개의 시공간을 드러낸다. 내재적 광원과 외부의 광원, 그리고 이미지 음영과 실제 음영이 뒤섞이며 착시를 일으킨다. ● _복수複數의 해와 달이 뜬다는 것은 여러 차원의 시공간이 공존함을 의미한다. 여러 차원이 공존하는 단 하나의 표면, 검은 패널, 모노리스monoliths. 우리는 여기서 프레임 외부를,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글의 행간, 만화의 칸새gutter 와도 같은- 를 읽는다. 이곳은 시공간의 공백이 만들어내는 무한대의 공간이며 사유의 근거지, 상상과 비약의 공간이다. ● _어두운 방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등신대의 또 다른 우리. 우리를 닮은, 그러나 다른, 좀더 어둡고 낯선 세계, 디스토피아. 일간지라는 또 하나의 근대적 권력, 시각 체계가 통제하고자 하는 무의식, 욕망, 생명력, 자연력, 어두움, 공포, 유령, 괴물, 꿈, 정체불명의 대상, 미지의 것, 돼지사체, 침출수, 용암, 물컹물컹한 것, 더럽고 추한 것, 피하고 싶은 것, 덮어두고 싶은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유출된 조각들-부유물, 부산물, 잔여물, 잔해, 잉여-이 만들어내는 제 2의 풍경. 곧 스러져 없어질, 폐기될 운명의, 하찮은 부스러기 이미지들의 출몰, 반복재생, 삭제된 파일의 복구. 일간지의 두께가 담고 있는 일회성, 가벼움과 이미지의 영속성. ■ 조경란
Vol.20110913d | 조경란展 / CHOKYUNGRAN / 趙京蘭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