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사건사고

문지현展 / MOONJIHYUN / 文智賢 / painting   2011_0914 ▶ 2011_0925 / 월요일 휴관

문지현_불가피한 사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1

초대일시 / 2011_0914_수요일_06:3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디 SPACE BANDEE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9-44번지 Tel. +82.51.756.3313 www.spacebandee.com

작업의 소재로 생각한 것은'사고'의 재현이다. '사고'는 평시에 없는 뜻밖에 일어난 일이다. 왜 사고의 찰나에 집착하는가? 그것을 되물어 보았다. 몇 년 전에 처음 느껴 보는 통증이 있었다. 병원에 가보고 나서야 통증의 원인이 3밀리의 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우 3밀리의 돌 때문에 그렇게 아팠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어떤 정점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부서지기도 한다는 것을 지각하게 되었다. 즉 먼지와도 같은 것이 삶을 크게 흔들어 놓기도 하고 때로 삶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 개인적인 사고를 계기로 주위의 여러 사건 사고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고를 두려워하며 피하고 싶어한다. 피하고 싶어하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사고의 순간에 밀착해 보려고 한다. 이 순간이 작게는 물을 엎지르거나 발목을 접지르는 것부터 크게는 옆 나라의 원전사고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늘 일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이 못 본 채 지나치는 것,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을 캔버스 위에 재현한다. ■ 문지현

문지현_세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1
문지현_세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_91×116.8cm_2011
문지현_세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30.3cm_2011

문지현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캔버스 안에 함께 배치한다. 그녀에게 이 이질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 즉 작은 세계는 '방'이다. 「세계Ⅰ」과 「불가피한 사고」 라는 제목의 시리즈 작업들이 있는데 이 둘을 연결해주는 것은 '방(내부)'이라는 장소다.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나 혹은 상상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방 안'에는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녀에게 방은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작은 우주이다. 그 '세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녀가 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 방안은 외부가 침투하는 혹은 외부와 만나는 장소이다. 이 '방(들)'은 아늑하고 편안한 장소가 아닌 균열과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는 흥미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 세 점의 아크릴 작업 「세계Ⅰ」과 다섯 점의 아크릴 작업 「불가피한 사고」는 '방'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될 수 있지만 다른 층위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세계Ⅰ」 연작들은 방으로 재현된 '세계'를 상징이나 추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불가피한 사고」는 전시명인 "사건사고"의 순간들과 좀 더 맞닿아 있는 구체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따라서 「세계Ⅰ」은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순간보다 작가가 상정한 근원적인 어떤 세계라고 볼 수 있다. 사각의 방(들) 안에는 불덩어리나 물, 대지, 폭발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들이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방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는 명확하지 않다. 혹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의도적으로 연필의 스케치 흔적을 많이 남겨둔 것 완성하려하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그녀에게 이 세계는 결국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으로 내부가 폭발하거나 온전하지 않은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지현_불가피한 사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1
문지현_불가피한 사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1
문지현_불가피한 사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1

「불가피한 사고」라는 제목을 하고 있는 다섯 점의 회화 작업들은 모두 '방 안'에서 일어난 어떤 순간(사건)을 포착한다. 비가 많이 와서 방 안에 물이 고이고, 천장으로부터 물이 흘러 내리지만, 한 남자는 흘러내리는 물을 담담히 받아들고, 뒷모습으로 그림을 그리는 여자 또한 담담하게 그림을 그린다. 물은 넘실거리지만 극적이지 않다. 이는 빙하가 녹아서 물이 방안을 서서히 잠식해 가지만 식탁에 앉아 무관심하게 응시하고 있는 인물 작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조금은 극적인 순간을 담아내는 작업들도 있다. 파도가 밀어닥치지만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인물이나 책장이며 침대가 쏟아져 내리지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누워 있는 인물을 그린 작업은 사건을 좀 더 극적으로 재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불가피한 사고」연작에서 드러나는 이 풍부한 이야기들이 결코 초현실적인 몽환의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상상들이 넘쳐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사건사고는 현실을 넘어서는 환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과 긴밀하게 밀착된 또 다른 현실 세계가 된다. 이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들은 천정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물, 방바닥을 덮은 물, 파도가 몰려오는 순간, 빙하가 녹아 방안을 서서히 채워가는 순간들까지 도처에 널려 있는 사건사고들이 방안에서 시각화되는 순간을 담아낸다. 그런데 급박한 순간이나 불안한 순간에서 발생하는 공포를 담아내거나 자연의 재해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인간의 모습은 아니다. ● 어쩌면 이것들은 그녀가 생각하는, 알고 있는, 살아갔던 방이 사실은 그녀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에, 그녀는 현실의 삶(들)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질적인 것이 함께 있지만 그것이 전혀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구성한 것은 아닐까. 일상은 대개 반복이며 안정된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렇지만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그 순간들이 매번 같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매순간 발생하는 사건들을 지나쳐 가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의미화 되는 지점이 있다. 이 순간은 분명 전환이나 변화의 계기가 된다. 이 순간들이 두려움이나 공포의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방들은 보여준다. 나와 외부 그리고 세계, 이 관계들이 구성되는 방(들), 두려움과는 무관한 오히려 호기심 어린 장면들. 알 수 없기 때문에 세계에 대해 명확할 수 없는 태도들, 그녀에게 혹은 우리들의 세계. 하지만 그 세계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두렵지 않은, 아니 그것을 통해 다른 현실 세계로의 이행이 가능할 수 있다면. 그것이 손이 미끄러져 물이 엎지러지는 아주 작은 순간이라도 말이다. ■ 신양희

Vol.20110910b | 문지현展 / MOONJIHYUN / 文智賢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