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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공휴일 10:00am~05:00pm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KEPCO ARTCENTER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 Tel. +82.2.2105.8190~2 www.kepco.co.kr/gallery
전미경은 빛이다 ● 관자(管子)는 물이 "만물의 근원이며, 아름다움과 추함, 어짊과 못남, 우둔함과 현명함을 낳는 곳"이라 했다.(管子 水地 제39, 水者何也 萬物之本也 諸生之宗室也 美惡賢不肖愚俊之所産也) 서양 철학자 탈레스(Thales)도 "생명이 있는 일체의 것은 물에서 생겨났다"고 했다.(www.iep.utm.edu/thales/) 이 뛰어난 서양 철학의 창시자는 벌써 오래 전 물에서 영원성(永遠性)과 자동성(自動性), 그리고 변화성(變化性) 자체를 이미 간파했다. 오행에서 물은 음(陰)을 상징하며 오행의 근원이다. 만물을 거두어서 간직하는 장소이다. 정신의 창고이며, 생명과 형체의 본원이며, 통일과 분열의 기반이다. 하루 중 물은 밤이다. 바다는 샘이 깊은 물에서 나와 세상의 온갖 것을 다 안고 "내(川)가 되어 간 곳"이다.(용비어천가) "하늘의 연못이자 수백의 하천을 받아들이는 곳이다".(說文解字, 海, 天池也, 以納百川者.)
전미경의 바다는 세상의 모든 것을 합일하는 매개체이다. 역사 속에 매몰되었거나, 여전히 살아있거나 한 모든 것이 녹아 있는 물이고, 인간적이던 비인간적이던, 문명화되었던 그렇지 않던, 불순물이던 아니던,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상이 녹아있는 그리고 세상에 있는 그대로의 물이다. 참을성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거대한 힘을 가진 물, 작가는 그런 바다를 화면에 불러놓았다.
그리고 그 물에서 빛의 이미지를 받아서 반사하는 거울로써의 바닷물을 다시 보여준다. 물-거울의 이미지는 나르시스 신화에서부터 등장하는 오랜 주제이다. 그러나 거울처럼 사물을 반영하는 고요하고 투명한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다. 화면에서 보는 바다는 그런 주변의 단순한 반영만은 아니다. 그 속에 끝없는 움직임과 온갖 사물이 모두 들어 있는 이미지이다. 바다 자체가 스스로의 움직임을 가지고 끊임없이 복잡다단한 주변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작가는 물이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없고, 항상 형태를 바꾸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래서 물에 부딪혀 반사되는 빛을 다시 그렸다. 이때 물과 빛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처럼 수극화(水剋火)하던 그런 물과 불의 관계가 아니다. 빛으로 화(化)한 불이 물속에 들어가 다시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 불이 빛으로 바뀌면 무수히 많은 빛의 입자들은 세상 어디든지 침투하는 법이다. - 음과 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모습이다. 작가의 무의식이라 할 수 있는 물과, 작가의 정신활동인 불이 서로 상호 보완하여 물-빛이 되어버린 그런 상태이다. 물이라는 어둠에서 빛이라는 밝음으로 가는 이동의 상태가 아니라, 작가의 무의식과 의식, 내면과 외면이 합쳐진 화합의 상태이다.
월인천강, 일인만해(月印千江, 日生萬海) 달은 즈믄 가람을 비추고, 햇빛은 일만의 바다에 살아있다. 화면에 드러난 바닷물에는 물이 가진 본연이 여전히 살아있다. 색감이 짙은 곳에서는 세상을 살아온 모습이 보이고, 넘실거리는 물의 출렁임에서 물은 육감적이고, 욕정적이기 조차 하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부분에서는 희망과 이상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게 다 섞여있는 것이 바다 아닌가. 또한 이렇게 충실히 사실성을 반영하는 것이 그가 원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거부' 아닌가. 게다가 한 곳에 집약시킨 지극한 사실성은 오히려 추상미마저 더 돋보이게 한다. 정말로 '자연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자연을 본' 것이다. 끝없이 움직이며 세상의 모든 것이 섞여있는 바닷물에서 작가가 자신의 내면과 무의식 그리고 현실세계를 발견했다면, 이제 그는 물과 화합하여 어우러진 빛에서 자신의 작품을 발견한 게 된다. 오랜 사색과 방황을 지나 세상과 자연이 다 녹아 있는 그대로의 바다와, 그 속에서 나온 생명과 다생윤회(多生輪廻)(다생윤회: 생사를 거듭하여 윤회하는 일)의 빛이다. 작가가 가져온 빛이다. 어차피 동양에서 "빛(光)이란 사람이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불"(빛 "광(光)"자의 갑골문이나 금문을 살펴보면 사람이 불을 들고 온 모습이란 걸 알 수 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밝음이다. 사람의 위에 있는 불에서 나왔다, 광명이란 뜻이다. (明也. 从火在人上,光明意也)"라 했다.)이 아닌가? 이 빛을 작가가 바닷물에 가져왔다. 그래서 전미경은 빛이다. ■ 안국진
Vol.20110909d | 전미경展 / JEONMIGYEONG / 全美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