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NANJI ART SHOW Ⅷ

Bring into the WORLD展   2011_0908 ▶ 2011_0924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1_0908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Marie Lelouche_오정선_위영일_이재훈_임승천

공동기획 / 오정선_위영일_이재훈 임승천(5기입주작가)_Marie Lelouche(국외단기입주작가) 기획협력 / 김성우(독립기획자) 주최 / 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02:00pm~06:00pm/ 월요일 휴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갤러리 NANJI GALLERY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Tel. +82.2.308.1071 nanjistudio.seoul.go.kr

전시의 주제인 'Bring into the World'는 '(아이)를 낳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흔히 우리는 '작품은 작가에게 있어서 자식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것은 작품이 작가 개인으로서의 역사를 내포하는 동시에 그들의 발언이 동시대적 확장을 시도하는 시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가들은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란 이름의 세상에 존재하는 현상이나 이념, 혹은 조금 더 구체적인 개인적 삶의 일부까지 모든 것을 작품의 소재로 한다. 그들이 선택한 소제는 예술적 언어로 섞이고 버무려져서 결국엔 그들 고유의 네러티브를 가진 조물로서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기존에 존재했던 시각적 사유체계는 해체되고 새로운 시각적 형식으로 창조되거나, 개인의 역사 속 형성된 비전은 작품 속 네러티브를 구성하기 위한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창조한 작품을 통해 현실에 대한 비평적 관점을 제시하며, 더 나아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비판적 시선을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동시대 예술로서의 유효한 소통의 지점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 본 전시는 작가들의 발언이 작품 속 개인의 논리를 넘어 동시대적으로 유효할 수 있는 지점을 조명하고자 한다.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표피에 드러나는 시각적 현현 그 너머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네러티브이며, 그것이 동시대적 당위성을 획득하는 지점인 것이다. 넬슨 굿먼(Nelson Goodman)은 세계는 온전히 누구에게나 절대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 믿음 등에 의해 버전화 된다는 버전의존적 세계관을 역설하였다. 예술가 역시 예술가라는 타이틀 이전에 현실을 겪으며 살아가는 보편적 개인으로서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처럼 예술가 역시 본인만의 경험적 집합이 만들어낸 가치관이나 관점, 신념이라는 개인적 시선에 의해 버전화된 고유의 세계관을 지니는 것은 자명한 논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적 팩트로서만 존재할 수도 있었던 세상을 향한 논리는, 동시대 현상에 그 무엇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예술'이라는 가장 창조적인 기제를 구동하며 삶을 유지해온 예술가에 의해 구축된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획득한다. 동시대의 예술이라는 것은 그 존재의 근거상 기존의 사유적 체계, 사회적 통념 등 이미 구축되어있는 프레임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담보로 하며, 원칙과 규율에 온전히 몸 기대어 쉴 수 없는 끊임없는 저항의 행위이다. 그리고 예술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현실이라는 개인적 삶에 부대끼면서도 그러한 예술을 몸소 실천하는 행위자이다. 그들은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진실을 바라보기 위해 지난한 성찰의 과정을 수행하며, 자신이 처한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통찰이라는 시선의 날을 다듬는 비평적 사유의 선각자인 것이다. 이것이 개인적 사담으로서 존재할 수도 있었던 그들의 발언을 동시대적 의미를 지닌 예술가의 창작행위로 치환시키는 지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적 실천행위를 수행하는, 어떠한 형태로든 발언을 유지하는 예술가들이야말로 현실에 대한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 본 전시에 참여하는 다섯 작가들이 창조해낸 작품의 네러티브는 동시대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맥락에 대한 작가 고유의 관점을 통해 실체를 드러내며, 현실의 파편들을 자양분으로 생성된 것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자신만의 네러티브를 간직한 채 태어나지만, 이는 현실과 유리된 채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존재하는 방식은 현실의 그것과 지극히 닮아 있으며, 그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의 맥락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Marie Lelouche_Untitled(still a life- landscape)_나무, 실리콘, 피그먼트, 색연필_가변설치_2011

마리 르루슈는 작가 자신을 직접 낯선 지역, 문화, 공간, 상황 등에 노출시킨다. 그는 이방인으로서 이질적인 환경이나 문화를 해석하고 납득하기 위한 지점을 탐색해나간다. 그가 느꼈던 육체적 불편함과 정서적 충돌은 그만의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정재방식을 통해 드러나며, 공간 안에 재구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환경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기존의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심리적 연결고리를 구축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회의 풍경을 정물화(靜物化) 한다. 단일한 색감의 채도변화를 보여주는 벽화는 우리사회의 표면을 덮고 있는 색채의 변용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의 대안을 제시하며, 작가가 선택한 오브제들은 복제되고 서로 결합됨으로써 주변에 대한 시선의 적절한 거리를 확보한다. 그리고 이러한 오브제와 벽화는 다시 좌대 위에 재배열되고 벽면을 장식함으로써 '풍경의 정물화'를 위한 과정을 완수한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감흥을 줄 수 없게 되어버린 우리 주변의 사회와 자연, 공간과 풍경은 작가가 설정한 요소들의 결합과 변용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정서를 일깨워 줄 것 이다.

오정선_getting to know(here)..._프린트_가변크기_2011

오정선은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한다. 그가 주목하는 관계는 단순한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상황, 공간, 주변의 사물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모든 것에 시선을 맞춘다. 작품 속 그것은 작가 개인이 겪는 관계와 소통에 대한 얘기이며, 동시에 관객을 적극적으로 작품 안에 수용하고 상호작용을 유발함으로써 보편적 개인의 차원으로 확대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개인과 공간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의 작업 속에서 개인과 공간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한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 중 하나인 「거울 속의 거울」은 거울의 반사속성을 활용하여 또 하나의 눈, 3인칭의 시점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공간의 범위와 한계를 늘려주며 공간 안에 속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출품작 「how get to know…」는 전시장의 물리적 치수를 작가 개인의 신체를 대입하여 측정하고, 공간 안에 그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정형화된 인식을 넘어 새로운 인식과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는 마치 개인과 특정 공간이라는 한정적인 관계에 대한 시선을 넘어, 개인은 그 주변과의 필연적인 상호관계에 의해 존재함을 은유하는 듯 하다.

이재훈_인공폭포(ARTIFICIAL FALLS)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1_부분

이재훈은 사회 관계에서 발생하는 현상, 가치 체계, 사회적 구조 등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는 개인의 감정이나 개성, 정신 등 인간 본연의 개별적 가치는 배제된 채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통념과 그 가치에 대해 비판한다. 이를 위해 그는 프레스코 기법을 차용하여 기념비를 제작한다. 실체의 부재를 이면에 간직하면서도 집단의 이상과 선전을 위해 세워진 기념비는, 인간 개인으로서의 본질은 무시하고 사회적 가치척도에 의해 개인을 분류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메타포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사회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순을 비판했던 기존의 작업과는 다르게 '지식의 과잉'이라는 하나의 모티브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지식이라는 무형의 가치에 형체를 부여함으로써 시각적으로 표면화 시킨다. 작품에서 투명PVC관 속에 흐르는 텍스트들은 서로 얽히고 꼬이거나, 넘쳐 흐름으로써 지식의 본질적 가치는 상실한 체 과도한 형태만을 드러내기에 급급하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Quick action on the excess – 과잉에 대한 신속한 조치」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비판적, 비선별적으로 범람하는 모든 '과잉'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예술가로서 그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각적 조치일 것이다.

위영일_백살마녀를 위한_스텐리스 스틸, 청소용 빗자루, 자전거부품_69×178×25cm_2011

위영일은 세상에 산재하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욕망에 대해 얘기한다. 그는 욕망이 존재하기 위한 결여와 결핍의 생성구조를 드러내며 자신이 상정한 세계에 서식하는 다양한 존재들을 통해 그 욕망의 끝을 비춘다. 그가 상정한 세계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욕망에 의해 비롯된 세계이며, 정형화되지 않은 형식과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코드, 풍자적 어법에 의해 구현된 캐릭터들이 그들만의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일견 유쾌하고 화려한 외형을 지닌 채 즐거움만이 가득할 것 같은 그들만의 세계는 역설적으로 현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모든 욕망의 비루하고 남루한 속성을 투영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자신이 직접 동시대에서 포착한 일곱 가지 욕망 중 한가지인 '장수욕망'을 작가 특유의 조형어법으로 비틀고 조롱한다. 전란이 잦던 시절 장생불사를 표상하는 열 가지 물상(物象)을 통해 장수를 기원하고 현실을 탈피한 이상향을 꿈꾸며 제작되었던 십장생도에 작가가 선택한 여덟 가지 물상이 더해진 「십팔장생도」, 자전거와 플라스틱 빗자루의 조합이 만들어 낸 새로운 운송 혹은 운동 수단 「백살 마녀를 위한」, 그리고 작가가 상정한 가상의 미래세계에서 그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국가 주도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의 흔적을 실체화 시킨 「75세 영광사」는 장수를 향한 현대사회 속 개인의 몸부림을 희화화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잉여장수욕망에 일침을 가한다.

임승천_유랑 wandering_혼합재료_450×220×220cm_2011

임승천은 자본주의라는 욕망의 전차에 의해 끝이 보이지 않는 질주를 하는 현대사를 특유의 서사적 구조를 통해 드러낸다. 끝없는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파국적 암시, 디스토피아적 상황의 극적 연출 방식과 매 전시를 관통하는 서사의 연결고리는 동시대의 표피에 드러나는 현상적 차원을 초월하여 그 안에 존재하는 사회적 구조와 이 사회의 종착점에 대한 질문을 유발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서커스 유랑극단의 무대적 연출이 돋보이는 거대 설치작품을 선보이는데, 그 안에는 삼단으로 이루어진 단상 위에 인물군상들이 배치되어있다. 이러한 단계적 구조와 그 위의 군상들은 동시대의 사회적 구조를 암시하며, 시각적 착시효과를 이용한 초기 애니메이션 장치인 조트로프(zoetrope)기술이 작품에 적극 차용됨으로써 각각의 군상들은 서로 분리된 형상이 아닌 춤을 추는 듯한 하나의 모션으로서 더욱 극적인 효과를 지니게 된다. 노동의 가치를 몸소 느끼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기대에 서로 맞추어 춤을 추는 것만 같은 그들의 몸짓은, 현대 사회의 욕망이 만들어낸 모순을 은유하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 예술가라는 존재가 만들어낸 세상은 현실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보편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과정을 통해 비평적 시선의 거리를 유지하며 재현된 세상이다. 본 전시의 의의는 예술에 의해 재현된 그들의 세상이 동시대적으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이유가 표피에 머무르는 형식적 미감이나 방법론적인 접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부 깊은 곳에 태생적으로 간직하는 고유한 네러티브에 있는 것 임을 환기시킴에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세상에 잉태한 작품들의 태생적 근거와 동시대적 소통의 지점을 모색하며, 그 시선에 기대어 현실을 마주하는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성우

Bring into the WORLD展_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갤러리_2011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5기 입주작가 기획전시 『2011 NANJI ART SHOW』를 개최합니다. 전시는 현재 입주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입주기간이 끝나는 10월말까지 10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됩니다. ■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Vol.20110908b | Bring into the WORLD展-2011 NANJI ART SHOW Ⅷ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