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꿈'

인권재단 사람 기획展 2011   2011_0908 ▶ 2011_0919 / 9월12일 휴관

김용태_DMZ_C프린트_160×378cm_198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요배_김봉준_구본주_김용태_김정헌_노순택_류연복_류준화_민정기 박불똥_박영균_박종해_손장섭_신영복_신학철_오 윤_이윤엽_이응노 이종구_이철수_임옥상_최병수_최평곤_홍선웅_홍성담_황재형

후원/협찬/주최/기획 / 인권재단 사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9월12일 휴관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제1전시장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화가는 화폭에 씨를 뿌리고, 땀으로 물감을 풀어내 길을 내고, 고독으로 환을 치는 일을 거듭한 뒤라야 가을걷이를 할 수 있다. 안료가 잘 녹지 않으면 눈물을 섞어야 한다. 붓이 짧을 때는 머리털을 뽑아 심는다. 바람이 불지 않은 날에는 한숨을 길게 내뿜어 산과 골과 능선이 꿈틀거리도록 이내 두어야 한다. 조각가의 칼끝 또한 봄날 쟁기질을 닮을수록 생기를 얻는다. 모든 캔버스는 작가에게 들이자 대지다. 대중은 현실의 대지에서 살아간다. '대지의 꿈'은 21세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현재와 꿈에 관한 서사적 화폭이다. 태백에서 제주까지, 갑오년 동학에서 대추리, 이태 전 용산참사까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한국의 서사적 조형언어는 대지 어디쯤에 이르렀을까. 그 대지의 그늘진 곳, 가장 후미진 구석에 깃든 존재들이 있다. 인권은 거기에 사람꽃을 피우고자 하는 일이다. 이들이 모여 일꽃 문화꽃을 창조해내는 집을 짓고자 한 지는 오래 되었다. 이들 또한 '대지의 꿈'을 이뤄내고자 하고 있다. ● '대지의 꿈'은 26명 화가, 인권재단 사람 등 여러 대지에 나타난 손길과 숨결과 꿈으로 비손하여 여기에 이르렀다. 시대의 캔버스 안쪽, 그 대지로 손님들을 부른다. ■ 서해성

구본주_갑오농민전쟁_브론즈_2,600×1,200×2,670mm_1994(2004년 브론즈 캐스팅)
박불똥_코화카염콜병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cm_2010

실천적 몽상가들의 아름다운 동행, 대지의 꿈 ●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해온 인권운동단체인 "인권재단 사람"과 한국의 대표적인 리얼리스트 예술가들이 만났다. 삶의 예술, 진실의 예술을 추구하는 리얼리스트들의 꿈은 "인권재단 사람"이 걷고 있는 사람 사랑의 큰 길과 맞닿아있다. 이 전시 『대지의 꿈』은 오랜 시간동안 예술과 사회, 예술과 인간 삶의 접점을 모색해온 예술가들이 "인권센터 사람"의 설립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마음을 모은 연대의 실천이다. 26인의 참여작가들은 이 전시를 통해 인권센터 설립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나아가 물적 토대 구축을 돕기 위해 자신의 대표작들을 출품했다. 인권운동의 지평 확산에 공감하는 리얼리스트 예술가들과 "인권재단 사람"의 실천가들이 함께 꾸는 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다. 이들은 대지를 꿈꾸는 현실 지평 위의 몽상가들이다. 여기 어머니 대지를 꿈꾸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만남이 있다. ● 나아가 이 전시는 26인의 참여 작가 작품을 통해서 한국의 리얼리즘 시각예술의 면면을 가늠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1980년대 민중미술 계열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다수는 '현실과 발언'이라는 대표적인 리얼리스트 그룹에서 활동했다. 또한 '광주자유미술인협회', '임술년', '두렁' 등의 그룹 활동을 통해서 민중미술 운동을 주도해온 대표적인 작가들도 많이 참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시의 출품작들이 회고전 분위기의 구작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이응노나 오윤, 구본주 등 몇몇 작고 작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근작들을 출품했다. 따라서 이 전시는 1980년대 민중미술 계열의 리얼리즘 예술가들의 현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요컨대 이 전시는 민중미술 계열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한국 리얼리즘 시각예술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긴 세월동안 한결같이 현장을 지키며 인권운동에 투신해온 활동가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전시에 참가한다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가치지향을 나누는 실천이다. 이 전시는 199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후배세대들을 통해서 이들이 이어오고 있는 예술적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최평곤이나 류준화, 박영균, 이윤엽, 노순택 등 40대 작가들의 작품세계는 민중미술 이후의 리얼리스트들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해준다. 이들 젊은 세대 리얼리스트들이 선배 세대들과 공유하는 지점은 민중미술이나 리얼리즘으로 분류되는 시각예술 흐름의 동질성만이 아니다. 이들이 인권운동가들이나 선배 세대 리얼리스트들과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시각예술 내적인 맥락뿐만 아니라 그 외부와의 관계, 즉 삶의 지평 속에서 예술적 실천을 모색하며 나눔의 정신을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신학철_한국현대사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1

출품작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유형별로 나눠보다면, 가장 눈에 띄는 작품들은 '뜻을 담은 풍경화들'이다. 강요배와 김정헌, 민정기, 손장섭, 이종구, 황재형 등은 민중미술 1세대로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풍경을 담는 회화작업을 통해서 예술세계의 일관성을 지켜오고 있는 예술가들이다. 금강산 풍경 연작을 출품한 강요배가 특유의 거칠면서도 깊은 서정성으로 풍경의 단면을 포착했다면, 민정기의 회화는 땅과 삶의 정서를 단단하게 담아내고 있다. 김정헌의 회화는 유머와 냉소의 서사를 함께 담은 정치적 풍경이다. 손장섭은 꿈틀거리는 붓질의 울림으로 독창적인 스타일을 일군 풍경화를 출품했다. 이종구의 경주남산 풍경은 검푸른 하늘과 달빛, 그리고 산야의 선율 속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담았다. 황재형은 태백에서의 삶의 체험을 토대로 한 붓질과 색채의 맛이 잘 살아있는 회화를 출품했다. ● 사물이나 상황을 초현실적인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들로는 김용태와 임옥상, 박불똥, 박종해, 신학철 등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김용태는 미군부대 준변의 기념사진들을 모아 분단현실을 속살을 드러낸 기념비적인 작품 「DMZ」를 선보인다. 임옥상은 코나 귀와 같은 인간신체의 부분과 꽃 이미지를 결합한 근작을 출품했다. 박불똥은 코카콜라와 화염병을 결합한 자신의 대표적인 사진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옮겨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박종해는 특유의 엷은 수채화로 거대한 구조 속에서 꿈틀거리는 인간존재를 담고 있다. 4대강 공사 현장과 쇠고기파동 등의 왜곡된 현실을 합성한 신학철의 회화 또한 동시대의 난맥상을 집약한 초현실의 세계이다. ● 민중미술의 중요한 화두였던 전통적 미감의 동시대적 재생이라는 관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품들도 많다. 이응노와 오윤, 신영복, 김봉준, 홍성담 등의 공통점은 모필이나 수묵, 채색 등의 전통을 각자의 어법으로 재생했다는 데 있다. 이응노의 1987년 작 「군상」은 사회변혁의 에너지가 넘쳐났던 1980년대의 거리 풍경을 역동적인 운필로 표현한 작품이다. 오윤의 걸개그림 「통일대원도」는 전통회화와 현대미술을 접목하고자 했던 그의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신영복은 이번 전시에 출품하기 위해 새로 쓴 서예작품 「세계인권선언문」을 선보인다. 김봉준은 붓그림의 맛을 살려 글과 그림을 한 폭에 담아 복지의 시대정신을 표현했다. 홍성담은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도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회화 「도시 텃밭 농부」를 출품했다.

오윤_통일대원도_유화(걸개)_349×138cm_1985

민중미술 목판화의 옛 기억과 더불어 동시대의 감성을 살린 근작들도 여러 점 있다. 이 작품들은 민중미술의 시대 이후 지금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목판화라는 장르의 독특한 매력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게 해준다. 80년대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정서적 공감대와 에디션의 미덕을 가진 목판화라는 장르의 특성은 이번 전시가 품고 있는 나눔과 연대의 정신과 잘 맞아 떨어진다. 류연복과 이철수, 최병수, 황선웅 등이 그 작가들이다. 류연복은 목판의 질감과 목판각의 맛을 살린 대작목판화를 출품했다. 이철수는 목판각의 묘미와 화면구성의 절제미, 그리고 서사 구성의 힘을 겸비한 목판화 작품 여러 점을 출품한다. 최병수는 심플한 형상을 목판화의 맛과 결합한 작품 두 점을 선보인다. 홍선웅의 연작 두 점은 문자와 선묘, 색채를 결합하여 독도의 서사를 담고 있다. ● 민중미술의 시대 이후의 리얼리스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작업들 또한 한국 리얼리즘 시각예술의 지평을 살펴보는 데 매우 중요한 작품들이다. 최평곤은 거대한 대나무조형물을 통해 공공장소를 시각적으로 환기하면서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구본주의 기념비적인 대작 갑오농민전쟁은 1980년대의 사회변혁 에너지를 대변하는 걸작이다. 류준화는 문자도와 만화 캐릭터 등의 다양한 도상들을 차용해 독창적인 스타일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박영균은 동시대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을 만화와 인형이 등장하는 팝아트 양식으로 보여준다. 용산참사 현장을 재구성한 이윤엽의 목판화는 현장예술가의 면모를 확인하게 해준다. 촛불의 현장을 담은 노순택의 작품은 기록의 힘과 표현의 묘미를 절묘하게 공유하고 있다.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여기 사람 있다". 20년 세월의 간극을 넘어 아직도 이 두 문장을 떨칠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1980년대에 들었던 정태춘의 노래를 21세기 동시대에 이윤엽의 걸개로 다시 보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둘 사이에는 청각언어와 시각언어라는 기표의 차이가 있을 뿐 그 속뜻은 같다. 노래와 그림뿐만 아니라 시와 춤 등 우리 시대의 수많은 예술은 이렇듯 척박한 현실을 담아왔다. 리얼리스트의 이름으로 현실에 발을 디디고 서서 현실 너머 초현실을 노래하는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인권운동의 실천가들 또한 현실의 지평에서 서서 현실 너머의 탈현실의 세계를 추구한다. 예술가들과 인권운동가들에게는 공히 실천가로서의 면모가 있다. 이들은 늘 연대해왔다. 담론적인 실천행위인 예술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실천행위인 인권운동과 동행해온 짧지 않은 역사가 이렇듯 가슴 따뜻한 만남을 낳았다. 여기 어머니 대지를 꿈꾸는 실천적 몽상가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다. ■ 김준기

Vol.20110908a | '대지의 꿈'-인권재단 사람 기획展 2011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