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1 이랜드문화재단 작가공모展
주최,기획 / 재단법인 이랜드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이랜드 스페이스 E-LAND SPACE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2.2029.9885
낯설게 바라본 도시풍경-박재영의 사진작업 ● 박재영작가는 원래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각을 공부한 작가다. 그런데 학부시절 내내 조각작업이 주는 육체적인 피로감이나,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혹은 현대미술의 거대담론 등이 작가에게는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고, 결국에는 창작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취미로 사진촬영과 원본사진을 이용해 컴퓨터프로그램으로 이미지를 변형시키기 등의 놀이를 시작했는데, 이것은 유희적인 차원을 넘어서 현재의 방대한 사진작업으로 지속되고 있다. 힘을 빼야(?)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듯이, 뭔가를 창조해야 한다는 생각자체를 지워내고 몰입할 때만이 진짜 작업이 나오는가 보다. 또한 입체조각 작업과는 대조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가 주는 '리얼리티(reality)'와 신속하게 작가의 표현 욕구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박재영작가를 사진작업으로 빠져들게 한 것 같다. 이러한 그의 사진작업은 2007년경부터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대개가 도시인의 삶, 혹은 그 주변을 둘러싼 일상의 풍경을 담아낸 이미지들이다.
Moving Image ● 박재영의 사진작업은 크게 세가지로 그 형식을 정리해 볼 수가 있다. 첫번째는 'Move(움직임)'을 테마로 제작된 것인데, 디지털 사진의 원본을 기반으로 이미지 보정을 통한 시리즈작업이다. 이러한 사진들은 거대도시인 서울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들로,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장소,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역사, 명동의 거리, 혹은 도심의 도로를 내려다본 모습을 촬영한 것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장소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은 상태로 다량(보통 200~300컷)의 사진을 촬영한다고 한다. 이때 날씨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노출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들은 다시 한 화면에 모여 색의 재구성을 통해 한 장의 사진으로 완성하게 된다. 이러한 촬영과 보정과정의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사진작업은 박재영에게 하여금 몰입의 기쁨을 준다고 한다. ● 시간의 흐름에 따라 포착된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수없이 반복되는 사물들의 이동 흔적은 아련한 이미지로 나타나는데, 실체없는 환영처럼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시간성이 내재된 사진을 통해, 작가는 특정한 공간 안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소통과 충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특정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지켜보면서, 도시 일상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도시풍경에 나타난 사람들의 아련한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쫓겨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기억을 들춰내기도 하고, 작가 개인의 삶의 기억들을 반추하기도 한다.
회화적 사진, 감성적 사진 ● 두번째 박재영의 사진작업 역시 도시의 풍경을 기록한 것이다. 청계천이나, 충무로, 을지로, 종로 등의 점포를 찍은 것들인데, 이때 박재영작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들은 대개가 악기, 전자제품, 공구, 소형기계 등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의 모습이다. 매끈하게 정리되고 포장된 거대 도시 서울의 또 다른 이면에는 이처럼 너저분한 근대화의 은폐된 공간이 공존하고 있음을 작가는 포착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대한 도시빌딩 사이로, 나지막한 상점에 진열된 어수선한 물건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의 모습을 은유하는 듯이 보인다. ● 카메라의 렌즈에 맺힌 다양한 사물들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여러 색채가 덧발라지게 된다. 마치 화가의 손에 의해 캔버스에 물감이 칠해지듯, 박재영작가는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이 선택한 이미지 소스에 리터칭(retouching)작업을 통해 자신의 창작욕구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때 화면 전체에서 몇몇 사물이나 건물의 색을 강조하거나 특정한 색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화면이 좀더 생동감 있게 변모하게 된다. 그러니까 작가는 그림을 그리듯이 카메라로 창작 욕구를 표현하고, 감성적이고 회화적인 사진을 연출하고 싶은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작업은 회화적인 요소가 더욱 부각되며, 감성적인 사진으로 다가온다.
어떤 낯선 도시풍경 ● 마지막으로 박재영의 사진작업들은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변형, 반복, 혹은 왜곡을 통해 낯설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가는 도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지하철 플랫폼의 이미지를 찍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변형시키며, 여러장 나열된 화면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사진은 원본사진이 주는 밋밋한 단조로움을 넘어서, 낯선 이미지로 재탄생 되게 된다. 그러니까 일상의 삶이 원래가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지지만, 이 반복되는 일들은 때로는 낯설게 느낄 수도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겠다. 반복 나열로 조형성을 탐구하는 이러한 사진작업은 단순할 수도 있지만, 가볍고 유쾌하게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신선한 점이 있다. ● 또한 작가는 간판과 네온사인이 넘치는 도시의 풍경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사진들은 원본사진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왜곡되었는데, 웃는 모습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초현실적인 공간이 되기고 하며, 그 형체를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사물이 되기고 한다. 이러한 작업은 작가의 의도가 배제된 채, 지극히 유희적인 세계로 감상자를 인도하고 있다.
박재영의 이러한 세가지 형식의 사진작업들은 그 이미지가 각기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그 안에 내포된 작가의 감정들은 동일한 선상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도시에서 지나다니는 사람과 사물들의 움직임을 오랜 시간 기록하거나, 최첨단의 거대빌딩으로 화려한 도시 이면에 존재하는 개발도상국의 이미지를 촬영한다든지, 흔히 접할 수 있는 서울의 도시풍경을 변형하는 작업들은 모두가 작가 개인의 지루하고 반복되는 삶에 대한 권태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도시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일상의 공간을 더욱 깊이 바라보면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평범한 물건을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았을 때 느끼는 어떤 낯섦, 혹은 새로움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일상의 공간을 낯설게 보는 방식은 작가의 지루한 삶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장치로 작용했다. 삶의 권태로움에 지쳐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박재영의 사진들처럼 일상의 공간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그 안에서 다채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발견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 혹은 발상의 변화를 주는 것이 예술의 힘이다. ■ 고경옥
Vol.20110902h | 박재영展 / PARKJAEYOUNG / 朴宰潁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