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824_수요일_05:00pm
기획 / 황진영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15번지 Tel. 070.7723.0584 space15th.org
이 전시는 작가 김시하와 정재욱이 총 12일간 진행하는 공동 프로젝트다. 두 작가는 공간에 새로운 요소를 더할 때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에 주목한다. 안테나를 세우듯 텅 빈 공간에 무언가 들어서면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고, 공간은 분할되며 "위치"가 생겨난다. 작품뿐만 아니라 관객도 위치를 점하면서 공간의 일부가 되고 작가와 관객은 작품을 매개로 서로의 존재를 느낀다. 이렇게 텅 비어 있던 공간에 드라마가, 관계가 생겨나는 것이다. 두 작가는 스페이스 15번지를 이러한 사건 발생의 장소로 꾸며두고 우리를 초대한다.
최근까지 중국에서 활동해 온 작가 김시하는 인공 정원, 식탁 위의 상차림, 파이프를 이용한 설치 작업 등 다양한 시리즈를 동시에 진행해 왔다. 다양한 외양을 한 김시하의 작업이 일관되게 제기하는 것은 진품보다 더 진품처럼 보이는 가짜에 대한 이야기다. 먹음직스런 가짜 음식, 싱싱한 조화, 겉치레 인간관계 등 작가가 나열하는 예는 무궁무진하다. 미술 비평 또한 그 중 하나다. 이번에 설치하는 작품 「비평의 바다」 는 작은 방 한 면을 금박으로 도배했다. 눈을 부시게 하는 금빛은 겉만 번지르르 할 뿐 내면의 진실성은 텅 비어 있음에 대한 감각적 재현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보기에 그럴 듯하지만 진짜가 아닌 인공환경, 연극의 세트 같은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구성된 공간에서 행위 유발의 책무는 정재욱이 맡는다.
작가 정재욱은 석고라는 물성의 지지한계를 임계점까지 실험하며 오브제를 떠내거나 얇은 벽, 바닥 타일 등을 만들어 설치한다. "원상의 불안한 모방" 이라 할 만한 이 석고 조각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예기치 못한 요인으로 쉽사리 부서져 버린다. 그것은 부주의한 관객일 수도, 석고 자체의 무게일 수도, 설치과정에서 작가의 실수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의 파괴라는 사건 조차 작품의 일부라는 점이다. 이 작품이 온전히 유지될까, 깨어질까, 깨진다면 얼마 만에... 하는 물음에 아무도 답하지 못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맡길 뿐이다.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듯 한 작품 앞에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 작품이 부서지는 순간의 충격과 허망함, 탄식 등이 한편으론 이 조각을 완성하는 또 다른 요소다. ● 스페이스 15번지에서 두 작가는 이렇게 텅 빈 연극 무대 같은 공간을 꾸며두고 우리를 반긴다. 어·서·오·세·요. 스스로 관객이라 생각하며 입장하겠지만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실은 주연 배우로 초청되었음을. ■ 황진영
Vol.20110830d | 어·서·오·세·요-김시하_정재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