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825_목요일_05:00pm
1층: 김양희 개인展 2층: 도나정(Dona Zung) 개인展 3,4층: 엄정호 개인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ARTSPACE H 서울 종로구 원서동 157-1번지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김 양희(金良姬, Kim Yanghee) - 변신(變身)과 변이(變異) ● 알(卵)에게 배꼽이 생긴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기본적인 생물학 지식에 의하면 동물의 탄생방식은 난생(卵生, oviparity)과 태생(胎生, viviparity)으로 구분되고 고등생명체의 탄생형태인 태생의 증표가 배꼽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알(卵)에게 배꼽이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이미 그 생명체의 속성이 변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출생근원을 변경하면서까지 자기 실체를 부정하여야만 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 변신은 비실재적이고 초월적인 현상이지만 인간이 의식적으로 절대자의 능력 을 모방한 체험을 함으로써 절대자의 경지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인간 염원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속의 올림푸스 신들이 유희놀이 의 수단으로 사용한 변신행위와 고대설화속 도사들의 능수능란한 둔갑술(遁甲術) 이 인간욕망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피조물(被造物)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꿈꾸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신화나 설화 속에서 "변신"이 라는 형태로 표현된 것이다.
개별 피조물에게는 대자연의 절대적인 권위와 냉혹한 폭력은 오직 그에 대한 복종과 수용만이 개채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섭리(攝理)만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자연환경에 대한 적대적인 저항은 종(種)의 단절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단한 권위와 폭력에 대한 피조물의 대응은 보다 기민(機敏)하다. 자연의 위압에 대한 순응적 태도의 결정체가 바로 변신(變身)이라 할 수 있다. 알에서 배꼽이 생기고 그 배꼽에서 새순이 돋아 식물이 생장한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생명체의 자발적인 변신과정 즉, 적극적 자연순응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고등생명체를 지향하는 알(卵)에게는 배꼽이 생겼고, 고착성(固着性)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식물체는 궁극의 염원으로 탄생처가 고정된 대지가 아닌 대지로부터 자유로운 동물체로 변형하고자 하는 것이다.
절대자에 대한 적극적 순응과정이 변신(變身)이라면 소극적 순응수단으로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키는 방법이 있다. 창조주가 부여한 피조물 고유의 물성을 변화시켜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변신은 형태가 변화하지만 물성변이(物性 變異)는 형태가 소멸되거나 새로 생성됨을 반복하면서 피조물 자체는 물론 피조물을 창조한 대자연도 그 존재와 실체를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地境)에 이르는 것이다. ● 다른 일면에서 보면 어쩌면 인간은 다른 세계를 꿈꾸느라 바로 여기가 그가 추구하는 다른 세계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절대적 모순속에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늘 몸부림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스스로를 망각시키는 몽환(夢幻)속에 매몰되고자 하는 원초적 집착을 놓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꽃이 비가 되기도 하고 안개가 되기도 하며 또 정원에 뿌려진 달빛들이 만발한 꽃들로 바뀌기도 하는 화려한 변신(變身)과 변이(變異)의 환상(幻想)이 낮설지 않다. 대지가 곧 하늘이요 밤하늘이 곧 꽃밭이 되기도 하는 꿈과 같은 환영(幻影)이 어쩌면 나약한 피조물들에게는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피조물에게 주어진 태생적 한계를 초월하여 더 진화한 형태로 나아가고자 하는 피조물의 생존본능을 표현하는데 이러한 "하이브리드(hybrid)적 생명현상"보다 더 적합한 것은 없을 듯싶다. 인간성(人間性) 상실(喪失)과 소외(疏外)로 표현되는 현대사회의 가혹한 생존환경을 감안한다면 "하이브리드"는 더 이상 터부시 되는 이방인(異邦人)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현실을 개척해 나가는 진보정신의 표상(表象)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생명체라면 늘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듯 인간은 상실한 인간본성을 그리며 그곳으로 회귀하고자, 어느 날 문득 합리적 사고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 다시 한번 경이로운 변신(變身)과 변이(變異)로의 일탈을 꿈꾸곤 한다. ● 태생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자신의 삶을 향유하고자 하는 현대 인류들은 오늘도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이미 변신과 변이를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번뇌를 넘고자 신(神)의 영역을 시샘하면서... 피안(彼岸)은 현실과 별개의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 무모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인간(人間)이 만물의 영장(靈長)이면서도 사고(思考)하는 절대적 모순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 김양희
엄정호 (嚴正皓, Ohm Jung Ho) - 내가 희망으로 삼아도 좋은 일은 과연 무엇일까? ●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새' - Sleepless bird 몸은 기억을 원한다. 그리고 기억은 한번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켜켜이 쌓여 하나의 분출구를 원하고 그러한 기회를 찾는다. 삶은 기억에 의해 자아와 대화하고 삶은 목소리를 찾는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소리를 듣고 반응하고 대답한다. 숨을 멈추고, 시간도 멈추고, 가슴마저 멈춘 후 세상의 빛이 나에게 향하는 그 순간을 찾아 간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은 모든 작가들이 겪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다. 나는 새롭게 작업해야 하는 강박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보르헤스의 텍스트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내용은 '양피지 사본'(palimpsest)이란 용어이다. ...종이가 없었던 시대에는 양피지 위에 글씨를 썼는데, 양피지가 귀했기 때문에 때로는 쓸모를 다한 양피지는 그 위에 글씨를 지우고 다시 썼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철학, 역사, 과학, 문학 등의 이론과 작품은 일종의 양피지사본처럼 끊임없이 썼다가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썼다가 또 지우고 하는 미정고(未定稿)라는 말이다. '양피지 사본'에 대한 개념은 새로움에 대한 시점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주었다. 작품을 생각하고 작업함에 있어서 '만듦(Making)'의 원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즐거움을 찾아주어 나를 치유하고 나의 작업으로 타인도 위안이나 치유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택한 주제가 'JOY'이다.
좋은 만남으로 시작해 좋은 끝맺음의 인연은 모든 이의 바램이다. 나무가 나쁜 공기를 마시고 신선한 산소를 내뿜는 정화작용을 하듯.. 'Joy & Sorrow - Sleepless Bird'는 주위의 Sorrow를 흡수하고 JOY를 선물하는 작품에 대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잠들지 못하는 새'는 정확히 나를 상징한다. 주위를 살피고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언가 대답하고, 끄덕이고 미소짓고 슬퍼하고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이다. 하지만 동시에 '잠들지 못하는 새'는 우리 자신이라 생각한다. 남의 이야기에 이러쿵 저러쿵 훈수를 두면서도 나에게 늘 찔리는 어디에나 흔한 캐릭터.. '내가 이런 이야기를..내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에..' 그 넓고 얇은, 인간관계와 앎으로 세상을 모두 알았다고 우쭐대다..채 며칠을 못가 곧장 아무것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함에 나락으로 떨어지며 절망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넓고 얇은 인간관계에는 뜻밖에도 나에게 정말로 힘을 주는 많은 인연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수많은 만남 중 좋은 인연을 찾는 것이 시작이고 캐내는 실천이 필요하다. 잠들지 못하는 새는 주위를 살피고, 찾고, 캐내는 나 이자 우리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고 있다. ■ 엄정호
Vol.20110826j | 3人3色-김양희_도나정_엄정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