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826_금요일_08:00pm
후원/협찬/주최/기획_그문화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그문화 SPACE OF ART, ETC. 서울 마포구 당인동 28-9번지 1층 Tel. +82.2.3142.1429 www.artetc.org
사람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다. 그것은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싱어송 라이터, 자유 여행기고가, 그리고 만화가. 언뜻 보면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의 사회적 위치가 한사람의 것이라고 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노래를 부르며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노력을 통해 자유롭게 살아가는 빡세(PAXe)의 모습을 그문화 갤러리에서 잠시 꺼내보고자 한다.
'두자리 하우스'는 빡세가 대학시절 만든 아이큐가 두 자리인 사람들 모임의 이름이다. 아이큐가 세 자리인 보편적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에 묘한 쾌감마저 느낀 빡세(PAXe). 뭔가 다르거나 기이한 말투와 행동을 보여도 쑥스럽지 않은 타이틀을 가진 것 같아 자랑스럽던 시절. 무한한 잠재력, 가능성, 알 수 없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재기발랄한 빡세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두자리 하우스'는 그렇게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같은 제목의 전시를 통해 그동안의 삶을 꺼내놓게 되었다.
통기타를 하나 메고 정해진 규칙 없이 무작정 떠나, 그곳의 이미지를 사진과 만화로 기록한다. 빡세(PAXe)의 여행은 말 그대로 "무규칙"그 자체다. 최근 그의 관심 여행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장소가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익숙한 그의 동네로 좁혀졌다. 작업실이 위치한 당인동 근처를 돌아보면서, 예전에 거닐었던 뉴욕의 골목과 비교해서 이것을 그려본다면 꽤나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에 혼자 낄낄거리는 빡세(PAXe)다. 고등학교시절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시작한 기타로, 홍대 클럽을 전전하며 공연을 시작한 빡세는 그간 여행을 다니면서 써놨던 곡을 정리하며 올해 첫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집에서 만드는 밀주에도 심취해 있는 그는 양 조절에 실패해서 당분간은 맥주만 먹어야 할 거 같다며 툴툴대지만, 까짓 것 친구들과 동네 지인들도 불러서 즐겁게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또 다시 낄낄거린다.
이번 전시의 초점은 빡세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그것에 맞춰져 있다. 기존에 있던 '만화가의 만화만 보여주는 전시'에서 벗어나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형태의 삶을 통해 다양하며 진정성 있는 태도가 책임 있는 자유의식을 만들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그림은 물론,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당인동 거리와 뉴욕거리를 같이 볼 수 있는 사진), 작가의 음악공연을 볼 수 있는 영상, 빡세 밴드의 공연, 작가와 함께하는 수제맥주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에서 작가 카트린 파시히와 알렉스 숄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행은 길을 잃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의도적 길 잃기'가 성공하려면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아무리 다분히 의도적으로 길을 잃는 것이라고 해도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과 지식은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깊은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고 해서 수영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언제라도 '길 잃기'게임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길 잃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두자리 하우스』展에서 관객들은, 비록 천재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태도와 변신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일상을 만들고 유쾌함을 바쁘게 전염시키는, 빡세지만 유쾌하게 사는 상수동의 빡세와 수다 한판 떨 수 있을 것이다. ■ 고재욱
Vol.20110826g | 빡세展 / PAXe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