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820_토요일_06:00pm
기획 / 이목화랑
관람시간 / 화~금 10:00am~06:00pm / 주말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이목화랑 YEEMOCK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71번지 Tel. +82.2.514.8888 www.yeemockgallery.co.kr
불면증의 밤 ●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면서 불면증을 벗어나기 위해 한 노력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사진 찍기이다. 사진기를 들고, 갈 수 있는 곳을 발길 닿는 대로 간다. 어둡고 후미진 곳이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등등... 그 공간들은 마치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꿈처럼 희미하게, 뚜렷하지 않게 인식된다. 마치 꿈속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다. 현실을 구별하기 힘들고, 두렵기까지 한 어둠.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빛으로 향한다. 빛을 찾아본다. 인지된 그 빛은 어둠 속에서만 존재할 뿐, 가까이 다가가면 이미 그 곳엔 빛은 사라지고 어둠뿐이다. ● 잠이 오지 않는 어딘가 에서의 하룻밤. 꿈인지 현실인지, 한국인지 외국인지, 어딘지 모를 그곳. 그곳에서 가끔은 뚜렷한 인상의 빛 또는 색을 기억 속에 남기기도 한다. 밤이 새도록 꺼지지 않는 네온은 타의반 자의반 머릿속 어딘가에서 그 불빛을 밝히고 있다. 어둠 속에 갇힌 채 말이다. ● 반복되는 불면증의 밤, 희미한 기억의 조각들과 두려움이 뒤엉켜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버려지지도 않고 잊혀지지도 않은 채. ■ 이인경
불면에 대해 ●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모두 연약한 존재이다. 인간은 집단생활과 불의 사용을 통해 이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었다. 인간에게 불을 내줌으로써 문명을 열게 해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는 불이 인간 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에는 간이 다시 회복되는 형벌을 가한다. 불을 통해 인간은 밤을 정복할 수 있었고, 만물의 영장이 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신과 비슷한 능력을 갖추게 된 인간에게, 밤은 이제는 공포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안락함을 주던 밤의 휴식은 지칠 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으로 말미암아 종말을 맞는다. 전기를 통해 만들어 낸 제2의 빛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전기와 빛을 얻는 사람들은 더 나은 물질적 풍요를 위해 노동시간을 밤으로까지 연장하였고, 이런 사회변화는 삶의 방식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노동을 위해 밤에 잘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노동에 지치고 도시에서의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 거리의 상점들은 경쟁적으로 밤의 어둠을 지우고, 밝음을 경쟁하였다.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얻은 휴식 시간으로서의 밤은 노동과 쾌락의 시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제2의 빛을 통해 밤을 정복(?)한 후 인간의 경제적 생활은 이전보다 훨씬 더 윤택해졌고, 인간관계와 사회적 네트워크는 더 다양해지고, 넓어지고, 복합적이 되었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혁명으로부터 탄생한 후기산업사회와 급속한 세계화의 진행 때문에 잠정적 또는 영구적 이주민들의 숫자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이들은 좀 더 나은 사회적 조건을 얻기 위해 이주를 선택하였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들은 자신의 출신 지역과 목적지 사이에서 양가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 관계망과 연대는 새롭게 재편되었으며, 문화적 차이와 차별 그리고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밤은 실존을 자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홀로 내던져진 경계인 또는 주변인인 이들에게 밤은 - 불을 가지지 못했던 때에 인간이 맹수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던 것처럼 – 또다시 힘든 시간이 된 것이다.
현재 인간의 삶은 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아실현을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선택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 대부분은 이전보다 더 고립되고 단절된 느낌 속에서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는 더 피상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 지점에서 생겨나는 정신적 고독과 혼란을 가장 온전하게 느끼는 시간은 홀로 내던져진 밤이다. 어떤 선승(禪僧)은 사람들이 삼 분 안에 잠이 들지 못하는 것은 무명(無明) 때문에 온갖 종류의 망상과 집착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 누구나가 구도자로서 살 수 없지 않은가? 현재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인기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중에는 밤에 잠들게 도와주는 아이템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은 불면이 우리 사이에 얼마나 깊고 넓게 확산되어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한 세기는 커다란 담론의 시기였다. 이 담론에 따르면 인간은 마리오네트처럼 거대한 사회적 구조와 관계 속에서 타율적으로 살아가는 존재였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얼마 전부터 스스로 주체가 되기를 선언하였고, 자기 자신을 되살펴 보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기 시작하였다. 비록 어렵고, 괴롭더라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분명히 우리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다. 또한, 인간 존재의 모든 고통과 모순이 응축된 불면을 통해 자기 자신 또는 타인의 삶을 되돌아본다면, 우리는 인간에 대한 또 다른 결의 이해력과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프랑스 유학생활에서 경계인 또는 주변인의 경험을 하였던 이인경 작가는 불면을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은밀하게 드러내 보이면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 경계인 또는 주변인일 수밖에 없는데, 그녀가 거는 말은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데도 중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 조관연
Vol.20110815e | 이인경展 / LEEINKYUNG / 李仁慶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