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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72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월~금 09:00am~06:30pm / 토요일 01:00p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서 ● 임주연의 작업 과정은 이러하다. 1. 사적 공간에서 그간 자신의 몸을 대체했던 껍데기인 옷을 벗는다. 2. 셀프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몸이 드러나는 전 과정을 촬영한다. 3. 그 사진 중 일부를 '선택'하여 회화로 옮긴다. ● 간단해 보이는 이 작업과정이 생산한 이미지는 다양한 '탈의'의 찰나적 순간이다. 그러기에 많은 이가 임주연의 작업을 독해하면서 '탈의' 그 자체에 방점을 둔다. 그러나 '탈의'는 그의 작업에서 부수적인 문제이다. 촬영이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 각 작품에 등장하는 옷은 다를 지라도 작가의 생활과 밀접한 옷이라는 점, 스스로 '촬영'을 한다는 점, 그리고 기억이 아닌 촬영 이미지를 선택하여 작업을 시작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탈의'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이 모든 과정을 '작가 스스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옷을 벗는 행위도, 사진을 찍는 것도, 사진에 찍히는 것도, 사진을 선택하는 것도, 그것을 회화로 옮기는 것도 모두 작가 스스로 처리한다. 하나의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거치는 이 모든 작업 과정에는 크게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어느 하나로 귀결하지 못하고 분열로 존재한다. 결국 임주연 작업의 요체는 이 분열이 생성한 대립과 긴장 그리고 동화이다.
'보여지는 나' / '바라보는 나' ● 작가는 우선 공간을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으로 구분한다. 공적인 공간에서는 누군가가 끊임없이 시선을 보낸다. '나'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이다. 즉 '보여지는 나'로 존재한다. '나'의 심연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한다. 이 때 옷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하나의 징표이다. 옷의 상징구조를 바탕으로 '나'의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이 형성된다. 옷을 통해 획득한 안전지대에서 '나'는 타인의 시선으로 가득한 공적 공간에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이는 역설적이다. 타인의 시선이 구성한 '나'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나' 그 자체는 철저하게 숨는다. '나'를 드러내면서 '나'를 숨길 수 있는 옷이 무력화되는 공간은 사적 공간에서다. 그곳에는 타인의 시선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롯이 자신의 시선만이 작동한다. 그러기에 그간 껍데기인 옷에 의해 억압되었던 '나'를 타인의 시선이 사라진 사적인 공간에서 본다. 오롯이 자신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자신을 바라본다. '탈의'는 '보여지는 나'에서 '바라보는 나'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필연적 행위이다.
그렇다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최종 목적은 아니다. 임주연은 자신이 드러나는 최종적인 순간보다는 변모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한다. 공적 공간에서 사적 공간으로의 변화, 타인의 시선에 의해 가려진(혹은 위장된) '나'가 본연의 '나'로 실존하는 과정에 방점을 둔다. 그리고 이 때 발생하는 변화의 지점을 기록하기 위한 장치가 카메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카메라는 자신을 오롯이 드러낸 순간을 담지 않는다. 사적인 공간에 놓인 카메라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그래서 무의미에 가까운 '탈의'의 과정을 담는다. 그런데 카메라 역시 시선을 가진다. 사적인 공간에 진입하여 의식적으로는 누군가가의 시선을 차단했다고는 하지만, '보여지는 나'에서 벗어나는 현장을 기록하고자 했던 욕망은 카메라라는 또 다른 시선을 동반한다. 무의식적으로 카메라의 시선은 실존의 문턱에 개입하기 마련이다. '보여지는 나'에서 벗어나는 현장을 기록하고자 했던 욕망은 미끄러진다. 그러나 임주연은 카메라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제거하여, 사적인 공간에 놓인 불특정한 사물로 치환한다. 물론 카메라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작가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사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그전과 다름없이 수행하며 카메라의 시선을 제거한다. 그러기에 카메라는 '나'의 전신을 담아내지도 못하고, 때로는 '나'를 전혀 담아내지 못할 때도 있다.
삶과 실존의 거리에서 바라본 '나' ● 작가는 '나'의 실존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사진에서 일부를 선택한다. (그러나 실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리는지에 대한 선택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최근 작품의 변화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신체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전 작업이 '탈의'를 드러내기 위해 과도하게 신체를 드러냈다면 최근 작업은 신체는 최소화 하고, '나'를 감싸고 있었던 즉 실존의 노출을 차단했던 옷을 화면 전면에 배치한다. 탈의 과정에서 부스럭 거리는 옷의 표현은 실존의 고단함, 삶의 부박함, 그리고 삶과 실존의 거리감을 표출한다. 삶은 '나'와 항상 거리를 유지하는 긴장감을 양산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이렇게 획득한 거리를 통해 지켜본다. 생활자, 촬영자, 피사체, 선택자, 그리고 번역자의 층위를 거치면서 임주연은 '나'를 바로 보고, '나'의 실존을 직면한다. 그러기에 스치는 순간을 그리는 그의 화면에 두터운 붓질이 올라와 있는 것이며, 사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번역하는 것이다. 흐릿한 형상은 순간이라는 시간으로만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쌓이고 쌓여 실존으로 나아간다. ■ 이대범
Vol.20110729a | 임주연展 / YIMJUYOUN / 任炷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