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응시 Endless Gaze

손경환展 / SOHNKYUNGHWAN / 孫卿桓 / painting   2011_0715 ▶ 2011_0731 / 월요일 휴관

손경환_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2.7cm_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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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715_금요일_05:00pm

기획 / 소울아트 스페이스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소울아트 스페이스 SOULART SPACE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398번지 엑소디움 상가 2층 Tel. +82.51.731.5878 www.soulartspace.com

글리제581d는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별이다. 이 별의 대기는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바다와 구름, 비 등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갖추었을 것이라고 한다. 1977년 쏘아올린 보이저1호가 2011년 현재 지구로부터 약 177억 킬로미터 지점을 항해하고 있다. 1광년이 9조 킬로미터 이상임을 감안하면 보이저1호가 목성이나 토성을 촬영한 것처럼 글리제581d 주변을 순항하며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구 환경과 가까운 이 별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다.

손경환_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5cm_2011-04

한편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금성이다. 금성은 고체 표면을 갖고 있으며 화학 조성이 지구와 비슷하여 자매 행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질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의 온실효과로 인해 금성의 표면 온도는 무려 400도에 이른다. 가장 가까운 행성의 환경은 지구와 너무나 다른 셈이다. 손경환의 이번 연작은 가깝고도 먼 두 별의 거리와 성질에 대한 언어유희처럼 '너무나 멀리 있지만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이는' 행성 이미지의 모순을 그의 회화적 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손경환_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5cm_2011-05

작가가 오래 전부터 천착해온 테마는 1)총이나 미사일, 비행기와 같은 기계들에 대한 '로망'과 2)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이미지의 진위에 대한 비판적 물음이었다. 이전 색 분판 연작에서 잡지나 화면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이미지의 실체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상을 빛과 색의 원색인 RGB/CMYK로 분색하여 망점 형태로 표현하였으며 이번 연작의 빨강, 초록, 파랑 세 가지 색을 화면에 뿌려 병치 혼합하는 방식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기계적이고 광학적인 방식의 분색 기법은 그의 기계에 대한 '로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손경환_아득한 속도의 신기루 - 심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60.5cm_2011

작년 개인전 출품작인 「아득한 속도의 신기루」 연작에서 분색 기법과 기계에 대한 그의 관심은 상호간의 접점을 찾았다. 분색 방식은 언뜻 보기에 쇠라(Georges-Pierre Seurat, 1859-1891)의 점묘법과 닮아 있으나 쇠라가 색채학과 광학 이론을 창작에 활용했던 반면 손경환은 색채와 빛에 대한 이론 뿐 아니라 기계적인, 엄밀히 말하자면 디지털에 의한 빛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에 의해 만들어진 빛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빛'으로 간주하며 오늘날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빛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본인의 모습에서 '기묘한 승리의 도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기계적이고 광학적인 메커니즘을 통한 현상은 분명 실체와 다를 것이기에 작가는 둘 간의 간극을 '심연'에 비유한다.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그 깊이가 너무 깊어 닿을 수 없고 깨달을 수 없는 아득한 무엇. 행성과 우리의 거리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심연이었다.

손경환_아득한 속도의 신기루 - 실낙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4cm_2011

작가는 망막에 재현되는 이미지와 그것의 수용 과정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하며 이를 회화로써 표현하고자 시도해왔으며 이번 「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연작에서는 그것으로부터 나아가 실체와 이미지 사이의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심연의 거리에 주목한다. 각종 미디어에서 접하는 행성의 이미지는 너무나 멀리 있어 육안으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처럼 태양계의 행성들은 좁힐 수 없는 머나먼 거리를 유지한 채 이미지로써 소비되고 있다. 이번 연작은 '이미지와 그것의 수용 과정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이미지와 실체 간의 거리'에 대해 집중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손경환_아득한 속도의 신기루를 위한 드로잉 #10_종이에 아크릴채색, 색연필_38×141cm_2011

「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은 환영에 대한 탐구와 그의 기법적 숙련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연작이다. 이번 연작에는 그가 지속해 왔던 이 시대의 빛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와 '로망' 간의 융화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행성이라는 가깝고도 먼 대상을 통해 그간 다뤄온 기계적이고 광학적인 소재의 상징성을 내재시키면서도 엄밀한 과학적 태도에 구속되지 않는 오묘한 행성의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

손경환_내가 영원히 알 수 없을 그 어떤 감정을 위한 드로잉 #1_ 종이에 아크릴채색, 색연필_54.2×39.3cm_2011

열역학에서는 액체 상태와 기체 상태가 특정 온도와 압력에 의해 그 구분이 사라지는 지점을 가리켜 임계점이라고 한다. 「끝없는 응시」전은 꾸준히 천착해 온 소재와 기법이 조화를 이루는 임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다가갈 수 없는 행성을 통해 환영을 재현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병치혼합 기법이 주는 독특한 표면의 느낌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멀게만 느껴왔던 무엇인가를 우리 가까이에 가져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백창현

* 과학적 사실은 한국어판 위키백과(2011.6.17) 참고하였다. * 본 글에서 '로망'은 사전상의 '낭만'을 의미하는데 작가가 즐겨쓰는 단어이므로 그대로 표기했다.

Vol.20110715c | 손경환展 / SOHNKYUNGHWAN / 孫卿桓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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