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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갤러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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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덕 gallery DUCK 서울 종로구 부암동 159번지 Tel. +82.2.6053.3616 www.galleryduck.com
Born Coward ! ● '아서 밀러Arthur Asher Miller'의 대표작「세일즈맨의 죽음」은 대공황으로 몰락한 미국의 한 가정의 이야기이며, 20세기 중반의 뒤틀린 자본주의의와 비정한 사회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부적응자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비극적 인물의 이야기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9년 대공황까지의 시기에 득세한 미국 자본주의는 대량생산과 소비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가동되었고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중간자(세일즈맨)가 양성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비약적으로 성장했던 미국의 경제는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부서졌으며 실업과 빈곤을 피할 수 없었다. ● 「세일즈맨의 죽음」의 극작가 자신도 몰락한 중산층의 가정인 브룩클린의 빈민가에서 성장하였으며, 이는 1930년대 미국공산당에 입당한 좌파 예술인으로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한 근간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아서 밀러'는1956년 헐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소위 반공(反共)을 목적으로 하는 HUAC (House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에 소환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아서 밀러'만큼이나 세상의 주목이 된 것은 청문회 내내 그의 곁을 지키는 아름다운 한 여배우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였다는 것이다. ● 산업사회의 대량생산은 규격화와 표준화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소비의 주체가 되는 현대인들은 그 속에서 유행과 개성으로 분류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습관적으로 그것은 예술 혹은 상품으로 나눠지고 있다. 사실 그것은 이제 예술인지 상품인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을 손에 넣었던 이미 몇 가지 같은 틀과 몇 가지 같은 색으로 칠해진 이력서의 스펙처럼 대단할 것도 없는 것이 21세기의 현주소이며 현대 인류다. 마땅히 내세울 만한 덕목도 없는 현대 인류에게 던지는 감(感)하고 동(動)하는 스토리가 무엇일까라는 화두는, 승리와 패배만이 존재하는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이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처럼 막막할 뿐이다. 이는 몇몇 선수들의 참혹한 양심의 몰락이며 스스로가 더러운 찌꺼기로 전락해 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비한다면 '헬렌켈러'가 여성인권운동과 여성참정권을 위해 싸웠던 수많은 세월보다도 그녀의 장애와 또 다른 장애여성인 '앤 설리번' 선생의 스토리로써 더욱 알려져 있는 비슷한 맥락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 그녀가 인간 마릴린 먼로를 찾기 위해 상품으로서의 마릴린 먼로를 지워버려야만 했고 위선과 싸워야 했던 모습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당시 '아서 밀러'의「세일즈맨의 죽음」은 전후 연극계 최대의 성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공산당원인 '엘리아 카잔'이 연출을 맡았었다. 그러나 카잔은 1952년 급기야 헐리우드 영화산업의 자본주의적 억압에 굴복하며 HUAC에 좌파 인명부를 제공하게 된다. 이때의 헐리우드가 먼로의 행보에 제지와 압박을 가하였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먼로는 결코 포기하지도 꺾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과 세상에 이렇게 외친다 "Born Coward"(너희들은 원래 겁쟁이였어) 그리고는 청문회 기간 중인 1956년 아서 밀러와 결혼까지 한다. 이 사건은 간혹 용기 있는 사랑이야기 정도로 퇴색시켜버리려는 부류가 있으나 얘기는 다르다. ● 그 때는 이미 '윌리엄 인지William Motter Inge' 의 희곡을 영화화 한「버스 정류장 Bus Stop」에 출연한 뒤였다. 이는 먼로가 자신의 프로덕션을 설립하여 처음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그녀가 진지한 연기자로서의 변화를 모색하려고 신중하게 검토한 작품이고 결국 연기자로 성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ACTORS STUDIO의 저명한 교수인'리 스트라스버그 Lee Strasberg'는 ACTORS STUDIO에서 배출한 위대한 연기자 두 명을 꼽으라면 '말론 브란도'와 '마릴린 먼로'라고 회상 하였던바 그녀가 더 이상 섹스심벌로서의 상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준다. 이ACTORS STUDIO는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통과의례로 여기는 연기학교이며 '잭 니콜슨'이 열 한번이나 시험에 떨어졌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재능을 증명하는 곳이 아닌가 말이다. 껍데기의 허상을 벗어 버리고자 노력했던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 "키스 한번에 1000달러를 지불하는 헐리우드에서 영혼의 값어치는 5센트였다. 그러나 나는 1000달러를 거부했기 때문에 나의 영혼을 지킬 수 있었다" ● 비록 무일푼으로 시작하였다 할지라도 자신을 성공을 증명할 방법이 지갑 속 밖에 없다면 그 누구이던 결코 예술가는 될 수 없다. 헐리우드는 분명 거대한 공장이었다. 대량 생산된 상품들 속에서 빛나고 화려한 포장을 뚫고 나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누군가 만이 가능했던 일이었다. ●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유행이란 것이 얼마나 짧으며 허망한 것인가는 흔히 예술가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벨트 컨베이어 위를 떠돌아 다니는 방랑자로서 산다는 것은 그래도 희망적일 것이다. 인간이 화두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 한편 슬픈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본질을 찾아 방황하는 목적이 예술을 위한 것이라면 이미 감동의 스토리는 시작된 것이리라. ■ 주경숙
Vol.20110707g | 주경숙展 / JOOKYOUNGSOOK / 朱京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