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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빈센트 갤러리 경기 수원시 팔달구 중부대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Tel. +82.31.249.7114
감정적 전이와 심리적 테라피 - 메타인지와 감정적 전이 ●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감정은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로 작용한다. 이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심리학, 심리치료 분야에서 감정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철학에서는 1980년대 감정과 인지, 감정과 합리성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인간의 감정이 사고의 부수적인 작용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감정이 인지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며 자기인식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옴으로써 감정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감정의 인지적 기능은 철학, 심리학, 인지과학, 신경학, 심리치료 등에서 중요한 주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감정의 역할은 여성의 문제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이민숙도 여성작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여성작가의 감정은 시각예술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 것일까? 그것은 평소에 눈여겨 보지 않은 대상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울림,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것, 대상을 겸손하게 바라보는 행위 등이다.
이민숙의 작품에서는 자연의 정복이 아니라 대상을 은근히 바라보는 겸손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녀는 우리가 쉽사리 지나칠 수 있는 장소에서 아주 미세한 잔재들을 '메타인지(Meta cognition)' 하고 바다와 엉켜져 리듬을 안고 부유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도큐먼트 한다. 그 사진은 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데, 그것은 복잡다단한 작가의 심정과는 관계없이 그것들을 감싸 안는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스며 있다. 그러한 태도는 주변 환경에 작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영향력을 미치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느껴진다. 바다에서 의미 있는 소소한 형상을 찾는 것은 섬세한 여성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자연적 공간'이 '전시장의 정경'으로 옮겨놓는 방식은 감정적 전이(轉移)로 해석된다.
바다, 모래, 그리고 심리적 테라피 ● 사람들이 마음이 편하지 않고 힘들어서 어딘가 여행을 하고 싶을 때 가는 곳 중의 하나가 바다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바다를 가고자 하는 것일까? 그 본질적인 이유는 바다를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곳에 정신적인 휴식을 하기 위해서 간다는 행위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과 무엇을 버리고자 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작가의 행위는 무엇을 얻으려는 것보다는 마음을 비우려는 심리적 태도가 엿보인다. 바다에 도착하게 되면 눈앞에 펼쳐진 대상에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심한 상태에서 바다를 지각하는 것은 자신의 '자아(ego)'를 마주보게 되는 것이다. 이민숙이 바닷가 작업을 한 동기에 대해서 살펴보면, 그녀는 「glory」란 테마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다가 삶이 곧 예술이라는 생각으로 아름다운 시간의 흔적들을 기록하고자 한 것이다. 그녀는 이 작업을 2007년부터 시작하였고 어느 날 바닷가를 거닐다가 우연히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자연 발생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현상에 주목하게 된다. 파도의 강, 약에 따라서 모래 위를 지나가면서 날카롭거나, 부드러운 흔적을 남긴다. 그녀는 이러한 현상이 인간의 삶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살다 간 자리도 모래의 흔적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민숙이 사진을 찍을 때 특별한 계절적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계절상으로는 봄부터 가을에 작업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녀의 사진에서는 단순하게 처리된 프레임에 는 색의 '세츄레이션(saturation, 색의 포화, 선명함, 채도)'에서 중 채도와 저 채도로 화면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고, 동양의 부드러운 선과 여백이 드러난다. 색채의 효과는 작가의 정신과 인생의 여정을 포함한 또 다른 표현으로서, 프레임에서 독자적인 경계를 구축한다. 그것은 바다의 파도와 모래의 경계를 미세하게 구획하고, 마치 동양화의 담백한 이미지와 여백의 공간미와 선의 흐름이 만들어낸 화면의 서정성은 다른 영상매체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사진만이 가능한 무엇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 이를테면, 동해안 바닷가의 파도가 움직이면서 만들어낸 자연적인 흔적은 모래 위에 가느다란 실선을 만들어 놓는데, 이 실선의 작용은 바위처럼 하나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그 이미지란 자연 발생적이며, 우연한 효과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모래의 뒤편에 보이는 파도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파도라고 인식되기 힘들 정도로 존재가 미약하고 그것은 마치 안개처럼, 물질 성이 미약하게 감지된다. 전체적인 화면의 구성은 아랫부분보다 위로 올라갈수록 여백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파도, 안개등은 그녀의 지각을 확장시키는 '물질적 상상력(Material Imagination)'의 매개체인 셈이다. ● 형식적인 측면에서 사진은 전반적으로 카메라의 앵글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것들이 많고, 모래가 사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바다, 모래, 조개껍데기의 잔해물 등은 그녀의 지각적 경험과 감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현실에서 동떨어진 요소들은 작가의 심리적 상태와 연관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효과는 앞서 언급한 동양의 산수를 연상하며 서정적인 선과 여백의 미를 표현한다. 그녀는 조용한 바닷가에서 자연과 벗하면서 '심리적 테라피'를 하는 듯 보인다.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의 온갖 고민을 벗어던지고 안정적인 모습을 느끼게 되는데, 삶의 원리를 탐구하는 관찰자처럼, 그녀의 작업은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감동을 얻고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해석된다. 사진 이미지의 구조는 사소해 보이는 대상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이야기와 동일화를 이루어 낸다. ● 그녀의 사진에서 미루어 짐작하건대 자신의 지나간 삶도 사진에서 표현한 것처럼 심리적 거리를 두고 바라본 것으로 인식된다. 아울러 자연에서 얻은 감각적 인상은 사유적이고 명상적인 양식으로 형상화한다. 이러한 그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의식은 감각과 사유의 동일성과 한국적 정서의 가능성을 사진으로 모색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연에서 얻어낸 시적 감흥은 즉흥적인 요소가 배제된, 절제미의 외피를 둘러싼 '심리적 테라피'의 효과를 이루어낸다. ■ 김석원
Vol.20110705e | 이민숙展 / LEEMINSOOK / 李敏淑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