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의 여행 / Traveller Greenhorn

권도연展 / GWONDOYEON / 權度延 / photography   2011_0705 ▶ 2011_0711 / 월요일 휴관

권도연_애송이의 여행_피그먼트 프린트_80×80_201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권도연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705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작디작은 피사체가 만들어낸 큰 사유적 공간 ● 권도연의 사진 속 사물들은 '작다'. 날고 있는 종이비행기는 '손톱만하다'라는 말의 규모를 보여주려는 듯, 아니 손톱보다도 작다. 작은 꽃의 향기를 동력삼아 종이비행기는 날고, 책의 한쪽 면을 대지 삼아 새싹이 자란다. 글씨들의 행간이 밭고랑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하는. ● 작은 종이비행기가 날자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가기도 하고 반대로, 책갈피가 넘어가면서 일으키는 미세한 바람에 종이비행기들이 새처럼 부유하기도 한다. 여인이 길게 늘어선 벽 모퉁이를 막 돌아 나오는 제법 와이드 한 풍경조차 자세히 보면 책장에 꽂힌 음반의 겉표지일 뿐이다. 책장 밖에서 음반을 향해 날아가는 작은 종이비행기는, 곧 여인의 어깨나 발치에 안착할 것만 같다.

권도연_애송이의 여행_피그먼트 프린트_40×40_2009
권도연_애송이의 여행_피그먼트 프린트_40×40_2009

책과 종이비행기 등, 피사체는 모두 종이로 이루어진 물건들이다. 종이의 물성 그 자체보다는 '접혀서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환되는 종이의 속성이 그려낸 세상이다. 아이가 '접기가 끊임없이 두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리고 접힌 지점과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종이접기에 매료되듯이, 종이를 '접기'라는 방식으로 새롭게 재구성해서 독특한 의미기저를 지닌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것에 사진가는 매료된 듯하다.

권도연_애송이의 여행_피그먼트 프린트_80×80_2010
권도연_애송이의 여행_피그먼트 프린트_80×80_2010

종이접기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손톱만큼 작은 사진 속 대상들이 만들어낸 사유적 공간은 그러나 결코 작지도 좁지도 않다. '같은 종이로부터 여러 가지 사물이 태어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라고 한 권도연의 말을 그대로 빌자면 '같은 사진으로부터 여러 가지 사유가 태어나는 것' 역시 신비로운 일이며, 그 사유는 관람객의 몫이다. ● 올해 신인작가의 등용문인 제12회 사진비평상을 수상한 사진가 권도연의 행보가, 앞으로 그려나갈 여러 가능성의 내일을 가늠케 한다. ■ 류가헌_박미경

권도연_애송이의 여행_피그먼트 프린트_80×80_2010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기 전에 종이를 접으며 세상을 이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같은 종이로부터 여러 가지 사물이 태어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었다. 세밀한 손의 움직임과 눈으로 헤아린 짐작이 가장 연약한 재료 안에서 만나, 복잡한 설명에 따라 접히고 난 후, 마지막으로 사물의 모습이 나타날 때 나의 몸과 생각은 서로 조화롭게 화해했다. 종이접기 놀이는 단 하나의 세계로부터 무수히 많은 세계들이 태어나는 깊은 비밀들을 내게 보여 주었다. ● 주어진 도안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접기에 도전하는 아이라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머리와 날개는 어떻게 구분하고, 선체와 돛은 어떻게 구분할까? 아이들은 종이 접기의 핵심이 접히는 부분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접기가 끊임없이 두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리고 접힌 지점과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인상적인 여진들이 남게 되는, 책을 읽고 사물을 바라보는 일은 무한히 많은 주름을 생산하는 일이다. 글을 읽는 순간, 우리는 단어 또는 생각을 나누면서 동시에 그것을 연결한다. 종이와 잉크의 접점, 사물과 사유의 접점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이미지의 안개 속에서 우리는 그와 같은 나눔과 연결을 끊임없이 계속한다. ● 한줌의 종이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주름을 만든다. 그 주름이 타인의 잃어버린 인상의 조각일 확률은 극히 미소하지만 그 확률에 자신을 걸고 불가능성에 자신을 건다. ■ 권도연

Vol.20110705a | 권도연展 / GWONDOYEON / 權度延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