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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1_0629_수요일_06:00pm
2011 화봉갤러리 고권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화봉 갤러리 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 gallery.hwabong.com
화가는 '그리기(painting)'라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낸다. 선, 색, 구성 등과 같은 외적 형식을 빌어 그리기에 대한 의지와 정체성, 삶을 대면하는 태도 등 그 내적 의미까지 구현하기 때문이다. 머리와 마음에 담고 있던 것들이 오직 화가의 손을 거쳐 평면 위에 곧바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회화'는 진정하고 솔직한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가시적으로 얼마나 '잘' 그렸느냐를 가늠하는 테크닉에서 벗어난 회화는 '못' 그렸을지라도 투명하고 꾸밈없는 진솔함으로 화가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그러한 그림에는 화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이 내밀하게 녹아 들어 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을 모티프로 그리기를 행하는 고권의 작업은 직관을 통해서 결정된다. 기억을 바탕으로 망막에 비치는 일상과 상상의 이미지가 그를 그리기로 이끈다. 이번 전시는 고향과 타향의 시간적이고 공간적 이미지 혹은 상상의 파편들을 수집한 결과이다. 제주도에서 성장한 작가는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자신의 과거와 사랑했던 풍경의 인상들을 환영처럼 재구성한다. ●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상징적인 생물과 풍경들이 등장하는 그의 작업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한다. 겨울과 여름을 각각 상징하는 눈과 야자수, 에스키모와 파충류 등 생경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어찌보면 대립적인 요소들이 마찰을 일으키는 가운데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아이러니한 과정이 우리네 인생일지도 모른다.
연약하지만 순수한 생명력을 뽐내는 물고기는 삶의 무게를 뜻한다. 그것은 삶이 지닌 소중한 가치이자 운명적인 위대함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림 속 주체의 또 다른 분신이다. 본질적인 외로움을 함께 할 우애적 대상이며 야생적인 경계심의 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 풍경 작업들은 환영처럼 펼쳐지는 과거의 정경이다. 육각형 주상절리, 그 경이롭고 거친 제주의 절벽에서 근원적인 힘이 느껴진다. 제주 바닷가의 비정형적인 현무암은 추상적인 아름다움과 영겁의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짧고 사소한 여정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공항 풍경 그림에서는 애잔함과 같은 복잡한 감정이 느껴진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 '미어켓'은 특유의 사회성과 태생적 귀여움을 지닌 개체로써, 독특하게 망을 보는 미어켓의 경계 자세는 삶 속에서 무언가를 주시하고 기다리는 인간을 연상케 한다.
고향과 타향을 오가며 떠남과 돌아옴의 반복을 습관처럼 겪었던 작가에게 삶이란, 돌아갔다가 되돌아오는 '회귀(回歸)'의 과정처럼 여겨졌으리라. 그 과정에 내재된 '기억'은 과거에 대한 애정이기는 하지만 무조건적인 그리움은 아니다. 과거의 기억은 그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데 더 큰 가치를 지닌다. 그가 과거에 얽매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지금의 답답한 현실도 미래에는 놀라운 의미로 새롭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한 희망이 화가를 솔직하게 이끌고 그리는 행위로써 거짓 없이 풀어 내게 한다. 여기에 회화의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그에게 '그리기'란 삶과의 끊임없는 대화의 과정이다. ■ 김남은
Vol.20110629e | 고권展 / KOKWOUN / 高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