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known Light

정수진展 / JEONGSUJIN / 鄭隋珍 / painting   2011_0629 ▶ 2011_0705

정수진_Unknown Light_장지에 채색_91×117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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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1 화봉갤러리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화봉 갤러리 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 gallery.hwabong.com

정수진이 그려내는 빛은 양면적이다. 섬세하게 쌓아가고 찍어낸 빛의 입자는 순수한 파동으로 빛남과 동시에 또 다른 어둠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수진의 빛은 빛나지 않고 ‘피어 오른다'. 이전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도시의 섬」이라는 타이틀로 현대문명의 총화인 도시 속의 안전지대를 표현하였다. 현대문명의 속도와 물질 속에 가려지는 진실에 대한 소망은 찬란하게 피어오르는 루미나리에의 城으로 변이되었다.

정수진_Unknown Light_장지에 채색_200×110cm_2011
정수진_Unknown Light_장지에 채색_54×92cm_2011

밤이 되면 화려하고 낭만적인 루미나리에는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다음날 환한 대낮에 루미나리에를 본 적이 있는가. 조명의 스위치를 내림과 동시에 어둡고 앙상한 골조만 남는 루미나리에는 이를 목도한 작가에게 허위와 가식의 종말로 각인되어졌다. 루미나리에의 진실 앞에서 정수진은 현대인들의 끝없는 욕망추구의 분신을 목격하였다. 그 불빛을 받치고 지탱하는 골조의 본모습은 욕망의 불이 찬물에 꺼지고 연기만을 남긴 다음인 것이다. 이 유한성에 뒤잇는 공허함은 작가가 그간 다뤄왔던 물질문화의 무상함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희극이자 풍자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정수진_Unknown Light_장지에 채색_102.5×77cm_2011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만족시키지 못한 결핍에서 오는 욕망은 충족시키면 또 다른 결핍을 낳고 인간은 영원히 이 결핍을 채울 수 없다. 이러한 욕망의 진실은 정수진이 그리는 루미나리에와 닮았다. 충족의 만족스런 빛을 끝없이 뿜을 것 같던 성채는 다음날 태양빛 아래 차가운 골조로서 또 다시 충족될 전력의 스위치 ON을 갈구한다. 이렇듯 욕망의 실체는 허상이고 채울 수 있다는 것 또한 허구인 것이다.

정수진_Unknown Light_장지에 채색_72.5×107cm_2010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공작은 이채로운 부분이다. 작가는 "공작새가 펼치는 화려한 깃털은 기지개처럼 얼마 있다 접어버린다. 그 유한성이 마치 언젠가는 꺼져버릴 조명과도 같고 맨몸뚱이위에 걸친 화려한 외출복과 같다." 고 말한다. 깃털이 펼쳐지는 순간 화려하게 이목을 받고는 다시 접어버리는 공작은 작가에게 가식의 허울을 상징하는 icon이다. 작품 속 공작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공예작품을 보는 듯 원시적, 시원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물질문명에 고요한 조소를 날리던 이전 연작들과 상통하는 일종의 우화로 거듭나는 시점이다. 이 원시성은 문명의 허위에 의해 상실된 생명력과 순수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정수진_Unknown Light_장지에 채색_143×93cm_2011

충족과 결핍의 빛이 찬란히 피어오르는 그의 그림을 보는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전통 안료를 이용한 섬세하고 차분한 밑 작업 위에 내밀하게 찍어 올린 표현 방식은 일종의 자기 성찰의 과정이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풍요로운 소비사회가 가리 우는 모순을 투영시킨 그의 성채에서 욕망이라는 슬픈 빛을 본다. 정녕 꺼지지 않을 그 빛을 더 잘 직시하기 위해서 어쩌면 우리는 어둠 한가운데 서야 하지 않을까? ■

Vol.20110629d | 정수진展 / JEONGSUJIN / 鄭隋珍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