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624_금요일_06:00pm
Ghost Screening / 10:00pm~04:00am / 월요일 휴관
벡터 스페이스 Vector Space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 58-84번지 (2호선 문래역 7번출구) Tel. +82.2.2631.1108 www.vectorspace.kr
일상적 공간과 인물의 구체적인 배치를 사진에 담으면서 보는것과 보여지는 행위에 대한 정서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탐구를 보여주는 박소영의 작업을 소개한다. 이 전시는 전시장 오픈시간과 전시장이 닫힌 저녁시간(저녁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의 '고스트 스크리닝(무인상영)'으로 구성되어있다. ● 박소영의 작품「The Plane Ⅲ」는 스튜디오에 구축한 소실점이 분명한 흰색 박스 안에 사람과 롤 스크린을 세심하게 배치한 사진작업이다. 데칼코마니와 같이 똑같아 보이는 두 이미지들은 거의 완벽하게 대칭되어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포토샾을 이용해서 빠르게 만든 디지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그 제작과정은 전적으로 아날로그적이다. 작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검은 배경에는 도형적인 검은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빛 반사율이 가장 낮은 벨벳 천을 계획적으로 드리웠고, C-type 핸드 프린팅으로 고되게 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박소영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모두 이 작업의 일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작품을 처음 대면한 관객의 입장에서 이 모든 과정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러나 작가가 여기저기 흘려놓은 예민한 단서들은 사진 곳곳에서 숨은 그림 찾기 내지는 틀린 그림 찾기의 형태로 관객을 유혹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박스의 두께부분은 잘 다듬어지지 않아서 거친 표면은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박스 내부에는 작가가 작은 롤러를 이용해 흰색 페인트를 칠한 흔적이 여실히 발견된다. 양쪽에 대칭되어 동일해 보이는 이미지는 바닥에 먼지자국과 검은 선의 삐뚤어짐을 통해 다른 이미지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디테일의 흠은 첫인상의 미니멀한 경험치를 돌연 '체험 삶의 현장'으로 끌어내린다. 경직되고 안정된 구도의 구조적인 사물/인물 배치는 이러한 여러 가지 흠집으로 인해서 작가의 개인적 취향과 심상의 비전으로 대치된다. 도형과 선, 면과 검은 미궁에 휩싸여있는 여자모델은 이미지상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의도적으로 내려놓은 흰 롤 스크린에 가려져있고, 더욱이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 작가는 모델이 마주하고 있으나 보지 말라는 상반된 요청의 극적장치로 롤 스크린을 이용했고, 그 '흰 면'에 주목한다. 작가에게 이 '흰 면'은 나와 내가 마주하는 창이며 눈을 감고 바라볼 때 자신을 영사하는 스크린이다. 연극적인 무대 세트와 이미지내의 몸 없는 모델은 관객이 자신을 치환해 이러한 '흰 면의 명상'에 빠져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매개 장치로 해석된다.
눈을 감고 보는 것, 어둠 속에서 보는 것, 연속되는 경계선은 수평의 무대이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시각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다. 또한 이 무대는 다른 개념의 '봄'을 제시한다. 감은 눈선은 명확히 물질적으로 보이는 세상과 미지의 세계, 자기 자신만 볼 수 있는 것 (상상의 세계) 사이의 경계선이다. (작가노트 중) ● 이러한 명상적 시선은 박소영의 다른 작품 'Push/Pull(2008)'에서 작가 자신으로 치환되어 나타난다. 작가의 런던 집에서 촬영된 이 작업은 각각 밀어서(Push) 열어둔 창문과 바깥에서 당겨(Pull) 반쯤 연 침실문을 통해, 바깥과 실내(침실)를 촬영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유리와 거울에 투영된 연작이다. 작가는 이 작업에서 역시나 눈을 감고 있거나 사라져가는 소실점을 응시한다. 견고한 구도와 조명은 흡사 무대적인 느낌을 주고 있으나 이곳은 작가가 생활하던 일상의 공간이다. 작가는 자신의 생활의 제국을 (문을 열어젖히면서, 창문을 밀어 열면서) 드라마틱하고 연극적이게 보여주려고 하다가도, 이미지의 한부분에 응시와 시선의 문제를 잊지 않고 들여놓는다. 박소영에게 사진을 찍는 것은 이러한 자신의 지속적인 '바라봄'의 행위를 기록해두려는 의미인 것 같다. ● 지속적이게 바라보는 행위의 기록을 집대성한 작업이 박소영의 비디오 작업 'Untitled(2011)'이다. 비포장 숲길을 내달리는 운전자의 시선과 뒤로 멀어져가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룸미러를 동시에 찍어 한 화면의 위와 아래에 배치한 작품으로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 끊임없이 닥쳐오는 길과 동시에 멀어지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업은 고스트 스크리닝으로 저녁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 벡터 스페이스 쇼윈도 스크린에서 무인으로 상영된다.) ● 'Voyeur In Between(2011)'은 박소영이 지속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시선의 문제를 타인의 행동양식을 통해서 관찰한 작업이다. 지인인 한쌍의 신혼 부부를 작가가 만든 미닫이 문 통로에 세워두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문을 열게 해 부부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을 기록했다. 익숙하지 않는 공간에서 아무리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이라도 행동이 어색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낯섦은 섬광과 같은 깨닳음을 주기도 한다. 몇 번의 촬영이 지속되면서, 몇 번의 갑작스러운 눈의 마주침을 보면서 박소영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이 작업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서 다양한 연령대의 커플을 찍어가면서 폭넓은 관찰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박소영의 비쥬얼 시나리오는 시각적 내러티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 시선의 제한, 채택된 시선, 기하학적 유기체, 면과 선, 검은 미궁, 정육면체 인테리어에 가두어진 인물, 연극적이고 제한된 일상성, 불완전한 대칭, 찰나, 아날로그 사진, 변절의 통로, 문, 창, 터널, 프레임, 복도, 통로 계단, 자아의 자의적 분열... 박소영의 작업은 양쪽 대각선에 위치한 두 점을 서로를 향해 아무리 그어도 만나지 않는 기묘한 대칭지점 위에서 자신의 확고한 심상을 시각적 형태로 끊임없이 끌어올리고 있다. ■ 김혜지
Vol.20110625h | 박소영展 / PARKSOYOUNG / 朴昭暎 / photography.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