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62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월~토_10:00am~06:30pm / 일,공휴일_10:30am~06:00pm
인사갤러리 INSA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82.2.735.2655~6 www.insagallery.net
세상의 모든 개별 작가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있어 각자에게 허용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기 늦깍이 작가가 있다. 패션 업계에서 경력을 쌓고 은퇴한 작가는, 몇 년 전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여가를 위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그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린 다는 것은 높은 예술적 야망을 드러내거나, 예술의 열망을 형상화 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 않았다. 그저 그리는 것. 남는 시간에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것 자체가 작업의 이유. 이렇게 우아한 시간 때우기, 여가 선용이 어디 있을까?
약간의 습작 기간을 거쳐, 작가의 그림 소재는 차차 좁혀지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꽃'과 '건물'이 작가가 사랑하게 된 소재. 왜 '꽃'과 '건물'일까.
작가에게 있어 꽃은 순수한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그녀가 그리는 꽃은 수줍지도 않고, 농밀하지도 않다.식물의 생식기인 꽃에 대한 에로틱한 수사 같은 건 전혀 고려의 여지도 없는 듯하다. 오로지 활짝 피어난 아름다운 것. 그녀의 그림에서 꽃은 찰나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 아름다운 어느 한 '순간'을 기억하려 하는 듯하다.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그러나 도도하게 작가는 꽃을 그리고 있다. 영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남기는 것 그리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꽃을 그리는 이유이다.
그리고 '건물'이 있다. 꽃을 그리는 작가에게 '건물'은 어떤 의미일까. 일견 꽃과 건물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작가에게 있어 건물은 또 다른 꽃에 다름 아니다. 개별 건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겠지만 작가는 개별 건물과 그 너머 건축주를 바라보고 있다. 작가가 그린 건물들은 모두 작가의 지인들의 건물들이다. 작가는 투기의 대상, 자본의 물신화 등에 대한 비판이나 디자인 등의 요소로 건물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건축주와 건물의 관계를 생각했다. 그녀의 지인들은 말하자면 지난 수십 년간 격동의 역사를 함께 겪어 온 동지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그 신산스러운 삶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때 건물들은 단순히 사업에서의 성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삶에서 피워낸 꽃, 혹은 훈장과 같은 것이라고 하면 너무 배부른 소리일까. 재미있는 건 작가의 그림들에서 건물은 밝은 태양 속에서 우뚝 솟아오른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주로 인적 없는 밤, 흐려진 조명 사이에서 실루엣으로 드러나거나 대낮이라 하더라도 담담하게 정갈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것은, 말하자면 힘들게 피워 낸 꽃인 것이다.
작가는 늘 그리는 것이 즐겁다고 말해 왔다. 그녀가 좋아하는 건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그리는 것. 작가는 섣불리 예술적 야망을 드러내지 않지만 어찌 보면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다는 것만큼 큰 야망도 없을 것이다. 그녀가 앞으로도 즐겁게, 아름다운 것들을 그려 나가길 빌어 본다. ■ 조정애
Vol.20110621g | 조정애展 / CHOJEONGAE / 曺定愛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