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615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윤현_이범용_이재명_조혜진_최배혁_한경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인 GALLERY IHN 서울 종로구 팔판동 141번지 Tel. +82.2.732.4677~8 www.galleryihn.com
TRUTH & FACT ● 낯설거나 파악되지 않는 어떤 대상 혹은 상황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불안을 느끼게 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불가능하거나 대안을 세우기 어렵다는 판단 서게 되면 그 불안은 공황상태로 까지 이어진다. 이런 경우 현상 너머의 진실에 대하여 주목하고 판단, 이해하려는 인간의 능력은 쉽사리 그 자취를 감추고, 사회가 이 범상치 않은 소수자를 제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계도와 순화의 명분을 들어 처벌로 이어지기도 한다. ● 현대의 미술은 수용자의 관점을 통해 종종 이와 유사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표면에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파악 하기 어려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구사하는 표현들이 우리의 일상과 달리 낯설고 때로는 혐오스럽거나 부정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사회는 기존의 체제의 유지를 위해 표현 방식의 제약 또는 해석의 왜곡 등 여러 방식으로 그 의미를 희석하고자 한다. ● 현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는 진실과 사실의 사이에는 미세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통 개인이나 일정 집단에게 있어서의 진실이 어떤 관계 하에서는 사실이 되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가판대 위 몇 종류의 신문사설들이 펼치는 상이한 논지들만을 보아도 쉽게 파악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실상 중요치 않게 여겨지곤 하고 악용 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각자의 명분과 관점에 따라 사실과 진실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방법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 이번 전시는 위와 같은 현상에 근거한 사회적 혼란들을 전시의 형식을 빌어 넌지시 표현하고자 기획되었다. 진실과 사실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장소인 법정을 전시의 무대로 삼아 사회, 작가, 큐레이터, 관객을 각각 고소인, 피고소인, 변호인, 배심원으로 치환한 일종의 법정 상황극으로 묘사 할 것이다. 진실과 사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전시장 안에서 관객들은 배심원의 관점을 통해 전시를 조망하게 되며 그 동안 기획자가 마련한 작가에 대한 변호가 이어지게 된다.
이재명 작가는 유년시절, 대도시와의 첫만남에서 도시가 보여준 차가운 표정을 잊지 못한다. 거대한 도시는 인간을 위해서 그곳에 지어졌지만 인간을 배제하고 그 스스로 존재 하는 것처럼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며 서있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못하는 도시의 생소하고 초라한 이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러한 일상의 의외적인 장면, 그리고 장소와 개연성 없는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작품을 통해 지루하고 수동적인 도시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투적인 관계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한경우 작가는 우리의 주변을 아우르는 환경, 그리고 그 핵심이 되는 건축적인 구조를 여러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일상 속에서 어떠한 형태 혹은 용도로 규정 지어진 사물들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숭고함이나 그 정반대의 허구를 우리의 눈 앞에 드러낸다. 인지하지 못한 사물의 이면과 마주치는 놀라움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감춰진 이면을 발견하고 사뭇 놀라는 것과도 비슷하다. 전시 공간을 마치 조각 놀이를 하듯이 여러 조각으로 분할하여 기존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짐작해보게끔 하는 드로잉이 소개된다.
이범용 작가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모든 형상들에 주목한다. 그것은 여행이나 산행중의 신비한 영적 체험일 수도 있으며, 곤충과 주고받은 일종의 교감 따위의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서 경험한 불가해한 감정에 주목하고 그 심상을 종이 위에 옮기려고 하는데 최종적으로 기억하는 그 형상은 본래의 그것과 상당히 변화된 모습으로 기록된다. 이미지로서의 형상뿐만이 아닌 그가 경험한 모든 과정, 그리고 고민들은 색상과 도식(diagram)의 형태로 재조합 되고 나열된다.
조혜진 작가는 몸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듬어지지 않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캔버스에 옮긴다. 성애와 관련된 신체, 해부된 장기등 이는 우리가 모두 경험하거나 지니고 있는 신체의 언어이지만 또한 모두가 외면하고 더러는 저속하다고 여기는 주제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를 작업의 전면에 가감 없이 내어 비치면서 언뜻 개방된 듯 보이나 감춰지고 억압당하는 현대인의 몸과 그 너머에 감춰진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윤현 작가는 세상을 빛이 닿지 않는 심연으로 바라본다.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잃고 살아가곤 하는데 이는 심연과도 같은 사회 속에서 자아마저도 상실해버린 사람들이 그 어두움의 일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이런 작가의 생각은 니체의 '선악을 넘어서'의 한 구절을 연상시킨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 보고 있으니'. 다만 작가는 목적이나 되돌아 가야 할 어디가 아닌, 지금 여기의 초라하지만 나름의 빛을 발하는 우리를 직시할 것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최배혁 작가의 작업은 유쾌한 모습들 만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화 속 삽화와도 같은 장면이다. 동화는 우리가 상실한 무언가를 담고 있음에 비로소 환상적이거나 행복한 장면으로 변모한다. 작가의 작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동화적인 설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러기 아빠와 몸에 빼곡히 돋아난 부모 고슴도치의 자식들은 이런 웃음 뒤의 비애를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 방윤호
Vol.20110618i | TRUTH & FACT-허위사실유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