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sible city

송차영展 / SONGCHAYOUNG / 宋次英 / video   2011_0617 ▶ 2011_0629 / 일요일 휴관

송차영_invisible city-the dead: 03,04_2채널 비디오_2011

초대일시 / 2011_061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무이 GALLERY MUI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58-14번지 무이빌딩 1층 Tel. +82.2.587.6123 cafe.naver.com/gallarymui

작가의 작업은 이를 디지털 이미지 조작을 통해 기계적인 반복으로 리드미컬하게 직조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몽환경 같은 공간의 미로로 빠져들게 하는 식이다. 하지만 미로에서 미로로, 흐릿하고 모호한 이미지만이 무한히 연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흐릿한 이미지들 사이로, 그 데칼코마니 효과로 번지는 이미지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의 구체적인 이미지들이 느리지만 선명해지면서 이들 이미지가 현실의 어떤 공간에 대한 단상이었음을 살짝 노출한다. 어떤 순간적인 이미지, 그러니까 작가의 시선이 우연히 조우한 구체적인 현실의 공간이 슬며시 비쳐지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구체적인 현실이 오히려 일장춘몽 같다. 현실과 비현실적인 경계에서 작가가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라 해야겠지만 결국은 이를 통해 현실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어떤 구체적인 단상을 그 느낌을 전해주는 방식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작가가 현실로 조우한 공간의 이미지들은 기대하지 않은 세상과의 우연한 만남처럼 비현실적이다. 이는 그만큼 공간이 심리적인 내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려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공간이 우리에게 전하는 파편화되고 이질적인 느낌들, 우리 내부의 강박적인 불안함과 연결되어 있는 애매모호한 느낌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저 몽환경과도 같은 정서들 말이다. 우리는 공간을 그렇게 머리가 아니라 살갗에 마주한 피부로, 무의지적인 심리적 반응으로 경험한다.

송차영_invisible city-desire: 03,12_단채널 비디오_2011
송차영_invisible city-desire: 03,12_단채널 비디오_2011
송차영_invisible city-maze1: 03,10_단채널 비디오_2011

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벤야민의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라는 개념을 많이 떠올렸던 것도 사실이다. 작가 역시 도시를 경험하며 느낀 구체적인 순간, 어떤 찰나에서 마주한 이미지로부터 작업을 시작했을 터이고, 그렇게 조우한 이미지들의 기계적인 변주를 통해 작업을 직조했다면, 순간이지만 애초에 작가가 받아들였을 원초적인 도시의 이미지가 궁금해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할 듯싶다. 번잡한 도시의 일상을 경험하면서, 혹은 도시의 불빛과 미로 같은 잡다한 도시의 풍경과 불협화음의 이미지들을 대하면서 느꼈음직한 그런 순간들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무중력의 공간 속을 유영하는 그런 느낌들일 것이고, 작업에서 전해져오는 것처럼 강박적인 불안함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만화경 속의 세상의 이미지들처럼 성스럽고 동시에 악마적인, 무한 증식하는 화려함의 세계인 동시에 내면의 한없이 깊은 심연을 안기는 불안함의 그런 도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얼마간 닮아있다고는 할 수는 있겠지만 매혹보다는 강박과 불안함, 내면의 심리적인 몰입이 더 전해져오는 작가의 작업을 두고 이를 개념적으로 드리우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작가의 작업을 보면 다소 어지럽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몽환적인 느낌에 사로잡히곤 하는데, 유쾌하지 않은 그 경험을 다시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작업 너머의 세상, 우리가 마주한 이 다기한 세상의 파편적인 이미지들이 어쩌면 더 머리 아플 수 있다는 어떤 반사의식 때문인 것 같다. 처음부터 어떤 공감대는 분명 있었던 모양이다. ■ 민병직

송차영_invisible city-maze2: 03,25_단채널 비디오_2011
송차영_invisible city-maze2: 03,25_단채널 비디오_2011
송차영_invisible city-maze2: 03,25_단채널 비디오_2011

어느 책에선가 인간답다는 것은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며, 곧 자신의 장소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 즉, '장소'라는 것은 인간 실존이 외부와 맺는 유대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자유와 실재성의 깊이를 확인하는 방식이며 인간이 세계를 경험하는 심오하고 복잡한 측면이라는 말인데 이러한 의미를 지닌 장소로서의 도시 공간을 사유해 보고자 한다. 현대성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는 복잡한 층위 속에 수많은 이미지와 메시지, 이해관계들이 얽혀 들며 우리의 일상을 형성하고 지배한다. '보이지 않는 도시' 연작은 동명의 제목을 지닌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네러티브를 빌려온 것이다. 텍스트의 외적 구조는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구조를 유지하며 엄격한 체계에 따라 계획되었으나 텍스트의 내부는 다양한 의미를 생산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존재한다. 칼비노가 묘사하고 있는 도시들은 비연속적인 시공간 속에 존재하지만 다면적인 구조에 의해 연속성을 띄며 독자 스스로가 도시 속을 떠도는 기호, 정보, 메시지들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를 생성해 내며 다양한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이처럼 기하학적이면서 엄격하게 정형화된 패턴들에 의해 이루어진 도상으로 인해 더없이 합리적이고 완전한 세계가 구축된 듯 보이나 도시적 삶의 파편적인 풍경들과 소비사회를 상징하는 기호들이 그물을 짜듯 짜집기 되어 내면에 은밀히 도사리고 있는 불안감과 우울함을 드러낸다. 이러한 강박증을 동반한 불안은 어쩌면 초현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이 갖는 숙명적인 감정인지도 모른다. ■ 송차영

Vol.20110617d | 송차영展 / SONGCHAYOUNG / 宋次英 / 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