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616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서경_박상희_윤정선_이문호_이상원_이소영_이혁준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카이스 갤러리 CAIS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7-16번지 Tel. +82.2.511.0668 www.caisgallery.com
전통적으로 풍경은 가장 오랜 미술의 주제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경은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었고, 도시화와 산업화로 새롭게 달라진 풍경 또한 화가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풍경이라는 것은 그 사전적인 의미처럼 산이나 들, 강, 바다 등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일 수도 있고 어떤 정경이나 상황 이라는 의미가 포함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의 모습이 아닌 바라보는 이의 심정이 담겨있기도 하다. 하지만 익숙한 풍경의 재현이 주는 감흥은 한계가 있기에, 이제 작가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풍경을 탐구한다. 카이스 갤러리는 전시 『어떤 풍경 Somewhere Place』를 통해 자연과 인공, 현실과 가상 등 넓은 범주에서의 풍경을 통해 새로움을 모색하는 회화와 사진작가 7명을 소개한다. 각각의 작품들은 작가들의 눈에 비친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 지금의 모습 혹은 관심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루는 풍경은 실제 존재하진 않지만 작가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풍경이나(이소영, 이문호, 이혁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 익숙한 풍경(윤정선, 이상원, 박상희) 혹은 작가의 마음을 담은 '심상의 풍경'(강서경)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소영, 이문호, 이혁준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소영의 풍경에는 도서관이나 미술관 작업실 집 등 다양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공간은 모두 객관적인 모습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속에서 설계되고 배치되어 마치 무대나 영화의 세트처럼 보여진다. 축소모형으로 만들어져 사진 속에 담긴 공간 안에는 평소 작가가 의미 있게 바라보았던 미술사 속의 거장들의 작품 이미지들이 도입되어있다. 관람자는 이소영이 전개하는 전시장 공간 안에서 다시 개별 작품들이 제시하는 미술관 공간으로 인도되어 작품과 만나면서 작가와 함께 경험과 사유를 공유하게 된다.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신비한 색감이 감도는 이소영의 가상공간에서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이 공존함이 느껴진다.
설치와 사진을 병행하여 공간을 분해하고 재현하여 다양한 시선에서 보여주는 작업을 하는 이문호의 작품은 늘 보아오던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관람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인간의 눈은 의도적으로 시각적 착시나 오류를 유도해 만들어진 대상의 덫에 여지없이 걸려든다. 예를 들면, 실제 거울이 있는 공간이 아닌데 거울이 걸려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만들어진 공간을 거울로 인식하는 식이다. 이문호는 이러한 인간의 눈과 실제 혹은 인간의 눈과 기계의 눈 사이의 미묘한 차이와 어긋남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인식에 대한 균열을 드러낸다. 그가 담아내는 공간은 실제의 공간이 아닌 기억이나 상상 속의 공간으로 일상의 인공적 건축 공간이다. 이는 다시 한 번 사진을 통하여 추상적 공간으로 재현된다. 오브제를 통하여 만들어내는 구조자체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여 바로 주변에서 바라보던 사물과 같은 착시와 환상을 가져오지만 작가의 의도는 구조물이나 오브제를 통하여 주변의 여백처럼 느껴지는 공간과 사물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공간에 관람자의 기억과 상상력을 대입하게 한다.
이소영과 이문호가 인공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면, 이혁준은 기억 속의 숲을 재 조합해 가상의 자연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얼핏 평범한 숲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원근법을 무시한 풀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고 느닷없이 오두막이나 트럭, 빨래, 동물 등이 등장한다. 사진이 기억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작가는 한 가지 대상에 대한 기억을 한 작품에 한번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숲 풍경 작업은 숲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대상들에 대한 관심과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무심히 보아 넘기기 쉬운 숲을 구성하는 각각의 사물들을 조용히 찍고 관찰하면서, 숲의 기억과 개념을 시각화시키고 있다. 포토샵을 이용하여 밑그림이 완성되면 출력한 사진을 손으로 붙이고 그 위에는 바니쉬를 칠을 하는 수공방식이 가미된다. 이 때 사용하는 한 장 한 장의 사진은 구체적이지 않은 기억의 단편이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숲이지만 이 숲은 그에게 옛 일을 회상하게 만들고, 추억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윤정선, 이상원, 박상희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해석해 제시한다. 윤정선의 작품에서 그려지는 대상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네의 골목 주택가 풍경이다. 이렇게 익숙한 풍경이 일부가 지워져 여백이 되거나 실제보다 화사한 파스텔 톤의 색들도 채워지면서 보다 담백한 인상으로 새롭게 펼쳐진다.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느림과 텅 비어 있음을 느끼게 되고, 이들 풍경이 불러일으키는 소소한 기억들에 잦아들게 된다.
이상원은 화창한 날씨의 강변 공원, 더운 여름날의 바닷가, 눈 쌓인 스키장 등 많은 사람들이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장소를 찾아가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을 복합적인 시점으로 포착해 드러낸다. 개개인의 표정이 숨겨진 인물들은, 넓은 시야로 포착된 풍경 속에서, 오히려 추상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또한 여기에 운동하는 사람들의 반복적인 동작과 군집을 이루고 있는 형상들이 화면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담백한 인물을 보면서 관람자는 저마다 자신들의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회상하며 또 다른 휴식을 꿈꾸게 된다.
박상희는 현대 도시 풍경 속 상징물 중에 하나인 간판의 재료인 플라스틱 시트지를 캔버스에 붙이고 칼로 오려내는 방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의 인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화려한 밤, 화려한 인공의 빛으로 밝혀진 박상희의 도시 풍경 속에는 상이한 요소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음조가 있다. 풍경에는 시끄러운 빛으로 소란스러워 보이는 거리와 함께 그림자로 인해 생겨난 고요한 적막감이 존재한다. 빛과 그림자의 조합이 각기 다른 도시의 얼굴을 만들어내며 그 안의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끝없는 이야기들이 도시의 빛 덩어리 안에 녹아 들어 고유의 색깔이 형성된다. 박상희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질적인 조합을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그림 속 그곳은 서울의 한 곳일 수도 혹은 홍등이 밝혀진 홍콩의 모퉁이 이기도 하지만 그 어디에나 있는 누구라도 한번쯤 지나쳤을지도 모를 풍경이기도 하다. ● 마지막으로 강서경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공적이거나 자연적인 풍경이 아닌 작가의 마음의 상태를 바탕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몇 개의 이미지가 레이어로 겹쳐져 화면 속에는 칠하고 지워가는 과정을 통해 다중적인 공간을 만들어진다. 그림 안에는 구름이나 말 풍선 같은 형상이 떠도는데 이것은 꿈 꿀 수 있는 현재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기억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차분한 단색의 표면에 얼룩지거나 버무려지듯 섞인 이미지들은 마치 구름의 형상과 함께 흘러내린다. 구름은 항상 떠돌고 있으며 고정된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순간 모였다 흩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구름의 형상 안에는 또 다른 형상들이 보여진다. 그 안에 살며시 숨어 있는 이미지들은 꿈꾸는 장면,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의 이미지이자 추억과 잔상의 풍경들의 집합체이다. 심상을 하나의 풍경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의 작업은 근작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 『어떤 풍경 Somewhere Place』안의 풍경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이건 혹은 연출된 것이든 우리가 처한 환경이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보고이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굉장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거나 자극적인 요소들이 있다기보다는, 익숙한 듯 평범한 일상적 풍경 속에서 우리가 주시하지 않았거나 발견하지 못한 풍경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풍경에 내재된 아름다움과 의미가 새롭게 보이는 순간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카이스 갤러리
Vol.20110616g | 어떤 풍경 Somewhere Pla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