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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Space inno 기획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이노 SPACE INNO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2층 Tel. +82.2.730.6763 www.spaceinno.com
산의 높이와 골의 깊이 ● 태초에 땅이 어떻게 생겼을까. 고른 지표가 긴 세월 동안 지각변동으로 솟고 풍우風雨에 깎이면서 큰 요철이 생겨 지형이 변한다. 평지보다 썩 높이 솟아 있는 땅덩이를 산山이라고 하고, 땅이 비탈지고 조금 높은 곳을 구릉丘陵이라고 한다. 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산이 곧 땅이지만 보통사람들은 대체로 평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솟은 산을 특별히 볼 것이다. ● 산이 그냥 거기 있기에 사람들은 산을 오른다. 평지에서 보면 산의 높이와 덩어리를 헤아리지만 산에 오르면 골의 깊이와 아득한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산을 오르는 것이 일상생활과 다른 특별한 것이 될 수 있지만 오르는 과정은 인생굴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려서는 산의 거대한 덩어리를 본다. 골은 보이지 않고 높이만 보인다. 커가면서 높이를 느끼고 깊이를 가늠한다. 산중턱에 올라 숨을 고르다 보면 그제야 오름의 수고로움과 비어있는 골짜기의 깊이를 의식한다. 나이가 들면 골이 확연히 보인다. 산이 높을수록 골짜기가 깊다. 산의 높이보다 골의 깊이가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드넓은 허공을 보고 허무를 느낀다. 세상을 읽을 수 있다. ● 산을 오르는 사람들마다 제각기 다른 생각과 목표를 지닐 것이다.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정상을 향해 바쁜 걸음으로 내달리는 이도 있고, 황소걸음으로 바라보고 굽어보며 천천히 여유를 즐기는 이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중도에 힘에 겨워 포기하고 하산하기도 할 것이다. 산은 사람을 포용하기도 하고 내치기도 한다. 그것은 사람이 산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있다.
산의 자태는 사람마냥 가지각색이다. 둥근 산, 각진 산, 우람한 산, 늘씬한 산, 살집이 두터운 산, 야윈 산, 촉촉한 산, 메마른 산, 거친 산, 부드러운 산, 단단한 산, 부드러운 산 등등…. 산은 시시각각으로 변신한다. 구름에 감싸인 산, 비를 흠뻑 맞은 산, 눈을 이고 있는 산, 온몸에 향수를 뿌리는 산, 새 옷으로 갈아입는 산. 화려하게 치장을 하는 산 등 기후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반응한다. 산의 표정도 다양하다. 웃는 산, 우는 산, 화내는 산, 즐거워하는 산, 의연한 산, 교태스러운 산 등 사람의 시각과 느낌에 따라 다양하게 다가온다. ● 우리나라는 산이 많다. 국토의 70%가 산이다. 산은 외톨이가 별로 없다. 어느 곳을 쳐다보아도 완만한 능선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산을 타고 넘으면 산 너머 산이다. 산은 이어 달리기를 한다. 구불구불 쉼 없이 내달린다. 신나게 뻗는다. 달리는 산을 보아야 멈춘 산을 알 수 있다. 산에 올라야 산을 읽을 수 있다. 산을 껴안아야 산을 느낄 수 있다. ● 산은 사람들에게 경외敬畏의 대상이다. 유구한 세월을 이고 의연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서 있다. 미칠 수 없는 높이에 대한 경건함과 다가갈 수 없는 깊이에 대한 오묘함으로 사람들은 산을 모신다. 산에 대한 믿음으로 산을 받들고 숭배한다. 산은 위대하고 거룩하다. 산은 신神이 사는 곳이다. 산이 곧 신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뚝 자리한 산의 모습은 자연스레 그림으로 나타난다. 산은 아주 친근한 그림의 소재이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 춘하추동 사계절과 조석의 빛의 변화, 산이 가진 갖가지 형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두루 담아낸다. 사실적으로도 그리고 관념으로도 표현한다. 수묵으로 그리든 채색으로 칠하든 보고 느끼고 표현한 이의 정서와 사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담아낸 그림들이 있는가 하면 힘차고 굳센 산의 기상과 위용을 그리는 이도 있다. 겨울산의 깔끔하고 고요한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알록달록 화려한 가을산의 색채를 현란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감미로운 운무를 드리운 서정적인 산을 그리는가 하면 질곡의 역사가 깔린 격정적인 산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에 따라 산을 그린다. 모양을 그리고 자태를 그리고 표정을 그리고 산의 향기를 그린다. 오랜 세월동안 쌓이고 깎인 산을 다양하게 조형한다. 자연이 산을 만들었지만 사람은 그 산을 다시 쌓고 세우고 깎고 밀고 눌러 산을 그린다. 산을 그린다는 것은 이상적인 산을 만드는 것이다. 그 산에 신을 모신다. 내 정신을 닦고 혼을 쏟는다. 내 마음을 담는다. ■ 백범영
Vol.20110615d | 백범영展 / BAEKBEOMYOUNG / 白凡瑛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