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김무아_하놀쌈展   2011_0614 ▶ 2011_0811 / 일요일 휴관

김무아_INVASION 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꼴라주_56×120cm_2010

초대일시 / 2011_0614_화요일_06:30pm

기획 / 임주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판코 Gallery FANCO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카페 판코 Tel. +82.2.880.5552

나는 자주 꿈을 꾸었다. //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좁고 끝이 보이지 않는, 난간도 없는 다리. / 나는 그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 이건 꿈이니까, 떨어져도 고통스럽지 않을 테니까 괜찮다고 가보자고 용기를 내본다. / 하지만 발은 붙어버린 듯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다. / 내가 걷고 있는 곳은 꿈과 현실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 그리고 나의 나약함과 광활한 세상 속 모든 힘이 충돌하는 접점이다. / 모든 것은 정지된 채로 나의 떨림을 지켜보고 있다.

김무아_INVASION 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꼴라주_56×120cm_2010
김무아_경계_패널에 아크릴채색_10×10cm_2011

공존에 의해 생겨나는 경계, 그리고 그 경계를 조금씩 흐트러뜨리는 조용한 침범의 흔적들. 풍경 속의 실루엣은 더 이상 정체성을 위한 것이 아닌, 존재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가변적 경계일 뿐이다. 나의 삶에 늘 공존해 왔던 보이지 않는 힘, 너무나 익숙해서 의식조차 못했던 그 힘이 내 삶의 실루엣을 만들어 왔고 그 실루엣이 나의 정체성을 바꾸려 했음을, 나는 사라져 가는 바다와 집과 잡초 속에서 목격했다. 풍경의 목격자가 되는 순간 조금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의 정체성을, 모든 대상 속 힘의 관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 이제 나는 침범의 현장을 재구성하려 한다. 나 스스로 역학관계의 중심이 되어 경계를 새롭게 규정짓고 힘의 관계를 뒤바꿔놓기도 하며 또 때로는 침범 당하는 자들의 무기력과 예민함을 날카로운 반격의 무기로 전이시키기도 한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가늘고 날카로운 직선은 침범 당하기 쉬운 약함의 표상이자 두 힘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내포하고 있다. 내 앞에 놓인,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경계선 위를 이제는 떨림과 긴장감이라는 장대로 중심을 잡으며 조금은 담담하게 건너보려 한다. 그것이 나를 침범해 오는 힘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라 생각하며... ■ 김무아

김무아_옥상 풍경Ⅰ_보드지에 마카, 모눈종이_21×14cm_2011
하놀쌈_고양이와 루차도르_순지에 먹_53×45cm

당신 : 마스크쓴 괴한에 이것저것 잡스럽게 섞어서 그려놓고 이런 우스꽝스런 그림을 도대체 뭐라고 그려놓은 겁니까? / 나 : 코메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 당신 : 색은 또 왜 이렇게 칙칙하게 검은색을 지천에 바른 거죠? / 나 : 그러니까 그게 블랙코메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하놀쌈_목가적인 오침과 독일식 슈플렉스_순지에 먹_각 73×91cm

논리체계로써의 흑백논리는 지양되어야 할 사고의 방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현상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흑백논리화하는 경향이 큰 것은 그 이분법적 사고가 무엇보다 가장 명료하게  현상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일견 만화적으로 여겨지고 비논리적인 장면이 병치되어 있는 이미지에 그러한 흑백화의 옷을 입힘으로써 개연성도, 의미도 없어보이는 상황이 희극을 만들어 낸다. 흑백화의 과정을 통해 행위를 나타내는 가장 간결한 주체들만이 남은 화면은 창작자인 내가 할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불친절한, 감상자들과의 접촉지점인 것이다.

하놀쌈_목가적인 오침과 독일식 슈플렉스_순지에 먹_각 73×91cm

또한 예전부터 고매한 정신세계와 깊은 의미를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오면서 어느새 숭고한 재료로 암묵적 권위를 가지게 된 먹이라는 재료로 블랙 코메디라고 말하고 싶은 철딱서니 없고 경박하다 싶은 화면으로 끌어당기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먹의 용법에 새로운 시선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놀쌈_체크메이트_순지에 먹_각 45×53cm

그리고 화면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가면을 쓴 레슬러들에겐, 가면이란 본 얼굴을 감추고 정체를 비밀화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링 위에서 스스로 취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태도임과 동시에 투쟁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는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많은 페르소나가 '잔혹한 엔터테인먼트'의 링이라는 모순적 상황과 공간에서 끊임없이 격돌하는 것은 우리의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나는 그런 장면을 반복적으로 구성하고 만들어내면서투박하고 허술하며 모순투성이인 것 같지만 톱니바퀴처럼 딱 맞물려선일견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 같은, 확실히 돌아가고 있는삶 자체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 하놀쌈

Vol.20110614a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김무아_하놀쌈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