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610_금요일_06:00pm
기획 / 노암갤러리
관람시간 / 10:30am~06:30pm
노암갤러리 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적절한 거리 그리고 모호한 관계 ●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혼자서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타인과 함께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사회가 정한 규범과 규칙들을 준수하며 그 사회의 보호망 아래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발생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더 나은 집단이라 생각하고, 열등한 집단을 격하시킴으로서 자신을 격상시킨다. 또한 인간의 욕망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과 폭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기도 한다. 이러한 경쟁 구도 안에서 힘이 강한 자와 힘이 약한 자, 사회에 적합한 자와 적합하지 못한 자로 구분 지어 질 수밖에 없다. 사회는 다 같이 평등하고 행복한 삶의 모습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한편으로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야생과 같은 면이 공존하는 모순을 갖는다. 만약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과 틀에서 벗어나면 사회와의 유대감을 상실하고 소외되는 약자가 된다. 작가는 사회적 약자, 소외되고 배제된 대상들에게 애착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자신 역시 그들과 동일시하고 있다.
작가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받은 대상들을 고요하고 정지된 순간으로 초대한다. 캔버스 속의 주인공들은 자고 있거나 죽음의 모호한 순간에 머물러 있다. '잠' 혹은 '죽음'의 상태는 외부적으로 방어할 힘이 없는 그들에게 내부적으로 고요히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다른 사람의 말이 내부적으로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켜도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침묵은 백 마디 말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가진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는 삶의 모호한 순간에 있는 생명체에게 잠을 선물 할 수도 있고 죽음을 선물 할 수도 있다. 잠과 죽음은 반대되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삶이라는 경계선을 지워버리면 둘 다 편안하고 행복한 휴식이다. 그리고 긴 휴식의 끝에는 새로운 존재로의 탄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주로 어린아이나 동물을 화면 속에 등장 시킨다. 어린아이나 동물은 누군가로부터 보호받거나 지배받는 위치에 있는 존재들로 사회적 약자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어린아이와 동물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며, 애정과 동정심을 갖는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어린아이와 동물의 신체는 실재 비례보다 얼굴은 크고, 몸은 작게 과장되거나 변형되어 표현되었다. 동화적이고 판타지적으로 표현된 대상은 실재 대상보다 더 귀엽고 재미있는 느낌을 준다. 감정을 가정 먼저 인식 할 수 있는 부분은 얼굴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표정은 대부분 무표정하거나 놀란 표정으로 묘사된다. 작가는 얼굴에서 보여지는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자세나 손짓 같은 세부적인 형태에 따른 느낌을 포착하고 이를 재치있게 묘사한다. 엉뚱하고 묘한 상황 설정들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는 마음을 열고 웃음을 터뜨리며, 씁쓸한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표정의 묘사를 통한 직접적인 감정의 전달보다 더 많은 은유와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하나의 대상에 있어서도 바라보는 관찰자가 가진 환상이나 상상력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분명하게 의미가 규정되지 않는 것은 혼란일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무한하고 다양한 가능성으로 볼 수 도 있다.
작가의 환상이 작용한 화면은 시간과 공간의 구성이 비논리적이며, 화면 속에는 서사적 이야기 구성이나 대상들 간의 개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않고, 모순 없이 상반된 사고나 감정들이 그대로 배치되며 자유롭다. 명확한 경계나 어떠한 구분 없이 모호하게 열려있는 공간은 불확정적인 삶의 모습과 같다. 그리고 대상들은 삶의 공간에서 그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서로가 위치한다. 대상과 대상사이의 거리는 대상과 관객사이에도 거리를 만든다. 우리는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어도 그들 안으로 들어 갈수 없는 심리적 거리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거리두기는 집중과 관조 사이에서 주인공들을 정서적으로 고립시킨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다들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어딘가 낯설고 부조화스럽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고, 함께 있지만 서로 고독한 존재들이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의 빠르고 바쁘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들 모두와 소통하고 있지는 않다.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자리에서도 상대의 얼굴이 아닌 휴대폰이나 기기를 통해 의사전달을 하기도 한다. 서로 맡 닿아있고 계속적으로 소통하지만 또한 분리되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삶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지를 바탕으로 현실의 부조리한 사물과 현상들을 새로운 형태와 질서로 바꾸어 놓으며, 냉소적이지만 냉소적이지 않은 말랑말랑하고 시크한 웃음을 선물한다. ■ 신선정
Vol.20110610h | 백종훈展 / PAIKJONGHUN / 白宗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