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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6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공간속에 머물고 시간 위로 흐르다 ● 피부에 닿아 오는 기분 좋은 바람, 마음껏 숨을 들이쉬었을 때 온몸으로 퍼지는 자연의 싱그러운 숨결. 포근한 초여름의 오후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아늑함을 우리는 작가 한상미의 작업에서 마주할 수 있다. 매년 이맘때면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의 작품에는 분명 풀, 나무 등과 같은 자연의 소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화'라고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다가온다.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이름 모를 나무와 풀들만이 심어진 이 '정원'의 주인은 누구이며, 또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일까? 때로는 뾰족하게 또는 둥글게,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풀들과 아담한 나무들, 그리고 막 하늘로 상승하기라도 하듯 높이 떠오르는 키 큰 나무들은 따뜻하고 안락해 보이는 파스텔톤의 배경위에 놓여있다. 그녀가 3번째 개인전부터 보여주기 시작한 '또 다른 정원'들은 음영이나 명암대비 없이 그저 고운 색들의 면으로 구분되어 마치 높은 하늘 위에 떠있는 천상 세계의 공간 같은 평온함과 기묘한 느낌을 수반한다. 비록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마치 풀과 나무들의 속삭임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강한 생명력을 내뿜고 있다. 그녀의 작업에 주된 장소가 되는 '정원'이란 사람이 만들어낸 것으로 '인공'과 '자연'의 중간상태라 할 수 있다. 즉 정원이란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과는 달리 초록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인간이 자연 속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분리해 놓은 일종의 '중간 장소'이다. 이는 에덴, 곧 하느님이 창조하신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일종의 유토피아적 공간이자 모든 것이 가능하며, 선과 악의 구분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태초의 이상향과도 닮아있다. 즉 자연에 최대한 가까워짐으로 인해, 본래 상실했던 순수한 공간을 재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향수가 곧 '정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원이란 태고의 순수성이 존재함과 동시에 인간의 현실이 겹쳐질 수 밖에 없는 사이이자 경계 공간이 된다. 보다 자세히 말하면 이는 내부도 외부도 아닌, 내 외부를 연결해주는 통로와 같은 장소이다.
이번 4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또 다른 정원' 개념을 보다 확장시켜 현실과 상상의 경계인 '사이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머물고 또 흐른다. 현실도 가상도 아닌 이 '사이 공간'은 작가에게는 내면의 깊은 무의식을 숨겨놓은 은밀한 공간이 되며, 마음 속 깊이 존재한 정원에서는 나무, 꽃, 바람과도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다. 내 마음대로 가꿀 수 있고, 언제든지 산책 가능 한 비밀공간에서 그녀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작가에게 어린 시절 정원은 놀이의 장소이자 그리움의 공간이다. 야채와 채소를 만들어 주어 주렁주렁 열린 토마토를 따서 친구들과 나눠먹기도 하고, 각종 생명체와 마음껏 시간을 보내던 장소였다. 이처럼 어릴 적 정원에 갖고 있었던 특별한 기억과 그리움은 아버지를 보내신 이후 어머니가 홀로 정성스레 가꾸시던 아파트의 베란다 정원으로 전이된다. 부모님의 그리고 부모님을 향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작가는 포근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어루만진다. 은밀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상상과 현실의 넘나들기는 한상미의 작업에 묘한 공간감과 시간성을 선사한다. 대상을 똑같이 묘사하는 방식이 아닌 머릿속 이미지들을 다시 재현해내는 과정에서 뚜렷한 경계 없이 펼쳐지는 공간들과 색 면들로 구분된 평면적 구성들은 마치 이집트의 저부조화와도 같이 2차원인 회화작업에 촉지적이고 공감각적인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작가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색채들을 선택하여, 격돌 후 얻어지는 조화를 강조한다. 작품에서는 모든 것이 색 면으로 나뉘고 분리될 뿐 그림자도 명암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색들의 차이가 있을 뿐 주제와 배경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은 형상들은 모호한 경계 그 자체로 존재하며, 낯선 공간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시작도 끝도 없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사이 공간들... 고정된 중심도 반드시 따라야 할 법칙도 없이 부유하는 공간들... 단일한 시점을 거부하고 무한히 변주하며 또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열어주는 공간들... 우리가 반드시 자명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여 낯설게 만들어주는 공간들... 현실에서 잠시 빗겨나 위안과 휴식처를 제공해주는 공간들...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이 가능성의 공간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1967년 한 강의에서 언급했던 공간개념인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이질적인 세계들이 공존하는 세상, 큰 흐름 속에서 맥락화 되고 연속선상에 서있는 질서정연한 시공간이 아닌 어느 한지점이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시공간의 층위에 '틈'이 발생했을 때의 공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 전이적이며 부유하는 공간을 지칭한다.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이론으로만 가능한 꿈의 세계인 유토피아(Utopia)도 아니며, 동질화되고 획일화된 호모토피아(Homotopia)와도 대립되는 공간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는 삶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휴식의 공간이자 현실과는 또 다른 위안과 안식처를 제공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상상의 공간이다.
한상미의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최근작업인 '확장된 정원'에서도 어김없이 나무를 볼 수 있다. 가장 주축이 되는 장소가 정원이라면 가장 주된 소재는 '나무'일 것이다. 나무는 자연물 중에서도 순수한 생명성과 본질을 담아내는 좋은 소재가 된다. 어릴 적 유독 작가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나무는 마치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두려운 존재였다. 캐나다로 여행을 갔을 때 마주한 숲속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나 실내에 놓인 커다란 화분을 볼 때에도 그녀는 마치 나를 잡아갈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나무를 피해 멀리 돌아가기도 했다고 말한다. 거대한 생명의 에너지를 간직한 살아 숨 쉬는 존재인 나무는 그녀의 작품에서 종종 의인화 되어 표현된다. 주어진 공간 안에서만 미세하게 움직일 뿐, 다른 개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나무에서 고요하고 은밀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담장 안에 놓여 진 어린 나무들은 작가 특유의 표현으로 탄생된 상상의 나무이며, 이 나무들은 정형화된 형상으로 묘사된 담장 밖 나무들과 대조된다. 감수성이 남달랐던 중학교 시절 선생님이 전근가시며 말씀해주신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작가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이후 나무에는 모든 색들이 들어있으며, 고동색과 초록색으로 표현해야만 한다는 정형화된 사고의 틀에서 넘어설 수 있게 해준 중학교 미술 선생님 역시 나무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도록 만들어준 중요한 계기가 된다. 개인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기에, 저마다 감정과 욕망을 담고 있는 한상미의 나무들은 사람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으며, 어딘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무한한 공간 위에 놓여진 정원들은 높지 않은 담장들로 둘러 쌓여있다.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계들에는 서로의 공간으로 넘어가는 뻥 뚫린 문들이 존재하며, 문 안으로 또 다른 공간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 공간과 공간 사이에서 작가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은 상상이었고, 상상 속 모든 것은 현실이었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유독 아버지와의 관계가 특별했던 그녀는 백혈병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본래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계셨던 것이 상상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지를 보내드리던 날 가족의 곁을 맴돌던 '나비' 역시 아버지의 존재로 다가왔는데, 이는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과도 닿아있다. 작품 '나비꿈을 꾸는 정원'에서 그 나비들은 나비의 날개 짓을 닮은 식물로 변형되어 나타났다. 그녀의 작업에서는 나비 외에도 바람, 낙타초와 같은 자연적인 소재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아닌 인간과 자연이 평등한 동양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작품뿐 만 아니라 유독 그녀의 작품에서는 제목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번 전시의 제목들인 '그 풍경을 따라 내가 있었다', '나비 꿈을 꾸는 정원', '머물다 흐르다', '그렇게 바람은 흐른다', '6월의 바람을 걷다', '아래로 흐르는 바람', '풍경과 풍경사이', '바람이 내게 온다', '6월이 머물다', '기억하다', '경계 없는 풍경'에서도 알 수 있듯 유독 많이 등장하는 바람은 공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공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이 경계 없는 풍경 속에서의 자유로운 나들이에는 아무런 제약도 불가능도 없다.
유아교육과와 회화과를 모두 전공한 그녀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 역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오랜 시간 아이들의 작업을 대하면서 작가는 그들의 기발한 형상과 즉흥적인 표현에 주목한다. 정신분석에서 치료자가 환자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역전이(逆轉移) 현상이 종종 일어나 듯 아이들의 생각지도 못한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표현은 그녀의 작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때로 아이들은 직접적으로 의인화 되어 작업에 표현되기도 하는데, 1회 개인전에서의 둥근 형상은 아이들을 나무로 상징화 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2회 개인전 이후 나무들은 점차 뾰족한 형상을 갖추게 된다. 마치 하늘을 향해 갈구하는 아버지의 손바닥처럼 나무들 역시 생명을 위한 수직상승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갖고 있는 본능인 향일성(向日性), 즉 빛을 향해 하늘로 올라가려는 욕구와도 같이 그녀의 작품 속 풀과 나무들은 태양을 향해 시선을 맞추고 있다. 2006년 두 번째 개인전과 2008년 세 번째 개인전 당시에는 여러 개의 직선으로 구획된 공간들 사이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어 내부의 정원개념이 보다 강조되었다면, 최근 작업에서는 딱딱한 경계들은 느슨해지고 구불구불거리다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원의 개념 역시 예전 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어머니가 가꾸시던 정원에서 점차 작가 내면의 정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 주변의 사람들 혹은 작가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하기 시작한 정원은 더 넓어지고 확장하여 이젠 정원이라기보다는 초원의 모습으로 보여 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각자의 마음 속 풍경, 즉 들어가 보고 싶은 각자의 정원을 들여다보길 원하는 그녀는 그 안에서 마음껏 달리는 얼룩말과도 같이 정원이라는 '사이 공간' 속에 머물고 시간 위로 흐르며 내면의 기억과 향수를 넘나드는 공간 여행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진섭
A Trip through Space and Time ● In Han, SangMi's work we can feel agreeable breezes touching us, nature's fresh breath spreading over our bodies, and the warm coziness felt on an early summer afternoon. Without exception we can discover some natural subject matter such as plants and trees in works displayed during this season. Han's work looks unfamiliar and different from other landscape paintings we often see. Who is the owner of this garden full of unknown trees and plants in absence of people? And, where is he living now? ● Plants with thriving pointed and rounded leaves, and compact trees, and tall trees as if soaring toward the sky are placed on a background of pastel colors. The Other Garden Han presented at her third solo show brings about a peaceful yet weird feeling as in a heavenly space with no stark contrast between light and shade, separated into fine color planes. If we listen attentively to what trees whisper, we can feel vitality even if no person appears in her work. A garden, the main spatial background in her work is in an intermediate state between the natural and artificial. Unlike nature, the garden is a sort of a middle place humans artificially created. This is a utopian space God created at the beginning of the world, when everything was possible, and no distinction between good and evil existed. The garden reflects humanity's raw lust and yearning to revive the pure space humans lost. The garden is thus a border where immemorial purity and current reality overlap. In short, it is a passageway linking the interior to the exterior. ● Han expands the concept of 'The Other Garden' in her fourth exhibition, remaining in a space between reality and imagination. This is a clandestine place where she hides her profound inner unconsciousness. She freely converses with trees, flowers, and winds in the garden deep seated in her heart. Han unfolds her imagination in this secret space where she can stroll anytime. For the artist, these gardens are a place for amusement and longing. In this space Han crosses over reality and imagination, which lends Han's work a weird sense of space and time. ● The two-dimensional composition composed of spaces without clear borders provokes synesthetic feeling like Egyptian low-relief works. Han emphasizes harmony earned through clashes of colors that are not generally used. In her painting, everything is separated by color fields and no light and shade is found. In an ambiguous boundary, forms incessantly create unfamiliar spaces. ● Spaces unfolding without beginning and end, spaces floating without depending on any law or center, spaces infinitely modified and open to another world, spaces posing questions, and spaces offering solace and repose out of reality...... these spaces are discovered in the concept of 'heterotopia' Michel Foucault asserted in a lecture in 1967. It refers to a space appearing in a chasm in space-time, existent yet inexistent space, and space spreading and flowing. Foucault's 'heterotopia' is the space for repose and imagination, opening up infinite possibilities. ● Trees are prevalent in Han's recent work The Extended Garden, signifying a 'heterotopic' space. Her primary subject matter is the tree encapsulating the essence of life, while her work's main background is the garden. With enormous life energy the tree is often personified in her work. Serene movement is there in her delicate trees too. Young trees inside a wall come into being through her imagination, in contrast with typical trees beyond a wall. During middle school Han was profoundly influenced by the story The Giving Tree told by her teacher. She was inspired by her art teacher's allusion to trees with many hues, suggesting we must transcend standard thinking about trees being only reddish brown or green. Reflecting her psychology, emotion and desire, her trees look like men, and her garden within infinite space is encircled with a low wall. ● Han considered "All in my thought was imagined, and all in my imagination was reality". She thought her father did not exist, his existence was imagined, when he passed away. At the funeral, Han thought a butterfly wandering about her family was her father. In the Garden Dreaming of a Butterfly Dream, butterflies become plants that look like butterfly wings. Titles of her work including Was through the landscape, Garden Dreaming of a Butterfly Dream, Staying, Flowing, The Wind Flows So, Walking with the Wind in June, Wind Blowing Downward, Between Landscapes, The Wind Comes to Me, June Stays, Remembering, The Borderless Vista, often focus on the wind, a medium allowing her space travel throughout her borderless and unrestricted landscapes. ● Children are also important in understanding her work as she majored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painting. The artist pays attention to children's novel, impromptu expressions. Their unplanned momentary expressions are found in her work. Rounded forms displayed in her first solo show were trees symbolic of children. Since her second solo exhibition trees have appeared pointed, showing their will to soar toward life. As almost all plants have the desire to soar toward the sun, plants and trees in her paintings face the sun. ● In her second exhibition in 2006 and third in 2008 the concept of inner garden was emphasized with a clear distinction of space using multiple lines. In recent work, borders have become blurred and gradually disappear. The concept of the garden moves to her inner garden, and from the garden where her mother strolled after her father's death, reflecting people and herself. It looks like a grass-land expanded and enlarged. Han expects viewers to enter and view their own garden through the show. She is a space traveler in a garden crossing memories and nostalgia. ■ KIMJINSOB
Vol.20110608d | 한상미展 / HANSANGMI / 韓相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