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gory of the Moment 순간의 알레고리

황정희展 / HWANGJEONGHEE / 黃晶熙 / painting   2011_0601 ▶ 2011_0619

황정희_Allegory of the Moment-Reflection_하드보드지에 아크릴채색과 콘테_90×120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도올 기획 초대展

관람시간 / 월~토요일_10:30am~06:30pm / 일,공휴일_11:30am~06:30pm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번지 Tel. +83.2.739.1405 www.gallerydoll.com

화면 중앙으로 네 개의 의자와 파라솔 형상이 보인다. 빛을 받는 듯한 파라솔과 의자 형상 아래로 짙은 청색물결이 가득한데 파라솔이 비치는 이 물의 형상은 점묘가 연상되는 탓에 매우 신비롭다. 평범한 물결 형상이 아닌 패턴화 된 점들이 만나 이루어진 물의 형상이 전체적으로 간략화 된 형상과 잘 조화된 탓에 어딘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강조된다. 마치 어떤 상황을 유추 할 수 있게 단서가 제공되는 것 같기도 한 이 작품은 황정희의 대표작 'Cool Vacance'_Modern Architecture 시리즈 중 하나이다. 화면 전체로 빛을 머금은 듯한 색감과 부분적으로 들어간 구체적 형상은 리얼리즘을 선보이고 있으나 가까이서 관찰해 보면 자세한 세부 묘사는 자제되며 색감으로 보이는 거친 붓터치가 추상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화면 전체로 흐르는 이분법적인 안정적 구도와 건축적 형상이 연상되는 드로잉은 매우 간결하다. 점묘가 연상되는 붓터치와 빛을 머금고 있는 색감 그리고 구체성이 결여된 이러한 재현적 형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황정희_Vancouver Art Gallery Cafe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90cm_2011
황정희_Digitalized Caf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90cm_2011

작가는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잡지에서 발견된 이미지를 캡처하여 그림을 그리는데 장소에서 보이는 구체적 형상은 작품 완성시 크게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 그리는 재현에서 오는 서사적 구조가 아닌 기억이 만들어 내는 잔상과 작가의 내적 감성이 더해져 작품안 상황은 어딘지 알 수 없는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다. 또 하나의 시리즈인 'Allegory of the Moment 2'에서 화면 왼편으로 의자 세 개와 빛이 들어오는 창이 보이며 전체적으로 검정색이 바탕을 이룬다. 창을 통해 처리된 빛에 효과와 의자 아래로 떨어지는 그림자가 인상적인데 마치 현대인의 고독감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내적 심리가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어둡다는 느낌으로 말하기엔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강하다. 이 작품 역시 가까이서 볼 때 세부적인 묘사는 자제 되며 거친 붓터치가 의자 형상으로 보이는데 일부의 공간만으로 처리된 약호 화된 형상이 작품의 상황을 유추 할 수 있을 뿐이다. 화면 전체로 흐르는 빛에 효과는 고전주의에서 보이는 처리방식 이기도 하다.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빛에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은 보는이 에게 또 다른 회화적 입장을 갖게 한다.

황정희_Raw Reflection 1_종이에 연필_27×20cm_2011 황정희_Raw Reflection 2_종이에 연필_20×27cm_2011
황정희_Cool Vacance-Ice Coffe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0×45cm_2011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사진을 바탕으로 완성된 그림을 다시 한번 디지털화 하여 포토샵으로 가져오는데 컴퓨터안 에서 자유 자재로 변화되는 색감과 형상은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디지털 안에서 변화된 이미지는 다시 출력해 그림으로 그리는데 본래의 그림과 놓고 본다면 형상 보다는 색감이 더 강렬하게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 옛날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에 성질에 따라 달리 보이는 색감을 연구한 것처럼 이 작가 역시 그러한 점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신작 역시 내용을 전달하려는 구체적 형상에서 벗어난 부분적 상황만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차원 평면에서 보이는 사물을 담아내려는 형상간의 조형성 연구 일 수도 있다. 이것은 작업과정에 대한 유희이며 추상성으로 가려는 작가의 의도이자 표현주의적 성향으로 보여진다.

황정희_Allegory of the moment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72cm_2010
황정희_Allegory of the Moment - Lobb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60cm_2011

우리는 황정희의 작품에서 약호화된 형상과 빛을 머금은 듯한 색감 그리고 거친 붓터치를 관찰하며 그 안에 어떤 얘기가 숨어 있는지 궁굼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너머로 어떤 내용이 있는지 찾는 순간 정작 작품에서 오는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놓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연상되던 그것은 그림을 보는이의 자유이며 예술작품에서 오는 특권이라 생각된다. 작가의 작품은 어떤 내용을 전달하려는 것보다 기억이 만들어낸 무위식의 표상일 수도 있으며 실재의 사물을 보고 그리는 재현을 바탕으로 하는 조형성에 관한 실험일 수도 있다. ■ 신희원

Vol.20110606g | 황정희展 / HWANGJEONGHEE / 黃晶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