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6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화요일_02: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전도된 환상, 욕망과 충동의 파편들 ● "그러나 확실히 기호화되는 물건보다 기호 자체가, 원본보다 복사본이, 현실보다 환상이, 본질보다 외관이 더욱 선호되는 오늘날의 시대에는... 오직 환상만이 신성한 것이고 진실은 세속적인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진리가 감소되고 환상이 증가되는 정도에 비례하여 신성성은 더욱 고양된다고 여겨지고 있고, 그 결과 초고도의 환상이 최고도의 신성성이 되고 있다." (포이에르 바하, 『기독교의 본질』 제 2판 서문)
정교하게 제작된 무기들이 쇼 케이스에 담겨진 전시장. 마치 백화점 매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30%라는 기호가 있고 진열장 뒤로는 아직 포장에 싸인 채로 보석으로 치장된 꽃들이 보인다. 벽에 걸린 사진에는 어여쁜 20대 여성이 쇼핑백을 맨 채로 우아하지만 살벌한 장총을 들고 모호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차가운 무기들은 소위 명품브랜드 화장품의 버려진 용기들을 조합하여 제작된 것들이다. 화려한 보석 꽃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인형들의 절단된 신체들에 꽂혀진 형용색색의 주사바늘들이다. 언뜻 보면 그의 작업은 자본주의에서 성형과 치장이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지만, 작품들을 조합하여 전시된 연출은 예술과 제도의 문제로 확장된다. 전시는 자본과 결탁하여 작동되는 시스템이 개인과 사회의 욕망과 환상, 예술의 상품형식으로서의 무의식, 사회적 증상으로서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구성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전시는 상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맑스는 그것을 "인간의 온갖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가 만든 것을 상품이라 하지 않는다. 남에게 공짜로 주는 물건도 상품이라 하지 않는다. 즉 타인에게 판매될 때만 상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가를 받고 이뤄지는 모든 것은 상품이 된다. 다시 말해서 상품은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성질이 아니라 구매되고 판매되는 관계 속에 들어감으로써 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가진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는 "거대한 상품의 집적"을 특징으로, 모든 것을 상품화하려는 사회이다. 팔기위해 생산된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갖지만, 사용가치는 오직 타인의 것이기에, 팔기위한 상품은 교환가치를 위해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들의 가치가 화폐에 의해 부여받는 역전 현상이 바로 '물신주의'(fetishism)이다. 물신주의는 상품이나 화폐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며, 거짓된 허구가 아니다. 물신주의란 초월자로서의 화폐에 의해 상품의 가치가 정의되는 현실적인 메카니즘의 이름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의 메카니즘 속에서 우리는 그 소비시스템과 그것을 작동시키는 욕망을 욕망한다. 화폐가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화폐와 교환될 수 없는 것은 존재이유가 없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은 가치 없는 것이 되며, 미와 예술의 기준, 생물학과 생태학적 분포마저 지배한다. 인간의 얼굴, 몸도 그에 따라 작동한다. 이같은 스펙타클의 메카니즘은 예술에서도 충실하게 작동된다. 욕망은 권력 지향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아름다움마저 냉혹한 전사의 모습이 되어 전장에 서게 된다. 이로써 "현실세계"는 MTV에서 펼쳐지는 매혹적이며 무차별적인 다큐멘타리일 뿐이다. 현실자체는 스펙타클에 의해 전도되고 말았다. 우리는 삶을 산다기보다 보여지기를 욕망한다. 스펙타클의 본질적 운동 속에서 상품을 인지하고 스펙타클에서 상품물신주의는 절대적 완성에 도달한다. 스펙타클은 상품이 사회적 삶을 총체적으로 점령하게 함으로써 교환가치의 승리를 가져오고 현실의 소비자는 환상의 소비자가 된다. 상품은 사실상 실재하는 환상이며 스펙타클은 이런 환상의 보편적 표현물인 것이다. 스펙타클의 전도된 현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인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적 삶의 허위성을 폭로한다. 스펙타클적 전시방식을 통해서 스펙타클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의 부정으로써 현대에서 예술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질문하고 있다. ■ 박수진
Vol.20110604d | 김유연展 / KIMYUYEON / 金宥延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