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6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the Sweet Dream Vaccine ● 이강준의 이번 작업들은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들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어린 아이, 거리 산보자, 꿈꾸는 자, 여행하는 자로서의 경험과 관찰들을 종합하여 달콤하게 도취된 초현실자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일상적이고 하찮고 평범하고 낡고 우연적인 사물과 사건들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의 계기를 드러낸다. 어린 시절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경험들은 무의식적으로 편집된 이미지들의 파편으로 드러남으로써 사회적 역사적 발전의 징후를 알리는 현상으로 읽혀진다. 작가는 산보하는 자로서 어린 시절 살던 동네의 거리를 거닐면서 여러 공간들의 열림과 닫힘, 멀어짐과 가까워짐,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들을 의식적으로 상기시키고 중첩시킨다. 이런 행위는 '지나간 과거를 개인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우연의 소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필연적인 것'(벤야민)으로 보고자 한 것이다.
그는 20년 만에 돌아온 고향, 동부이촌동 아파트 단지를 어린아이의 감수성과 성인이 된 현재의 감정을 오가면서 배회한다. 과거의 시간 흔적과 현재의 시간은 사물들에 중첩되어 동시적 관계를 이루고, 연속적인 것과 일시적인 것 사이의 동시적 관계를 보여주는 사유이미지로 보여진다. 특히 「edited memory」 시리즈는 '인식 가능한 지금'으로서 역사적 현재를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edited memory no.1」은 놀이터의 회전 그네의 움직임의 잔상과 그 뒤에 배경처럼 보이는 산뜻한 아파트 모습들은 영화로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지만 텅 비어 있는 놀이터의 반복된 이미지는 이전과 지금의 시간 사이에서 사라진 것들이 유령처럼 떠돈다.
「edited memory no.2」는 보다 적극적으로 현재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는데, 흔들리는 그네와 '철거'와 '이주'가 어지럽게 쓰여 진 허물어지기 직전의 아파트의 모습은 쇠락한 대도시 거주민들의 고된 삶의 시간을 보여준다. 이들 사물들은 두 시간 사이에서, 연속적이고 일시적인 움직임 사이에서 근대적 가치, 산업사회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렌티큘러로 제작된 작품들은 렌티큘러의 무빙효과에 의해 사진의 정지된 이미지의 단점을 보완한다. 관객들은 여러 장의 렌티큘러 사진들을 따라 걸으면, 자신이 지나가는 시간과 거리만큼 사진의 사물들이 움직이고 멈추면서, 일시적이고 덧없는 이미지가 드러나는 것을 본다. 여러 장의 반복되고 흔들리는 이미지는 마치 꿈 이미지처럼 낡은 유물이 된 삶의 터전들과 시간들을 역사적으로 구성해낸다. 마치 두 시간들이 중첩될 때, 갑작스런 섬광처럼 일시적이고 불연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사유이미지는 공허한 시간, 존재하지 않은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삶을 보여준다. 이 순간적이고 동시적인 경험은 근대화와 산업화라는 한국의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현재의 이미지로, 한국의 근현대 역사를 구체적으로 해독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과 공간들은 대도시 거주자의 경험과 그들의 특징적인 불안감, 현재의 역사를 이미지로 드러낸다. 마치 축소된 역사처럼 말이다. 이강준은 이번 전시에서 거리 산보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초현실주의자의 일상적 경험을 작품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사물의 파노라마, 이미지의 스펙타클, 집단적 꿈의 이미지, 환상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그의 작품들 사이를 걸으면서 하나의 도시, 축소된 하나의 세계, 축소된 역사를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세심한 관찰자로서 우리는 구불구불한 선들의 매혹을 놓치고 싶지 않다. 깨지기 쉬운 달콤한 꿈이지만 반복해서 꿈꾸는 그의 작품은 과거라는 시간 속에 봉인될 수 없는 역사적 현실의 시대와 삶, 그리고 그 가운데에 반복해서 되살아나는 희망을 보여준다. ■ 박수진
Vol.20110604b | 이강준展 / LEEJANGJUNE / 李康準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