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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531_화요일_06:00pm
후원_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0:30am~06: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B1 Tel. +82.2.880.7480
누구나 어떤 그림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면 '이건 무엇을 그린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기 마련이다. 화면 안에 그려진 것이 어떤 색과 면, 물질적 구성으로만 이루어진 추상적인 형태, 혹은 지나치게 왜곡되어 알아볼 수 없는 형태가 아니라면 이내 대상의 원형을 떠올리고 그 형상의 의미를 유추해낸다. 우리는 이런 이미지들이 단 하나의 고정된 의미만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하나의 실체라기보다는 가변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이미지의 힘에 사로 잡혀서 그것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잊곤 한다. 그려진 대상이 우리의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엇인가를 연상시킨다면 이미지와 의미 사이의 거리두기는 더욱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희뿌연 화면 속에 작은 형체의 이미지들은 동네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콤한 맛이 나는 지렁이 모양의 젤리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강렬한 색과 맛을 자랑하는 대신 흐려진 화면 뒤로 일정하게 늘어서서 어딘가 모르게 스스로를 감추고 있는 듯 보인다. 반투명한 미디움으로 가려진 이 형상들은 화면 위의 뿌연 두께로 인해 처음에 떠올렸던 젤리의 이미지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자리 잡는다. 이렇게 화면 속 이미지를 덮음으로써 가리는 행위는 그것의 본래 이미지로부터 거리두기를 가능케 하는 동시에, 작가 본인이 그 사물에 대하여 가졌던 감정과 의미를 감추는 역할을 한다.
조신영의 작업에서 이러한 '가리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어 왔다. 2008년의 작업, 'Pecking order/Packing order - 숨 참기'에서 지렁이 모양의 젤리는 진공 포장 ․ 압축되어 일그러짐으로써 작가로부터 투영된 욕망과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감추는 역할을 했다. 작가에게 있어서 젤리의 알록달록함과 새콤달콤함은 영원히 잡아 두고 싶은 순간적인 것으로 대변되었으며, 포장을 통해 일시적이고 사라지기 쉬운 달콤함을 지속하고자 했던 욕망은 오히려 압축의 과정에서 일그러지고 새로운 포장에 의해 가려짐으로써 억압된다. 2009년에 제작된 '젤리2'의 작업에서도 이러한 일그러뜨리기의 행위는 계속되는데, 투명한 아크릴 판 사이에 완벽하게 짓눌린 젤리들은 연속적으로 중첩되어 보여진다. 하나의 이미지는 기존의 이미지를 가리는 동시에 새롭게 얹어지는 이미지에 의해 가려지면서 본래의 형상을 잃고 하나의 뭉뚱그려진 이미지로써 제시된다. 반투명한 젤리들이 층층이 쌓인 모습은 하나의 형상에서 비롯된 잔상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은 마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대상에 대한 간절함과 공허함의 몸부림을 암시하는 듯하다.
반면 이 젤리의 형상들은 캔버스 위에서 특정한 순서 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되어 그려지는데, 새로운 질서 안에 재배치된 형상들은 완벽하게 대상화됨으로써 하나의 시각적인 기호로만 기능하게 된다. 마치 대량 생산되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를 일정한 간격으로 지나는 상품들처럼 수평적으로 나열된 뒤 모두가 동일한 시각적인 정보로 대치되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화면 안에서 구심점 없이 흩어져 반복적으로 나열된 이미지들은 새로운 두께를 입음으로써 다시 한 번 가려지게 된다. 반투명하거나 불투명에 가까운 이 두께에 의해 정확한 실체 없이 불분명하고 모호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흐릿해진다. 이러한 '가리기'의 행위는 뿌연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작가와 대상, 대상과 화면, 그리고 화면과 관람객의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낸다. ● 이번 전시 '일그러진, 가려진, 흩어지는' 에서는 기존의 작업과의 연장선상에서 다양한 거리두기가 이루어진다. 주된 소재로 사용되었던 젤리 외에도 동물의 형상을 한 여러 가지 기호품들이 등장하는데, 이 사물들은 변형되거나 왜곡되어 표현됨으로써 화면 안에서 새로운 이미지들로 재배치된다. 한편 작가는 한 사물의 이미지 위에 다른 이미지를 겹쳐 그리거나, 중첩된 이미지 위에 드로잉적 요소를 가미하여 새로운 방법의 가리기를 시도한다. 또한 종이접기와 캐스팅을 통하여 제작된 다양한 오브제들을 제시함으로써 실제 사물과 재현된 사물간의 거리감을 유발하여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이미지들과 오브제들은 일그러지거나 변형되고, 가려지거나 덮어지고, 흩어지거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열됨으로써 새로운 조형 언어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 김글
Vol.20110531c | 조신영展 / JOSHINYOUNG / 趙信英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