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VAL_Cinderella version

삶의 그래프를 한번 그려보자.

생물학적 입장에서 삶의 시작점과 끝점은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큰 눈금 두 개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삶을 생물학적으로만 바라보았을 때는 설명되어지지 못한 점들이 분명 존재한다. 제시된 삶의 그래프에서 죽음이라는 끝점을 기준점으로 삼아 한 눈금을 더 연장시켜 보자.

죽음을 기준점으로 반으로 접었을 때 '처음의 태어남'과 '새롭게 태어남(부활)'이라는 두 개의 태어남이 겹치게 된다. 두 개의 태어남은 '새로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얼핏 동일한 성격의 것으로 보여지나, '죽음'이라는 변환 지점의 전 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가지게 된다. 인간은 실존적 존재이기에 자아가 인식하는 상태에서의 죽음을 경험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죽음에 대하여 막연하게 느끼며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것에서 갖게 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통상적으로 '죽음'이라는 단어로 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는 '슬픔, 두려움, 아픔, 마지막'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작가는 삶의 연장선을 더 긋고 부활의 점을 찍음으로써 죽음이 갖는 또 다른 의미들을 고찰해 보았다. 새롭게 그은 삶의 그래프 안에서의 죽음은 '전환점, 새로움, 희망, 통로'와 같은 이미지를 수반한 부활로 향하기 위해 지나야 할 한 지점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죽음의 경험을 체험할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죽음을 지나 부활의 지점으로 다다를 수 있을까? 직접적인 생물학적 죽음은 아니더라도,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큰 사건이나 질병의 체험 내지는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통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경험하게 되고 어느정도는 배움을 얻기도 한다. 또는 '자기 부인'이라는 상징적 죽음을 경험함으로써 부활로 향하는 변환 지점을 지나기도 한다. 우리는 때로 이러한 죽음의 경험을 통하여 그 동안의 삶의 태도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180도의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보기도 한다. 이 들의 삶에는 변화를 일으킨 어떤 한 지점이 존재하며, 변화가 일어난 시점의 이전을 살았던 옛 사람과 이 후를 살고 있는 새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여질 것이다. 이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생물학적 구성 물질의 성분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해서 옛 사람과 새 사람을 완전히 동일시하기에는 명백하게 변환된 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자각 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죽음은 체험할 수 없음에도 자아의 죽음을 택했을 때 비로소 성숙의 자아가 발현될 수 있게 되는 것이 부활의 기적인 것이다.

최찬미_DRESS CMDR10102711_생선뼈_85×97×147cm_2010

최찬미_DRESS CMDR10102711 ecosystem_디지털 프린트_80×60cm_2010

최찬미_REVIVAL_단채널 비디오_00:02:09_2011

작가는 물고기의 생을 통해서 수 없는 죽음을 거쳐 새로운 가치를 부여 받는 과정을 관찰하고, 이를 작업으로 나타내었다. 수면 밖으로의 이동으로 인한 첫 번째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어 어 시장 도마 위에서의 죽음, 찌개 속 끓는 물에 의해 살이 흩어져 나가는 죽음, 사람들의 입 속에서 또 한번 으깨질 때의 죽음, 뼈가 발려질 때 뼈가 끊어져 나가는 죽음, 그리고 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뼈가 깎여지고 뚫리는 죽음.. 이렇게 여러 차례의 죽음을 거치면서 변환 지점을 지난 물고기는 점점 다른 존재로 변해 간다. 처음 태어났을 때 물고기를 이루고 있던 근간인 뼈 조각들과 새롭게 태어나 아름다운 형태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뼈 조각들의 구성 물질의 성분에는 어떠한 변화도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작가는 죽음의 잔혹한 형상을 역전시키기 위해 티아라, 드레스, 하이힐과 같은 아름다움을 드러내 주는 화려한 형상을 부활체의 형상으로 택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나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을 통해 친숙하게 기억되어지는 신데렐라 동화를 아웃풋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편안한 감상의 공간을 만들었다. 같은 존재이나 극명하게 다른 삶을 사는 잿투성이 소녀와 새롭게 태어난 여왕.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변환 지점인 12시와 유리 구두는 부활로 향하는 아름다운 죽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 최찬미

최찬미_TIARA CMTR10052021_생선뼈_14×8.5×9cm_2010

최찬미_BAG CMBG10090132_생선뼈_20×9.5×3.5cm_2010

Let's suppose there's a graph of life.

Biologically, life has two pivotal markings: one is birth in the beginning of life, and the other is death at the end of life. However, there are aspects about life that cannot be explained biologically. Let's then expand this graph of life and add another marking after death.

When life is folded at halfway point marked by death, two births overlap: one in the beginning of life and one at the end, signifying resurrection after death. At a glance, the two births seem to have something in common for symbolizing a new start; however, they are very different depending on what side of 'death' they lie on. Human beings cannot experience death consciously as they are existential beings. Thus, we feel powerless against death and fear things we cannot experience. Consequently, the word 'death' in general evokes negative feelings like sadness, fear, pain and a sense of finitude. My work contemplates on the different meanings of death, by extending the graph of life and adding resurrection after death. On the newly drawn graph of life, death indicates another stage one must go through in order to reach resurrection, a turning point leading to new hopes. Then, how can human beings, unable to experience death directly, pass through death and arrive at resurrection? Although we can't experience a physically embodied death, one can come close to experiencing death through near-death occurrenceslike accidents or illness, or through the death of people around us, or even by going through a symbolic death through self-denial. Such experiences of death often make us deeply reflect on our life, at times causing us to make changes. There is a definite pivotal turning point in the life of those people who make radical changes. Although there may not be any biological changes, there is definitely a sense of old self and new self. The miracle of resurrection signifies the manifestation of a mature ego, when one chooses his own death when it cannot be experienced in a physically conscious state. My work reflects on the life of fish and its process of deaths that resurrect new values. Fish die when they're removed from the water, then die again on the cutting board in a market. They die when their flesh breaks down in hot stew and when people chew on their flesh. They die once again when they're deboned, and finally again, when their bones are disassembled, pierced and resurrected into art work. Passing through many levels of death and turningpoints, fish gradually becomes another existence. The substance that makes up the fish bones does not change, from when they're born to when they become beautiful sculptures. To reverse the atrocious form of death, my work interprets resurrection through beautiful splendid forms like tiara, dress and high heels. My work transforms a somewhat heavy subject matter of life and death into a more comfortable subject, by using universally familiar childhood fables like Cinderella as the medium. The same person yet living completely different lives, the ash-covered girl is reborn into a queen. The midnight clock chime and the glass shoe standing at the turning point between these two beings signify the beautiful death that leads to resurrection. ■ Choi, Chanmi

Vol.20110530c | 최찬미展 / CHOICHANMI / 崔燦美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