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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526_목요일_06:00pm
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초대전
관람시간 / 월~목 10:30am~08:00pm / 금~일 10:30am~08:30pm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49-1번지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62.360.1630~1 department.shinsegae.com
혹한(酷寒) 속에서 피어난 꽃이 더욱 아름답고 값진 이유... ● 모든 사람에게는 스스로 선택했든 운명적으로 주어졌든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삶의 무게가 존재한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신께서는 감당해 낼 만큼의 무게로 인간에게 짐을 지워주셨고, 인간은 각자의 몫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 강이 하나 있다. 수심이 그다지 깊지는 않지만 물살이 무척 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강을 건널 때 거친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돌을 짊어지고 건넌다고 한다. 무겁기만 하고 쓸모가 없어 보이는 돌이 인간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는 것처럼 고단한 삶의 무게는 인간을 더욱 성숙하게 하고, 삶의 참 의미를 깨닫게 한다. ● 전현숙 또한 그 누구 못지않게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 때문인지 자신의 삶을 반영이라도 하듯 그녀의 그림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자화상이고, 자기 고백적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고단한 삶에 대한 반어적 표현인지 타고난 낙천적 성향 때문인지 어둡고 우울하기보다는 유머와 희망이 담겨있다. 녹록치 않았던 그녀의 삶을 지탱해준 건 그림과 사랑이었다. 그림과 사랑에 대한 갈망은 위태롭기만 한 외줄타기 인생에서 긴 장대와 같은 버팀목이자 상처받은 영혼의 위안이었다.
기존의 작품들에는 자화상과 그녀의 연인이 함께 등장하며 아기자기하게 때로는 에로틱한 표현으로 다소 비현실적인 이상향에 대한 갈구를 드러냈다. 지난 2008년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에서 개최되었던 '모놀로그'전 에세이에서 전현숙의 작품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 바 있다. "전현숙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솔직하지만 살짝 수줍음을 간직한 몸짓으로 풀어낸다. 그림 속 주인공인 '그 여자'는 자화상으로서 자신이 겪어온 사랑과 상처, 꿈과 욕망....등 생의 깊은 속살에 관한 내밀한 독백을 통해 세상 밖과 은밀한 소통을 시도한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들과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꽃을 배 한편에 싣고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 혹은 물놀이 그림에는 인생의 풍파를 겪은 후 터득한 중년여성의 삶에 대한 관조와 유연성이 엿보인다." ●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생활면에서나 작가로서나 안정과 성장기를 맞고 있는 지금, 그녀의 작품에는 오히려 현실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일종의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두려움은 과거 중년여인의 모습, 즉 현재의 자화상이 아닌 어린아이로 대치(代置)되어 표현된다. 이는 불완전하고 여리지만 아직 인생의 행로가 결정되기 이전 상태인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가 인생을 리셋(reset)하여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의 표출이다. ● 이번 전시 출품작들에는 어김없이 각시 탈과 양반탈이 등장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작가 자신과 연인을 비유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각시 탈은 열일곱 살에 시집와서 시집오던 그 해에 남편과 사별하여 혼자 살다 죽은 여인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옛날에 각시(새색시)는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며 고행과도 같은 삶을 살았던 존재로서 각시 탈은 엄숙하고 굳은 표정이다. 꾹 담은 입은 시집살이의 서러움을 속으로 삭여야 함을, 수줍은 듯 내리깐 눈은 장님처럼 살아야 함을, 콧구멍도 없는 코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숨 막히는 삶을 나타낸 것이다. 각시탈의 상징적 의미가 작가의 힘들었던 지난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만 같다.
토끼모자가 달린 피에로 복장에 각시 탈을 들고 서있는 어린아이 그림을 보자. 피에로 복장을 한 어린아이는 곧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사회적 윤리적 규범에 의해 조정당하고 구속당하는 성인을 상징한다. 그리고 토끼 모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토끼띠인 작가 자신을 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어린 시절 길을 잃었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을 표현한 작품으로 전업 작가 생활을 한지 10여년이 되는 시점에서 느끼는 창작의 무게감과 최근 연인과의 결합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 상에서 느끼는 두려움, 즉 지금의 행복을 지키고 싶은 강박관념에서 기인한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서의 불안한 몸짓 대신 이제 땅 위에 서서 스스로 줄을 잡고 각시 탈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각시 탈을 쥐고 있는 어린아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부귀영화와 복을 상징하는 모란꽃과 박쥐문양을 피에로의 옷에 가득 채워 그려 넣음으로써 앞으로 펼쳐질 장밋빛 인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 기존 작품과 다르게 최근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이 각각 개별적으로 하나의 화면에 등장하는 점 또한 변화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슈퍼맨 복장을 하고 있는 중년남성의 그림을 보자. 중년남성의 상징인 탈모와 불룩 나온 배를 한 남자의 어깨에는 용 문신이 그려져 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용문신은 나름 아직 한창인 나이에 명예퇴직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지위를 잃어버렸지만 아직도 스스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은 중년남성의 슬픈 비애를 나타낸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여의주는 그래도 아직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전현숙은 그림 속에 위트(wit) 넘치는 소품과 소재들을 숨겨놓음으로써 우울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를 머리 무겁게 하지 않는 매력이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 '꽃들아 춤을 추어라'는 아프고 외로웠던 지난 세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꽃처럼 아름답게 자유롭게 향기롭게 피어나고 싶은 자아의 반영이다. 지난 삶이 운명처럼 처해진 상황에 휩쓸려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좀 더 자유롭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욕구이자 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다짐이다. 혹한(酷寒)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피어난 꽃이 더욱 아름답고 값지듯이 그녀가 감당해 온 삶의 무게는 그녀에게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을 것이다. 전현숙에게 사람은 꽃과 같은 존재이고, 때론 힘들지만 인생은 아름답고,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더욱 감사한 일이다. 그녀의 기대처럼 이제 활짝 피어나는 꽃과 같이 자기 색과 향기를 발산하며 자유롭게 춤추며 살아가길 바란다. ■ 김희랑
Vol.20110528d | 전현숙展 / JEONHYUNSOOK / 錢炫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