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untering Drawing

2011_0526 ▶ 2011_0630

백민준_Love_종이에 드로잉_155×79cm_2007

초대일시 / 2011_0526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백민준_서상익_장석준_하지훈_허윤희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잔다리 GALLERY ZANDARI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82.2.323.4155 www.zandari.com

대체로 '드로잉'은 대상(혹은 어떤 세계)에 대한 응시와 관찰의 구체적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설령 그것이 눈 앞 사물의 사실적 표현을 위한 것이 아닌 심리적, 관념적 차원을 담아내기 위한 것일지라도 이는 다르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드로잉'을 통해 응시하고 관찰한다는 것은 곧 어떤 대상을 실체적으로 맞닥뜨리고 또 말을 거는 행위이다. 가깝게는 내면의 자아나 주변의 사물로부터 멀게는 저 아득한 우주와의 대면이다. 본 전시는 '드로잉'이라는 특정 매체가 각각의 미술가들이 시도하는 대상과의 만남, 그리고 대화 혹은 관계의 방식을 설정하는 시작점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삼고 있다. ● 아울러 위의 취지를 더 살리고자, '드로잉'을 형식적 차원의 정의에 지나치게 국한시키지 않고 가능한 한 그 외연을 넓히고자 했다. 왜냐하면 이번 전시의 의도하는 방향이 드로잉이라는 형식을 소개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의 작업과정 안에서 이를 거의 포함하지 않았던 작가들이 앞서 밝힌 드로잉적(대상에 대한 응시와 관찰의 구체적인 출발점) 과정을 어떻게 거치는 지를 살피고자 하는 것이 그 주요한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독립적이며 완성된 결과로서가 아니라 과정과 수단으로서의 드로잉이 지니는 의미를 살피고자 하는 것이다.

백민준_Love_합성수지_114×39×30cm_2011

이번 전시의 위와 같은 방향성은 19세기에 영국의 예술비평가, 사회사상가, 작가, 시인, 화가 등으로 다방면에 걸쳐 활동했던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 ~ 1900)이 드로잉에 대해 견지했던 생각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는 드로잉을 사물에 대한 관찰과 사유의 밀도를 높이는 유용한 수단으로 보았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도 적극적으로 배울 것을 권장했을 뿐 아니라, 장인(匠人)학교에 소묘 강좌를 개설하고 수년 동안 강의도 했다.

서상익_자연의 법칙_종이에 팬, 수채_62×48cm_2011

조우한다는 것 ● 하나의 미술행위를 본다는 것은 그 행위 주체가 견지하는 특정화되고, 시각화된 어떤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한 편으로 미술가가 미술행위로써 시도하는 가시적 혹은 비가시적 대상과의 대화에 동참하게 됨을 뜻한다. 물론 동참하는 것이 곧 그에 대한 공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은 그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화 자체가 소통을 의미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미술행위가 대상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사유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면 소통의 가능성뿐 아니라 그 순도까지도 상당히 높인다는 점이다.

장석준_symmetrical_잉크젯 프린트_가변설치_2011
하지훈_individual landscape_종이에 유채_25×25cm_2011

그런 이유에서 만약 현재의 미술 안에서 '소통'이라는 개념이 그 언급되는 빈도에 비해 실체화된 존재감을 여전히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면, 많은 부분 대상에 대한 피상적 관찰과 표피적 사유에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역으로 살피면, 궁극적인 '소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이란 어쩌면 대상과의 구체적이고 진솔한 만남을 더 고민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또한 미술행위를 선택된 형식과 특정한 목표에 앞서 소중한 사유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하나의 고결하고도 풍성한 언어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John Ruskin, "THE LAMP OF BEAUTY: WRITINGS ON ART", Phaidon Press, 1995. 19p "Painting, or art generally, as such, with all its technicalities, difficulties, and particular ends, is nothing but a noble and expressive language, invaluable as the vehicle of thought, but by itself nothing…")

허윤희_꽃의 발아_종이에 목탄_79×110cm_2011

이번 전시에는 회화, 사진(혹은 다매체), 드로잉, 조각 등을 주요 매체로 하는 다섯 명 작가들이 참가했다. 회화와 별도로 연필, 목탄, 수채 등 다채로운 드로잉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온 허윤희 작가 외의 다른 참여 작가들은 그 동안 드로잉 전시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사전작업 과정으로서도 대부분 '드로잉' 보다는 다른 대안적 수단이나 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 이른바 드로잉적 과정으로 대상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 그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계를 더 가깝게 실체적으로 인식함을 뜻한다. 그리고 이는 돌멩이나, 풀벌레 같은 사소하고도 낮은 곳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작가들 각각이 취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관심과 만남들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보다 일상의 안 쪽에서 생생하게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갤러리 잔다리

Vol.20110527i | Encountering Drawing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