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

추수희展 / CHOOSOOHEE / 秋水姬 / installation   2011_0514 ▶ 2011_0527 / 월요일 휴관

추수희_옷장의 모성애_가변설치_2011

초대일시 / 2011_0514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디 SPACE BANDEE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9-44번지 Tel. +82.51.756.3313 www.spacebandee.com

꿰매고 뜨개질한 타인·가족·엄마 ● 추수희는 비닐봉지, 호일처럼 구겨지고 찢어지기 재료를 이용해 그림을 만들어낸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호일-캔버스', '비닐봉지-캔버스'에 '바늘'이라는 '붓'과 '실'이라는 '물감'을 이용해 형상을 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닐봉지, 호일 작업과 함께 뜨개질과 천을 이용한 설치작업도 연출했다. 전시명은『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다. 작가는 이 테두리 안에서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 먼저, 프로젝트 스페이스 룸에 별도로 설치된「잘 알지도 못하면서」드로잉 연작은 타인의 얼굴을 호일 위에 바느질로 꿰맨 것이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자신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을 사진 찍은 뒤 그 사진을 참조해 호일 위에 바느질했다. 그녀는 얼굴을 꿰매는 '재봉사'가 되었지만, 그 얼굴들을 (의도적으로) 매끄럽게 만들지 않았다. 실과 바늘이 지나간 자리에는 구멍과 꿰매진 흔적이 남아있다. 천정에 실로 매달려 있는 이 작업들은 실제로 앞뒤를 구분하지 않고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관객들은 일그러지고 상처 난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타인의 얼굴은 재현되었지만, '결코' 내가 알 수 없고, 도달할 수 없는 그 무엇임을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추수희_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_가변설치_2011
추수희_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_가변설치_2011

「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는 현대사회의 불안한 '가족'을 비닐 위에 바느질한 집의 내부와 뜨개질한 구조물로 설치한 작업이다. 연극무대처럼 펼쳐진 불안한 가족의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정상가족'에 의문을 던진다. '정상가족'은 행복과 웃음이 넘쳐나는 '가정'을 떠올리게 하는데, 작가는 이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우울한 연출을 통해 비틀고 있다. 인물이 빠진 실내 풍경은 비닐 위에 바느질한 작업(꿰맨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을 통해서 차갑게 드러나며, 온통 검정 비닐로 덮인 전시장 벽면은 '행복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특히 비닐 끈을 뜨개질해 만든 4인용 식탁은 가족의 자화상을 더 우울하게 만드는데, 지지대 없이 늘어진 형상과 겨우 매달려 있음으로써 불안함을 한층 유발한다.

추수희_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_가변설치_2011
추수희_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_가변설치_2011

「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가 정상적인 가족에 대한 불안함을 보편적인 차원에서 이끌어낸 것이라면「옷장의 모성애」는 작가의 개인사와 맞물린 작업이다.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집을 나가겠다고 말하는 엄마의 말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면, 매번 엄마의 옷장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엄마의 옷장은 엄마가 집을 (안)나갔는지를 확인하는 도구가 되었고 이 반복 강박은 작가의 무의식에 하나의 공포로 남아 있게 된다. 그런데 작가는 '옷장'을 재현하는 것을 포기하고 '관'을 만들었다. 붉은 천(작가는 이를 엄마의 자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으로 감싸져 있는 벽면, 그리고 공간 한가운데 놓여 있는 '관'. 엄마의 부재는 '죽음'을 의미하는 '관'으로 치환됨으로써 더 절실한 그 무엇을 욕망하게 한다.

추수희_잘 알지도 못하면서_호일에 바느질_36×25cm_2011
추수희_잘 알지도 못하면서_호일에 바느질_36×25cm_2011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라는 전시명은 작가가 발 딛고 있는 삶의 여러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목처럼 모든 고통은 익숙해질 수 없고, 반복될 뿐이다. 어쩌면 작가에게 바느질하거나 뜨개질하는 그 행위는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수행적인 몸짓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행위는 앞으로도 지속/중단될지도 모르지만, 더/덜 고통스럽게 출현할 것이다. ■ 신양희

Vol.20110525e | 추수희展 / CHOOSOOHEE / 秋水姬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