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빛

조여주의 붓질 반복: 숲과 빛과 내가 하나 되기 ● 첫 개인전으로부터 27년이 지난 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조여주는 숲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색조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이 전시의 작품에서는 그녀의 회화에서 시기적으로 연이어 나왔던 자연과 빛이라는 두 주제가 결합되어 있다. 조여주는 자신의 최근 작업과 연결시켜 그녀의 근래의 정서를 "숲에서 느끼는 평온함, 햇살에 빛나는 이파리들, 숲의 소리, 생명과 빛이 가득한 곳, 또한 죽음도" 등의 단어들로 요약했다. 그녀는 얼마 전부터 자주 산을 오르거나 숲을 산책한다고 한다. 넓은 스펙트럼의 녹색조, 청색조나 은색조의 색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단색조 화면을 채우고 있는 색, 크기와 붓의 속도가 균일한 수많은 붓자국은 가까이서 보면 실제로 나뭇잎이나 꽃잎 또는 나무껍질의 모습을 닮아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무나 숲을 그리고자 한 행위의 결과라기보다는 화가가 캔버스 바로 앞에서 수많은 붓질을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태어난' 나무와 숲 이미지이다. 이 붓질은 화가가 1990년대의 작품에서 보여 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양하고 빠른 붓질 대신에 택한 것이다. 이러한 붓질 반복의 단순성과 균일함은 목탁을 두드리거나 묵주나 염주를 돌리는 행위의 그것과 닮아있다. 기도하는 사람에게 목탁 소리 하나하나가, 구슬 하나하나가 하나의 단어가 될 수 있듯이 그녀의 각 붓자국은 그녀의 존재의 확인이자 물감 자국이자 나뭇잎이 되었다.

조여주_숲·빛_캔버스에 유채_60.6×60.6cm_2011

조여주_숲·빛_캔버스에 유채_60.6×60.6cm_2010

조여주_숲·빛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1

조여주_숲·빛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11

조여주_숲·빛 1_캔버스에 유채_130.3×130.3cm_2011

빛 역시 그녀에게는 더 이상 그녀가 환영을 만들어 표현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그녀는 "빛의 탄생"을 그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화면에서는 빛이 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범신론적으로 설명해 보자면, 빛을 통해서 자신의 형체를 드러내기도 하고 반짝임을 통해서 우리로 하여금 빛이 있음을 알게도 해준다. 조여주의 화면 안에서 빛은 그러한 이파리들을 닮은 붓자국을 통해서 태어난다. 그녀의 캔버스에서 나무줄기 실루엣처럼 보이기도 하는 어두운 부분은 빛의 상대 개념으로서 어둠이 아니라 그것 역시 빛으로 그 옆의 빛보다 어두운 빛이다. 이러한 화면 안에서 그녀의 두 주제인 자연과 빛이 결합되었다. 이를 통해서 그녀가 숲의 일부로 느끼면서 자연과 자신을 구분하는 이분법이 소거되었듯이 그녀의 화면에서 빛과 어둠을 나누던 이분법도 사라졌다. ■ 김정희

Yeojoo Cho's Repeated Brush Strokes: Becoming One with the Forest and Light ● 27 years after her first solo exhibition, now Yeojoo Cho presents works of monochrome, which resemble the image of a forest. In the works featured in the exhibition, the two themes of nature and light, which had appeared successively in her previous paintings, are combined. In connection with her recent works, Yeojoo Cho summarized her sentiment these days with words like "peacefulness felt in the woods, leaves sparkling in the sun light, sound of the forest, a place filled with life and light, and also death." She said these days she often climbs mountains or takes walks in the forest. The colors of broad spectrums of green, blue or silver which cover her monochromatic picture-plane, and the numerous brush strokes of equal size and speed, from close up, actually resemble tree leaves, flower petals or tree bark. They are, however, not the result of trying to paint trees or a forest, but images of trees and forests which were "born" as the artist mechanically repeated numerous brush strokes before the canvas. These brush strokes were chose by the artist instead of the diverse and rapid strokes of her works in the 90s, which strongly revealed her individuality. The simplicity and uniformity of such repeated brush strokes remind us of the acts of hitting a wooden gong or telling the beads of a rosary. As each beat of the wooden gong, and each bead can become a word for a person in prayer, each of Cho's brush strokes became a confirmation of her being, a trace of paint, and a leaf. ● Light is no longer an object she must express by creating an illusion either. So she did not try to paint Birth of Light. Nevertheless, her picture-plane glows with light. Pantheistically speaking, the leaves trembling in the wind reveal their shapes through the light, but also let us know the existence of light through their sparkling. In the picture-planes of Yeojoo Cho, light is born through such leaf-like brush strokes. In her canvases, the dark areas which look like the silhouettes of tree trunks are not darkness as the opposite concept of light, but light which is merely darker than the light next to it. It is in such a picture-plane that her two themes of nature and light are amalgamated. Thus, as the dichotomy divided nature and the artist herself dissolved as she felt she was part of the forest, the dichotomy of light and darkness in her paintings also vanished. ■ KIMJUNGHEE

Vol.20110525d | 조여주展 / CHOYEOJOO / 趙如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