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및 결혼식 / 2011_0524_화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30p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바다와 숲이 만나듯이... - 두 사진가가 부부로서의 삶을 약속하는 '함께' 사진전 ● 푸른 바다와 흰 갈매기, 아득한 수평선, 밤바다의 등댓불과 바다 위에 떠있는 오징어 배의 불빛들을 이웃 삼아 산 사내가 있었습니다. 풍경들이 그에게는 따뜻한 촉감이었습니다. 오래, 바다 곁에서, 그 바다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진가 원덕희의 바다 사진입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주변 사물의 모양새나 어우러짐을 둘레둘레 둘러보기 좋아하던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성장해, 숲 가까이 터를 틀고 살았습니다. 봄이면 나뭇가지에 붉고 푸른 물이 오르는 것을, 새순이 돋고 꽃이 피는 것을 제일인양 상관하며 살았습니다. 풍경들이 그녀에게는 따뜻한 촉감이었습니다. 오래, 숲 곁에서, 그 숲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진가 김금순의 숲 사진입니다. 오늘, 그 바다와 그 숲이 만나, 하나의 풍경을 이룹니다. 사진가 원덕희의 바다와 사진가 김금순의 숲이 나란히 전시되는 원덕희 • 김금순 사진전 『바다로부터 숲에게로』. 이 전시는 또한, 두 사람이 하나 되어 살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5월 24일 열리는 전시 오프닝이, 곧 이들의 소박한 혼례식입니다. 사진가 육명심이 주례를 맡고, 사진가 최재용이 사회를 봅니다. 또 많은 친구 사진가들이 스넵 사진을 찍고, 하객이 되어 그들의 약속을 지켜봐 줄 것입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촉감이 되어, 더 큰 풍경을 이룰 것입니다. ■ 류가헌
내가 산책하던 그 언덕엔 강과 들풀과 거친 바람이 있었습니다. 바다로 가는 그 길엔 쓸쓸함과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나는 습관처럼 그 길을 걸으며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속에 지치고 고달픈 삶의 무게를 덜어내곤 했습니다. 그렇게 바다에서 사랑하는 삶을 배웠습니다. 저 넓은 푸른 바다와 흰 갈매기, 아득한 수평선, 밤바다의 등댓불과 바다 위에 동동 떠있는 오징어 배의 불빛들 이 모두가 나의 일상을 벗해주는 또 다른 이웃들이었습니다. 망연히 바라보는 그것들에서 나는 사랑과 위안을 얻었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사랑했습니다. 시린 가슴에 닿는 따뜻한 촉감이었습니다. 항상 그리움만 품고 살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나에게 사랑이 왔습니다. 바다로 가는 그 길에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을 떠나 동해에 한 끝에 와 산지도 20년이 넘었고 이제는 의성 산골 마을에서 사랑하는 당신과 지낸 지도 5년이 되었습니다. 게으르고 단조롭고 한 내 사진에 그런 풍경이 있습니다. 슬며시 마당에 나와 봅니다. 아주 뚱뚱한 달이 마당에 크게 떠있는 밤. 시골 마을 불빛이 너무 아름다워 행복한 이 밤. 가슴이 따끔따끔합니다. 당신이 있어 더 행복한 밤 입니다. ■ 원덕희
어머니는 늘 '눈이 보배다'라고 말씀하셨다. 주변의 형상이나 조화를 살피기를 권하셨다. 그것이 좋은지 아닌 지도 모른 채 자라오다, 오랜 시간 시골 숲과 더불어 지내면서야 보는 것이 편안해 졌고 익숙해 졌다. 내 어머니의 감성을 닮아 그런지 스스로 그리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꽃이 피고 지는 반복 속에서 놓쳐버린 계절이라도 생각할라치면 못내 아쉬움에 마음 한 켠이 허전하고 지나버린 계절과 상관하기 힘들만큼 사는 것이 바쁠 때면 가버린 그 시간에 몹시도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이는 잎이 봄날의 꿈 속 낮잠처럼, 내가 나인지 아닌지 모를 그런 순간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떨려오는 그 소리... 나는 또 숲을 만나러 간다. ■ 김금순
두 사람을 축하하며 ● 좋은 계절 오월입니다. 지난겨울이 유독 추웠기 때문에 그럴는지 모릅니다. ● 덕희는 포항의 바닷가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그의 사진을 보면 살았다기보다는 서성거리며 맴돌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맴돌다 자기 가슴을 닮은 이미지들을 사진에 담았는지 모릅니다. ● 그의 사진 속, 동해의 넘실대는 파도는 적막합니다. 모퉁이에 섬이라도 있다면 동요 '섬집아기'가 떠올랐을 것입니다. ● 어느 해 여름, 그의 집에서 현상과 프린트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암실에서 나와 본 환한 마당의 담벼락에 나란히 핀 과꽃은 너무나 쓸쓸하여, 누군가 그 대문으로 들어왔으면 싶었습니다. ● 인연인가 봅니다. 그러던 그의 가슴에 그 적요가 블랙홀이 되어, 누군가의 환한 에너지를 다가오게 했는데, 그 친구가 봄숲을 찍은 김금순입니다. ● 몇 년 사진작업을 한답시고 신세를 지면서 알았습니다. 그녀는 밝고 따뜻하지만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그녀의 사진 그대로 - ● '바다로부터 숲에게로'. 그 적요의 바닷바람이 봄숲으로 다가가 오월의 천만송이 꽃을 피웁니다. 진정 삶이 묻어있는 작업 바라며, 두 사람이 함께 가는 길에 꽃잎 한껏 뿌려드립니다. ■ 이갑철
Vol.20110524h | 바다로부터 숲에게로 - 원덕희_김금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