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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520_금요일_05:00pm
산토리니 서울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7-1번지 서교프라자 B2-01 Tel. +82.2.334.1999 www.santoriniseoul.com/
공간을 조각하는 세공 화가 - 송현주 ● 송현주 Drawing = SONGSDRAWING ● 나의 작품은 세세하게 조각된 드로잉 세공품이다. 생각을 조각마다 담아낸 추상적이면서 미니멀한 초현실 작품이다. 하나가 모여서 둘이 이루어지고 둘이 모여서 셋이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외면적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나오지만 그것을 이루고 있는 것은 작가가 창조한 상상의 산물들이다. songsdrawing은 매우 예민하고 섬세해서 선의 무게와 넓이, 간격, 힘 등의 사소한 차이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다르다. 가령 면을 봤을 때 그 면이 주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생각한다. 그 뒤에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인지 판단한 후 만약 그렇다면 리듬, 무게, 면적부터 시작해서 사이좋게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조율해 준다. 같은 면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표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같은 블랙 펜에서 나온 선들이지만 이들은 그냥 블랙이 아니다. 블랙 한 가지의 색에서도 선의 강약, 세기, 면적, 간격, 결합,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이 나온다.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결합시키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거기에 더하기, 빼기, 나누기, 곱하기를 통해 부피와 질량 무게를 조율하여 조화를 맞추면 이것이 컬러를 쓰지 않고도 다양하게 표현 가능한 songsdrawing 만의 방법이다. ● 자극을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에 말로써 문자화 된 철학 보다는 실제 그림에서 오는 느낌이 나의 철학이라 하겠다. 가슴에 바로 닿아 그린 것과 머릿속에서 한번 더 걸러진 작업은 느낌 자체가 틀리다.
잉어에 대해서 (2010~현재) ● 종이의 바탕 부분은 물(액체).몸은 고체, 꼬리는 기체 느낌을 갖고 있다. 전체적인 형태는 잉어지만 그 속에 무수히 그려진 그림들은 송현주만의 생각과 상상을 그려 넣은 일기장이다. 그것이 모여 이루어진 작품은 잉어의 몸을 빌린 작가만의 세계가 된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도전일지도 모른다. 기쁨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 엄청난 고통과 인내와 슬픔을 감수해야 한다. 잠깐의 열매를 위해 절반 이상을 키우고 가꾸는데 일생을 쏟는 나무처럼. 끝이라 생각했던 목적지였으나 그것이 종착점이 아니라 지나가는 역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은 허무해진다. 이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산다는 것의 의미이다. 말은 자아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찌꺼기가 남는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말에는 그림자처럼 찌꺼기가 있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불어나 있다. 자아 표현의 수단이라면 꼭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장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단점을 없애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자 한다.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 자연이라는 밥상에 피자 반찬을 떡 하니 올려놓는 것이 아닌 숟가락만 살포시 올려놓는 삶 물의 흐름에 몸을 내어 놓고 그 속에서 자신을 일구는 삶 속에 찌꺼기를 쌓아 놓는 삶이 아닌 조화에서 오는 삶. 하지만 현대에는 이러한 삶이 이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 그런 삶은 경쟁 사회에서 뒤떨어진 세상 물정 모르는 얘기로 치부해버린다. 다수의 삶이 정상적으로 보이고 소수의 삶은 비정상적인 삶으로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각자의 소중한 인생이 한 묶음이 된지도 모르고. 소수의 삶을 낱개 취급하는 것이 슬프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돌아 볼 수 있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고자 한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한번 봐요. 이때까지 이상적이라 여겨왔던 현실 속에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세요. 행복한가요? 그 모습이 진정으로 당신이 원하던 삶인가요? 자신을 닮은 잉어는 이야기 할 것이다. '나는 조용히 헤엄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림 속 잉어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고귀하고 아름답지만 고독과 슬픔이 담겨 있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삶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삶이 녹아 날수 있는 그런 존재 말이다. 세상의 풍파 속 어머니와 어린 자식의 아련한 마음,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애처로움을 표현한 작품 역시 삶을 돌아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다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라는 캠페인적 발상이 아니라 깨닫게 해주는 것. 그것이 송현주 잉어가 당신에게 건네는 무언의 한 마디이다.
연상 + 상상 = 2상 : 걸리버가 되자 ● 나의 그림을 설명하라면 연상과 상상이 합쳐진 2상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연상되는 이야기와 나눠보고 합쳐보고 재창조 해나가는 상상의 작업을 거쳐 이를 조화롭게 비벼내면 이것이 2상, 즉 작품이 완성되는 공식이다. ●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 외에 재미난 것들이 참으로 많다. 개미, 매미, 새, 귀뚜라미, 등등 저마다의 세상에서 주어진 일과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곁에서 쭈그려 앉아 저들의 삶에 내가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지구보다 더 큰 별에서 나를 지켜보며 누군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이의 새로운 삶에 무단침입을 해보는 것은 나름대로 스릴 있다. 열심히 과자부스러기를 옮기는 개미들의 질서 정연한 줄에 끼어 같이 옮겨보고 나무에 껌처럼 달라붙어 있는 매미의 어부바도 해보고 그들 언어로 대화도 나눠보고 등등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자! 사람의 입장이 아닌 사람이 아닌 것을 중심으로 사고해보자! 그렇게 된다면 비로소 고정관념의 탈피와 함께 사고의 자유가 허락되는 기념비적인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셈이다. 비록 그들보다 몸집이 크고 다른 생김새와 언어차이 등등 공통점보다 다른 점 찾기가 더 쉽다는 이유 때문에 직접적인 대화는 하지 못하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눈이라는 돋보기를 통해 뇌가 아닌 마음으로 투영된 창으로 펜의 선으로 종이에 그려본다. 동반자가 될 수 없는 슬픈 이방인의 눈으로... ● 제작과정 및 기법 우선 무엇을 그리는 것보다 그 사물의 근본부터 읽어 들어가고자 한다. 사물이 무언의 방식으로 자신을 말해주면 그 정보를 해석하는 해석자로 역할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풀어가기 때문에 제작방식 역시 매우 유동적이다. 제작방식은 크게 세단계로 나뉘는데 첫 번째가 정신적 자유이다. 무엇을 하기 전에 정신적 자유를 준다는 것은 낯선 길을 찾게 도와준다. 즉 뇌가 탱탱볼처럼 뛰어놀 수 있도록 자유를 먼저 주는 방식은 현실의 고정관념적인 사고가 아니라 꿈속에서나 가능한 풀어헤친 사고를 도와주는 표지판 역할을 해준다. 두 번째 과정은 펜 작업이다. 매우 까다로운 작업단계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되는 단계라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정이다. 펜으로 하나하나씩 즉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디테일한 부분과 큰 부분사이의 연관성을 이어나가는 동시에 기술적인 선의 강약을 손의 감각으로 조절하면서 리듬이 있는 선을 그리고자 한다. 그림패턴마다 다 담겨있는 의미가 숨어 있는데 그림을 그려가며 즉석으로 지어낸 이야기들이라 시간이 지나면 하나하나 기억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수백 가지의 이야기들이 머리 속을 장악하고 있다. ● 문양에 대해서 작품 속에 보이는 문양이라고 표현되는 것은 적게는 몇 가지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의 세포들로 이루어진 개체들이다. 문양이라기보다는 사람으로 치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되는 셈이다. 일차적인 하나의 이야기에서 덧붙이고 재구성하다보니 그것이 독특한 문양으로 재창조되어 보이는 효과를 갖게 되었다. ■ 송현주
Vol.20110522c | 송현주展 / SONGHYUNJOO / 宋賢珠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