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51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어진(御眞), 딜레마의 표상 ● 작가 김민규는 동양의 전통적인 왕의 초상인 어진(御眞)의 형태에 기발한 색채와 새로운 회화기법, 현대적 주제의식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창조해낸다. 그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자유와 권위, 중심과 주변 등의 대립적 주제를 차용하고, 다양하고 독특한 회화 기법과 구성을 통하여, 현대인이 당면한 모순적이고 이중적 요소들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현대의 이중적 딜레마는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나, 이는 작가가 창조한 상징적이고 개념화된 구도와 형태, 색체의 해석을 통해서만이 드러나게 된다.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형식의 상징성과 주제의 구체성은 현대적 주제의식과 함께 미학적 아름다움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치열한 고뇌의 결과이다.
어진(御眞)의 형태를 차용한 그의 작품에서는 정적이고 안정적이며, 대칭적 구도를 취하고 있는 왕의 초상이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왕의 초상화 안에는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용무늬의 움직임과, 방향성 없이 뻗어나가는 비규칙적 형태의 대나무 등의 세밀한 묘사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작가는 거의 모든 용무늬에 실제 금박을 붙이는 방식을 이용하여, 평면적 왕의 그림과 대비되는, 삼차원적인 입체성과 역동적 움직임을 지닌 문양을 완성시킨다. 이러한 그의 경향은 그의 소박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풍경화에서도 엿보인다. 작가는 소박한 정경을 담고 있는 자연 풍경 외부에 인위적으로 단일한 선을 그려 넣음으로써 내부를 구성하는 자연의 정경을 인공적으로 고정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적인 구조 내에 존재하는 나무와 구름 등의 자연의 사물들은 외부적 틀이 부여한 규칙적이고 단일화된 움직임을 거부하면서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의 형태를 따르고 있다.
닫힌 구조 속에서 그 구조를 파괴하고자하는 정교한 움직임들은 모더니즘적 완전성을 추구하면서도, 절제성과 단일화가 야기한 억압성을 전복시키고자하는 작가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욕구를 보여준다. 이것은 어진(御眞)의 형태가 가지는 절대적 권위와, 탈권위를 상징하는 어린아이와 여성과의 대립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사회의 주변인으로 인식되어온 어린아이와 여성을 절대적 권위의 상징인 어진(御眞)의 주인공으로 차용함으로써 주변인을 중심부의 핵심권좌에 앉힌다. 작가는 권위를 포기하는 대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권위를 대신할 수 있는 순수하고 연약한 권위를 탄생시킨 것이다. 특이한 점은 규칙적이고 안정적 구조 안에 묘사된 불규칙적 장식들이나, 탈권위적 주변인에게 부여된 권위의 이중적 틀 들이 불편함 없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진(御眞)과 어린 여성을 함께 차용하는 등, 그의 발상과 소재는 충격적이나, 그의 작품에는 흔히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보여 지는'경계 허물기'로 인한 충격적 불편함은 없다. 즉 그의 작품은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추상적 담론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그의 작품 속에는 안정성과 불안정성을 함께 욕망하고, 권위와 자유를 동시에 갈망하는 현대인의 가장 현실적이고 정직한 딜레마가 표현되어 있을 뿐이다. 서구화된 환경 속에서 현대인이 당면한 고뇌와 이중적 딜레마를 과거 동양적 어진(御眞)의 형태를 빌려 조화롭게 공존시킨 김민규의 작품은, 따라서 매우 특이하고 흥미롭다. ■ 김혜연
Vol.20110518f | 김민규展 / KIMMINKYU / 金玟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