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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3 gana.insaartcenter.com
도시심리지도 ● 도시의 밤은 때론 낮보다 강하다. 때로는 전쟁터 같기도 하고, 탐욕의 대상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생존이데올로기 때문에 몰개성적,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감추어버리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 인간은 의식적이던 의식적이지 않던 다양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놀이이든, 모방이든 인간의 심리에 잠재된 것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풍부한 내적 체험과 아름다움에로의 참여에 대한 욕구가 객관화 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이번 Writing of Life 개인전에서 작가 한정희의 욕구의 표출은, 추상화된 도시의 밤풍경이다. 그는 도시의 밤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그 실경을 쫓아 그리지만, 결국 작가의 정신에서 창조된 상징성을 지닌 사색적, 내면적 도시풍경화로 완성되었다. 작가만의 세상을 보는 렌즈를 통해 도시풍경 내부에 감추어진 인간 하나하나의 욕망과 심리를 차곡차곡 쫓아가며 문득 작가자신과도 맞닥뜨리고 있다. ● 노자의 득의망상(得意忘象)은 형상에 얽매이지 않고 뜻을 얻는다는 의미로, 상상력을 무한히 개방시켜 이후 예술의 형상적 사유를 드높이는 효과이다. 작가 역시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빌딩숲, 그 빌딩 내부에서 욕구를 향해 부단하게 움직이는 인간군상의 모습 그리고 네온불빛으로 조감 되는 거대한 밤풍경의 형상들에 천착하다 결국 조형의 근원인 색과 패턴으로 소급된다. 거시적인 도시형상을 그려내는 듯 하지만, 결국 그가 얻고자 하는 '의(意)'는 거대도시의 풍경과 네온에 잠식당해버린 인간군상의 심리이다. 그러한 심리야 말로 진정한 도시의 풍경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작가만의 '심리지도'를 차분히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즉,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길은 '도시심리지도'에서 열린다.
고행하듯 부단히 얹은 수십 가지 바탕색은 시인 고은의 '만인보'의 인간사이며, 그런 채색의 과정을 무심히 덮어버리는 검은 안료는 세상의 모든 존재가 부분이고 찰나 일 뿐이라는 근본주의적 관점의 장자사상의 본령과도 닮아있다. 그런 작가에게서 겸손과 절제가 보인다. 겸손과 절제는 주역의 관계론의 핵심이며, 관계론은 도시와 인간사의 핵심이기도 하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존의 수묵과 구상 추구적인 작품관에서 탈피하여, 채색과 추상으로 확장되어 작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추상(abstractness)'는 작가가 존재하는 사물을 인지하는 과정상 필수적으로 겪는 과정이기도 하며, 추상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적 표현주의가 묻어나게 된다. 1950,60년대 등장하여 주목을 받은 추상화는 전후 변화된 가치관을 수용하고 있다. 전쟁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의 허무와 절망, 불안과 초조 속에서 고립된 인간이 언제든지 사라지고 변할 수 있는 외적인 형상표현에 주목했던 가치관에 허무함을 느끼고 점차 내적으로 향하는 내면화의 과정과 함께 추상이 주목 받게 된 것이다.
한정희 작가 역시 눈앞에 존재하는 특정 대상을 '재현'하는데 '종속'되기 보다는, 그것 자체로 의미 있는 삶이 되게끔 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우연한 바탕색의 발색, 특정 형상을 그리다가 의도치 않게 드러나는 또 다른 형상. 이 모든 것이 기존작가의 표현기법이던 수묵화의 우연성과도 맞닿아 있다. ● 작품에 이입되어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바라보는 관객을 화이트큐브에서 꺼내어 오픈큐브에 서있는 착각을 준다. 위진시대 종병(宗炳)이 그려진 산수를 보고 와유(臥遊, 방안에 누워서도 산천을 노닌다)하였다는 일화처럼 그의 작품을 통해서 도시의 밤을 노닐어 본다. ■ 박지향
Vol.20110518d | 한정희展 / HANJUNGHEE / 韓晶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