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518_수요일_05:30pm
참여작가 김윤순_조명식_김종숙_김진형_김은진_김현정_노신경_심윤희 이영지_임윤경_전은희_진현미_주영선_최남경_표주영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인사아트센터 4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더불어 걸어 온 15년의 삶, 그 다양한 이야기의 어울림 - 나토展 15주년 전에 부쳐 ● 삶이라는 말 한마디는 참으로 다양한 함의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것은 밝고 맑고 흥겨운 잔치의 형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치열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무게로 읽혀지는 단어이다. 여기에 작업이라는 말이 더해지면 삶은 이내 기약 없는 길을 떠나는 나그네마냥 하염없이 피곤하고 또 피곤하다. 하물며 이에 여류라는 수식어까지 등장하게 되면 그것이 지니고 있는 무게는 물리적인 계량의 대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민감한 저울의 눈금 위에서 아슬아슬하고 위태한 줄타기를 하게 된다. 현실의 눈금은 때로는 가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질기 짝이 없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은 눈금을 삶으로 기울일 것을 강요하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스스로 작업이라는 눈금을 지움으로써 삶을 단순화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삶의 질곡 속에서도 가슴 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자신의 지친 영혼을 비춰주는 작은 촛불 같은 작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이들은 1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견뎌내며 오늘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 빛이 비록 떠오르는 태양처럼 찬란하거나 영롱한 무지개를 동반한 화려한 것이 아닐지라도 이들이 마음속에 간직해 온 내밀한 작은 불빛은 이들의 삶을 정화하여 건강한 것으로 인도한 등불과도 같은 것이었다.『나토展』의 15년은 어쩌면 치열한 예술의 모색과 추구이기에 앞서 가냘프고 여린 작은 불꽃을 여하히 지켜 꺼지지 않게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절박한 분투와 모색의 치열한 보고서와도 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나토展』은 성신여대 동양화과 출신들로 구성된 그룹전이다. 구성원의 면면이 동문이다 보니 일종의 동문전적인 성격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드러내고 있는 개성과 특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15년이라는 연륜의 축적을 통해 개별적인 작가적 감성과 개성을 표출하고, 또 이러한 시간의 축적을 통해 자신이 속한 시대와 상황을 개괄하며 여류 특유의 감성으로 자신이 속한 시공을 기록해 온 것이다. 이들이 감내한 시간 속에는 결혼과 출산 같은 소소한 개인사는 물론 동양화에서 한국화로 개명과 미술시장의 팽창에 따른 미술지형의 변화, 인터넷과 미디어의 범람 속에서 이루어진 현대미술의 충격과 세례도 포함되어 있다. 『나토展』의 15년을 돌이켜 본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격변과 격동의 세태 속에서 여성으로, 또 작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한국화가 거쳐 온 역정의 한 단면을 살펴본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이번 『나토展』은 기존의 회원들에 명예회원과 추천작가를 더하여 15인에 의해 구성되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그룹의 근본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세대 간의 연계를 도모하며 상호발전을 이루도록 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회원으로 출품한 작가들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춰가며 시공을 공유한 이들일 것이다. 비록 동문 학습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은 자신의 삶과 그 주변에의 적응을 통해 점차 자신의 틀과 꼴을 확보하며 개별성을 드러내고자 함이 여실하다. 김진형과 표주영의 작업은 일상적인 상황과 행위를 기록하되 이를 은유와 상징이라는 조형적 얼개를 통해 풀어냄으로써 일상을 넘어선 또 다른 반전의 메시지를 유도해 내고 있다. 그것은 불안정하고 모호한 색채와 사물의 표현으로 표출되며 일종의 서정적 화면을 구축해 낸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은 그저 사물의 표현을 통한 시각적 자극에만 머무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일상이라는 평범하고 소소한 삶의 언저리에서 채집된 은밀하고 개별적인 사연들을 조형이라는 언어로 기록하는 것이다.
김현정과 노신경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분방한 틀을 지니고 있다. 김현정의 작업은 천연염료와 자개, 안료 등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화면이 특징이고, 노신경의 화면은 재봉틀을 이용한 분방한 선의 난무가 눈길을 끈다. 이들의 작업은 일견 비구상의 구조적인 화면을 연상시키지만, 그것의 본질은 어쩌면 이러한 형식에 앞서 자연적이고 무작위적인 것을 통해 표현보다는 내면에 주목하는 동양적 사유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천연염료나 자개의 차용은 바로 이러한 모색의 구체적인 증거이자 방편일 것이며, 재봉틀을 이용한 구축적인 작업은 어쩌면 선에 의한 조형이라는 전통적 동양화론의 현대적 해석이라 설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윤희와 주영선은 전통과 현대, 보여지는 것과 읽혀지는 것이라는 상대적인 내용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독특한 이야기들을 펼치고자 한다. 그것은 현상으로서 특정한 이미지를 상정하고 이를 통해 유발되는 충돌과 모순의 구조를 통해 전통적인 가치를 상기시킨다. 치밀한 묘사와 정치한 화면은 시각적 자극을 통해 현대, 혹은 현실을 상정하고, 상징적으로 차용된 특정한 이미지들을 통해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사유를 드러내고 있다. 침착하고 차분하지만 그 공명의 여운이 은근히 전해지는 것이 이들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자 장점일 것이다. 전은희와 이영지, 임윤경의 작업은 일상적인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시적 감수성을 표출해 낸다. 그것은 서사의 스케일을 지향하거나 감당키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듬고 아울러 차분한 서정으로 수렴하는 감성의 전개이다. 이렇게 조형적 가공 과정을 거친 일상의 이미지들은 이내 현실의 그림자를 벗어 버린다. 이들은 비록 육안에 의한 현실의 관찰을 작업의 근간으로 하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시공간으로의 전이와 변환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변환되어진 그들의 화면은 마치 진공의 그것처럼 세속의 물리적 가치가 작용하지 않는 절대 이상의 공간을 구축해낸다.
특별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윤순, 조명식, 김종숙, 최남경의 작품들은 이미 자신만의 틀을 확보한 개성들이 물씬 배어난다. 기하학적인 추상적 구조를 지닌 김윤순의 작업은 독특한 물성을 통해 작위와 무작위를 반복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동양적 조형의 탄탄한 구조를 평면에 구축해 내고 있다. 조명식의 작업은 오브제를 이용한 강렬한 공간구성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여백의 확장인 동시에 공명을 증폭시켜 긴 여운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조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고 아우르는 것이라 여겨진다. 김종숙의 작업은 사진을 이용한 대비의 수법을 쓰고 있다. 문명과 자연이라는 상대적인 가치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을 사진이라는 기계적인 방법과 이에 더해지는 작업의 흔적들을 대비시켜 표현해낸다. 최남경의 작업은 특정한 조형의 틀을 견지하며 이루어지는 구조적인 것이 특징이다. 유사한 이미지의 집적을 통한 반복에 의해 구축되는 화면은 운율과 질서의 조화라는 시각에 작용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의 기록되고 있는 것은 바로 삶에서 채집되어진 복잡다단한 단상들의 집적일 것이다.
추천작가로 참여하고 있는 김은진과 진현미는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는『나토展』의 작가들이 세대의 연결과 격려의 의미로 추천하여 합류한 것이라 여겨진다. 상대적으로 발랄하고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이들의 작업들은 분명 기존의 회원, 혹은 명예회원들의 작업들과는 일정한 차별성이 느껴진다. 이들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거침이 없고 강렬하며 표현적인 것에 주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세대별, 연령별 특징은 바로 현대 한국화가 지니고 있는 생생한 표정의 한 단면에 다름 아닌 것이기도 하다.
지난 15년의 세월이 그러했듯이 앞으로의 15년 역시 일관된 열정과 애정으로 일관하기를 기대해 본다. 봄꽃이 지면 잎이 무성해지고 다시 열매를 맺게 되는 자연의 이치처럼 이들의 삶과 작업은 연륜을 더함에 따라 변화하며 발전하여 가기를 기원해 본다. ■ 김상철
Vol.20110518b | 나토:나타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