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scape 잃어버린 지평선

손서현展 / SOHNSEOHYUN / 孫瑞賢 / painting   2011_0518 ▶ 2011_0524

손서현_Scene #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53×72.7cm_2010

초대일시 / 2011_0518_수요일_05:30pm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www.artspace-hyun.co.kr

가상의 공간에 대한 탐색 ● "콘웨이가 바라본 그 경치는 분명 예상 밖의 것이었다. 강렬한 태양 광선에 타버린 다갈색의 경이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중략) 그때 샹그리라는 미의 수수께끼에 둘러싸여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콘웨이는 육체적으로 행복을, 정서적으로 만족을, 그리고 정신적으로는 안식을 느꼈다." - 제임스 힐턴,『잃어버린 지평선』

손서현_parascap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30.3×193.9cm_2011
손서현_Scene #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53×72.7cm_2010~11

1933년 출간된 제임스 힐턴의 소설『잃어버린 지평선』은 티베트의 산악 지대에 있는 샹그리라(Shangri-La)를 배경으로 한다. 우연히 이곳에 머물게 된 소설 속 주인공 콘웨이에게 신비스러운 공간으로 생각되었던 샹그리라는 유토피아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보통 명사이면서 현재 존재하는 실존 장소이다. 수많은 미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던 유토피아는 손서현의 작업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힐턴의 소설 제목과 같은「잃어버린 지평선」과 함께 8개의 작품으로 구성된「Scene #」을 통해 손서현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게 부각된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이처럼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개념이 힐턴의 소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여행을 통해 체득한 경험으로 작가는 마음 속 풍경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살인적인 무더위로 바닷물이 모두 증발해버린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사막과,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지대로서 다채로운 자연 현상이 나타나는 옐로스톤(Yellowstone)을 여행한 적 있고 그 당시 받았던 인상들은「Scene #」이라는 작품을 통해 분명하게 묘사되었다.

손서현_잃어버린 지평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72.7×100cm_2011
손서현_Scene #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91×116.8cm_2010

한편 그녀의 작품을 채우고 있는 여러 조형 요소들은 관람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수께끼와 같은 것이다.「Scene #1」과「Scene #2」은 각각 수용소의 담과 지평선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우리 시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공간 너머의 공간을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자연 풍경과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뾰족한 원뿔형의 사물을 배치해 독특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관람자의 상상력을 보다 배가시킨다. 이러한 병치의 방법은 하얀 모래사장 끝에서 뿜어져 오르는 수증기를 묘사한「Scene #6」과, 동물의 지느러미와 유사한 형태가 해수면을 뚫고 올라오는 듯한 분위기의「Scene #4」에서도 반복된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서있는 인물상과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사물들의 조합을 보여주는 「Scene #8」도 마찬가지의 경우이다. 이처럼 그녀의 작품 속에는 전시 제목이기도 한 '풍경 너머(parascape)'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배치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언론 매체에서 보도되는 자연의 이미지들도 손서현만의 풍경을 구성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인데 여기에 속하는「잃어버린 지평선」은 보다 큰 스케일과 자동기술적인 표현 방식으로 인해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강한 흡인력을 가진다.

손서현_Scene #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91×116.8cm_2010~11
손서현_Scene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91×116.8cm_2010

무엇보다도 그녀의 작품들은 실제 자연물의 색과는 다른 인공적인 색으로 채워져 있어 더욱 실재하지 않는 풍경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비현실적 풍경은 그리스어로 '아무데도 존재하는 않는 장소'를 뜻하는 유토피아 그 자체라고 생각된다. 한편 'Scene'은 사전적 의미로 영화의 한 장면을 말하는데 손서현의「Scene #」들을 마주한 관람자들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볼 때처럼 각각의 장면에서 연상되는 이야기를 연결하고픈 충동이 생길 수 있다. 마치 소설『잃어버린 지평선』속의 주인공들처럼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스스로를 상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산과 바다, 사막과 같은 대자연 속의 인간은 너무 나약한 존재이기에 그 여정이 그리 순탄하지 않겠지만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현대인들에게는 이러한 단순한 처방조차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작가의 설명처럼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판타지적 요소로 대체함으로써 삶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는 순수한 공간이 관람자들의 상상을 통해 비로소 탄생되는 것이다. ■ 이윤진

Vol.20110518a | 손서현展 / SOHNSEOHYUN / 孫瑞賢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