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神

태킴(김태연)展 / Tae Kim / 金泰延 / painting   2011_0511 ▶ 2011_0516

김태연_12支生圖-寅_단청기법 비단에 채색, 실크스크린_203×94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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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分/神 – 전통적 神의 해체와 재생산 ● 전세계적으로 근대 이전까지의 소위 "전통" 예술을 지배해 온 것은 종교, 다른 말로 하면 神이었다. 특히 미술은 당시 문맹률이 높았던 현실을 반영하여 글을 대신하여 종교의 교리를 전달하고, 神의 위엄을 칭송하기 위한 중요한 매체였다. 그러나 이렇게 절대적이었던 종교/神의 지위는 이성과 과학을 중시하는 근대에 와서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그 영향은 예술에까지 미치게 된다. 예술의 가치가 "숭배가치"에서 "전시가치"로 변화할 것임을 예언했던 발터 벤야민의 말대로, 현대 미술에서 전통적인 종교/神의 가치를 찾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 특히 일제 강점기와 뒤이은 한국전쟁을 겪고 폐허에서 삶을 일구어 내야 했던 한국의 미술은 좀 더 급박하게 변화해 왔다. 서구식의 성장에 몰두하느라 한국 특유의 종교/神과 같은 전통적 주제와 기법은 등한시되었다. 그러나 서서히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 졌으며, 전반적 문화 속에서 전통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 김태연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고민 또한 한국 미술,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전통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문구로 대변되는 전통을 통한 세계화를 꿈꾸었던 시대가 그가 성장한 시대이다. 쉴틈없이 밀어닥치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동양화 (혹은 한국화) 작업을 하는 그가 결코 놓을 수 없던 화두가 전통이었다. 급변한 한국 사회에서 전통은 이미 사라진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김태연이 바라본 한국 사회에는 전통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다만 해체와 변용을 반복하며 변화해왔을 뿐이다. 특히 전통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종교/神은 외형적으로는 옛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우나 해체되고 재생산된 모습으로 현시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이 점에 주목하여 한국 특유의 전통적 神이 현재 어떻게 해체되고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자신의 작품을 통해 탐구하였다.

김태연_12支生圖-卯_단청기법 비단에 채색, 실크스크린_203×94cm_2011
김태연_12支生圖-未_203×94cm_2011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그 중 첫 번째는 「십이지생도」이다. 삼국시대부터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인 "십이지신도"를 차용하여 현재 존재하는 각종 직업군의 모습을 한 동물들을 전통적인 비단 초상화 기법과 단청(丹靑) 기법을 사용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과거의 "십이지신"은 액귀나 침입자 등이 무덤 주인의 안식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덤의 벽화에 그려지거나 조각상으로 만들어져 무덤의 수호신 역할을 하였다. 사람들은 무덤을 지키는 "십이지신"에게 그만큼 영험한 힘이 있다고 여겼고, 그들의 존재 자체에서 심적 안정감과 위안을 느끼게 되었다. ● 김태연은 이러한 "십이지신"을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대체하여 표현하며 과거에 종교/신의 기능이었던 심적 위안이 사회 내부의 인간관계로 이동하였음을 시사한다. 상상속에서 존재하였던 수호신적인 대상이 현재의 인간들 속에서는 험난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의 직업이나 권력, 재력의 의미로 다가 온다. 살아있는 현시대의 십이지생도인 것이다. 결국 김태연의 십이지생도는 전통적으로 神이 수행했던 심적 위안이라는 역할이 현대의 살아 숨쉬는 인간관계에서 재생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태연_新神分圖-최씨_단청기법 비단에 채색, 실크스크린_210×74cm_2011
김태연_新神分圖- C씨_단청기법 비단에 채색, 실크스크린_210×74cm_2011

두 번째로는 「新神分圖」가 있다. 조각보로 만들어진 족자 안에 다양한 성별과 연령, 국적의 지금 생존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이다. 구도나 채색 기법이 전통적인 초상화를 연상시키지만,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상화와 비단 사이의 신분증 같이 보이는 조각보 부분의 띠에 실크 스크린으로 인쇄된 작은 얼굴(들)이 인쇄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초상화라기 보다는 전통적인 기법을 빌려 표현한 현대의 신분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 사실 전통적으로 초상화는 존경 받는 신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기에 초상화의 존재만으로 사회적 신분이나 생전의 공적을 나타내는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살아있는 인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로 고인의 자손이 조상에 경의를 표하고 나아가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현대의 신분증은 과거와는 달리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것으로 종류도 대단히 다양해졌고 여러 가지 신분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 김태연은 전통적 초상화에서 현대의 신분증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숭배의 대상이 사후에서 생전으로, 즉 (조상)신에서 인간으로 변경되었음을 포착해냈다. 동시에 신에 대한 전통적 숭배 자체는 해체되었지만, 이는 인간의 삶을 향한 숭배로 재생산되었음을 전통적 초상화이자 신분증 모두가 적용 가능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마지막 작품은 「지름신 팔폭병풍도」이다. "지름신"이란 요즘 새롭게 등장한 神의 이름으로, 과소비를 조장하는 충동적 욕구에 신격을 부여한 것이다. 현대인의 소비 욕망은 이제 신격까지 부여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은 "지름신"에 "귀의"하여 상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종교/神에서 찾을 수 있던 위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름신 팔폭병풍도」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개는 이와 같은 "지름신"의 소산으로 같은 호피무늬 상의를 소유하고 있다. 성별과 연령이 서로 전혀 다르고 심지어 종족의 차이도 존재하지만, 같은 상품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그들은 같은 신을 믿는 것이 된다. "지름신"을 믿는 그들의 표정은 모두 경건하게 경직되기보다는 상당히 가볍고 즐거워 보인다. "지름신"이 신이기는 하지만 그는 전통적인 신처럼 멀리서 경배 받는 존재가 아니라 생활 가까이에서 그를 믿는 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름신"이란 신의 이름을 지녔지만 과거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신이다. 김태연은 이와 같이 과거의 종교/神의 의미가 해체되어 전혀 새로운 神으로 재생산되고 있음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태연_지름신 병풍도_설치_2011

김태연의 이번 전시를 관람하면서 작품의 주제 못지 않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이 모든 작업을 철저하게 전통적 제작 기법의 복원을 바탕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십이지생도」의 단청 작업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작품들이 견화(絹畵)인데, 비단에 오리나무로 염색을 진행하는 것부터 안료의 사용, 배채(背彩, 또는 복채)법까지 전통적인 초상화 제작 기법에 바탕을 두었다. 단청기법 또한 재료적 기법연구와 더불어 쌍자등무늬 등 전통 문양에 대한 연구가 반영되었다. ● 이와 함께 그는 작품의 주제가 지닌 동시대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현대적인 기법 또한 적절하게 적용하였다. 「新神分圖」와 「지름신 팔폭병풍도」에서 공통적으로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한 것이 그것이다. 실크스크린은 지극히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인쇄 기법으로 일견 동양화 (혹은 한국화) 작품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작품에서 실크스크린 인쇄와 비단은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그밖에 「新神分圖」와 「지름신 팔폭병풍도」이 공통적으로 지닌 다른 특징은 표구(表具)에 대한 해체의 시도이다. 기존의 견화에서는 그림의 뒤를 배접함으로서 전면에서만 배채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태연은 배채를 그대로 노출 시키거나, 전채와 배채를 두 개의 평면으로 분리하여 분리된 전채와 배채의 거리가 만들어내는 깊이 감으로 3차원에 가까운 표현을 실험하였다. 최대한 전통적인 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기존의 동양화가 지닌 2차원적 평면성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 김태연은 전통적 神의 개념과 속성이 현대에 어떻게 변화하여 존재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시각적 시도를 통해 전달하여, 전통은 현재와 단절되어 존재하고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해체와 재생산을 거듭하며 끊임없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의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주제 의식과 제작 기법 모두가 일관되게 "살아있는" 전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시대를 탐구하는 이 젊은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 조현경

Vol.20110513f | 태킴(김태연)展 / Tae Kim / 金泰延 / painting

2025/01/01-03/30